-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1.09 07:56
삼양식품 외형 첫 1조 원 돌파에 글로벌 마케팅 강화
농심 ‘신라면’ 등 브랜드력 제고…해외 비중 50% 목표
오뚜기 ‘보들보들 치즈 라면’ 60개국 수출…연매출 1000억 노려
탄생 61주년을 맞은 한국 라면이 연 수출액 10억달러를 정조준 중이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면서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라면업계는 ‘K-라면’의 성장 가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라면 누적 수출액은 8억7599만달러(약 1조1410억 원)로, 작년 연 수출액 7억6541만달러를 넘겼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9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상 작년 11월 라면 수출액은 9077만달러(약 118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6611만달러)보다 37.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이 9000만 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라면 수출액은 매달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작년 1월 6151만달러로 시작한 수출액은 2월 이후 7000만달러 수준으로 늘어났고, 하반기 들어선 월평균 8000만달러 이상으로 몸집을 불린 데 이어 11월에는 9000만달러까지 넘어섰다. 2018년 4억1309만달러 수준이던 전체 수출액은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해외시장 호성장의 배경에는 K-컬처의 인기가 있다. 월드와이드급 흥행을 기록한 영화 기생충에선 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비중있게 다뤄지면서 화제가 됐고, 이어 드라마 ‘오징어게임’, BTS가 출연한 예능 ‘서진이네’ 등을 통해 한국 라면이 노출되면서 인터넷상에선 한국 매운라면의 먹방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이에 한국 라면의 해외 판매량은 급증했고, 실제로 매운라면 챌린지의 대명사인 ‘불닭볶음면’은 작년 매출 1조원 돌파가 사실상 확정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라면 업계는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라면업계 해외 매출 비중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작년 상반기 연결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농심은 37%, 오뚜기는 13.5%, 또 삼양식품은 이미 국내 시장을 넘어선 68%을 기록했다.
창립 60년만에 첫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된 삼양식품의 해외 수출액은 작년 11월까지 5963만달러(약 7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약 30% 늘었고, 수출 초기 아시아 지역 위주로 구성됐던 진출국도 미주·중동·유럽 등으로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신규 론칭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 등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건면, 소스, 냉동HMR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 매출로 이어지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는 작년 한 해 수출에 집중하고 사업 카테고리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양식품은 해외 현지 대형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시스템, 유통, 마케팅 역량을 십분 활용해 체계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력 수출국에 설립한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입지를 공고히 했고, 작년 상반기엔 인도네시아 판매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아울러 현지 맞춤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했고, 해외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Tangle)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제 스테디셀러가 된 불닭 브랜드에서는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 야끼소바불닭볶음면, 똠얌불닭볶음탕면 등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한 제품들을 선보였고, 라면 외 소스 등 제품으로 불닭브랜드 품목을 다양화해 해외뿐만 아니라 역직구, 현지 쇼핑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초도 물량 완판 기록을 세우며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일본 쇼핑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던 ‘야키소바불닭볶음면’과 불닭 대표 역직구 제품이었던 ‘불닭볶음탕면’은 소비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출시됐다.
먹방의 인기로 붐업을 탄 브랜드이니 만큼 불닭 먹방 챌린지 ‘Fire Noodle Challenge’를 이을 새로운 불닭 글로벌 캠페인 ‘플레이 불닭(PLAY BULDAK)’을 개시해 글로벌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했다.
국내에서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건면·가정간편식 통합브랜드 쿠티크(COOTIQUE), 식물성 건강 브랜드 ‘잭앤펄스(Jack & Pulse)’, 프리미엄 유가공 브랜드 ‘오르닉(Ornic)’을 새롭게 론칭했고 건면, 냉동간편식, 식물성 단백질 음료(프로틴드롭), 프리미엄 요거트(오르닉)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올해 해외 현지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현지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에서 중국, 미국, 일본 현지법인의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식물성 패티, 프로틴 음료 등 헬스케어 및 단백질 소재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R&D 투자도 확대해 K-푸드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고.
국내에서는 소스, 건면, 대체단백질 등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해 사업 다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하는 냉동 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냉동 HMR 제품군을 확대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이색적이고 다채로운 맛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작년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 ‘순하군 안성탕면’ ‘하얀 짜파게티’ 등 우수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라면시장 트렌드를 선도했다. 특히 신라면 더 레드는 출시 18주 만에 2050만 개가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022년 4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기반으로 미국시장 내 농심의 영향력을 높였고, 신라면 등 대표 브랜드 중심의 해외 판로 확대 및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 출시 등 활동을 통해 농심의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농심의 글로벌 사업은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3분기 영업이익 557억 중 미국법인, 중국법인 등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이 약 200억이며, 여기에 국내법인 수출이익을 합산하면 3분기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해외사업에서 거둬들였다. 이중 미국법인은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에 해당한다.
미국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인한 공급량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한국 생산 제품을 수출해 오던 상황에서 제2공장 고속라인 가동으로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농심은 세계 100여 개 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브랜드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힘쓸 예정이다. 주요 대형유통에서 중소형 유통점까지 판매망을 넓히며 세계인의 식탁에 더욱 깊숙이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인도, 태국 등 동남아시장, 호주시장, 일본시장 등에 다양한 신브랜드 제품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실제로 최근 농심은 태국 유명 셰프 '쩨파이'(Jay Fai)와 협업해 '신라면 똠얌'(TOMYUM)과 '신라면볶음면 똠얌'(TOMYUM)을 출시한 바 있다.
동시에 짜파게티, 너구리 등 국내 시장에서 견고한 브랜드력을 갖고 있는 제품의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면에 이은 제 2의 파워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요 국가 유통채널과의 협업을 통해 현지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신제품 출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뚜기는 작년 상반기 경쟁 업체들이 원자재 값 폭등 직격타를 맞았을 때 홀로 영업이익 증대를 보이며 약진했으며, 연말까지도 라면 외 HMR‧유지‧소스류 등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 전략으로 국내 사업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제껏 내수 의존도가 높았던 오뚜기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는 현재 중국과 뉴질랜드, 베트남, 미국 등 4개국에 법인을 세워 운영 중이며 그 중 미국과 베트남을 주요 거점 삼아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오뚜기의 해외매출은 중국·미국에서의 매출액이 가장 많으며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오뚜기는 글로벌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수출 전용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수출 전용 제품은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보들보들치즈라면(오리지널·매운맛), 보들보들치즈라면(오리지널·매운맛) 등이 있다.
특히 오뚜기의 '보들보들 치즈라면'은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보들보들 치즈라면은 대만, 필리핀,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K라면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러시아, 미국, UAE 지역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
오뚜기는 60개 국가를 거점삼아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라면 수출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설정해 이들 나라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수출 전용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할랄라면 시장 진입을 위해 베트남 라면공장의 할랄 인증과 전용 생산기지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또 오뚜기 글로벌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한 해외 소비자와 온라인 소통과 홍보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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