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4달라진다-식품] 총선 전후 가격 인상 '관건'…“대안식 만들기‧수출에도 속도”

곡산 2024. 1. 4. 17:22

[2024달라진다-식품] 총선 전후 가격 인상 '관건'…“대안식 만들기‧수출에도 속도”

임유정입력 2024. 1. 2. 07:01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 부담 속 인상 자제 압박
지속가능한 식품 만들기 박차…“대안식 주목”
내수 시장 한계 돌파…라면업계, 해외시장 공략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뉴시스
 

지난해 식품업계는 고물가 기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부자재 수급 불안정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국내 인건비, 원재료비 등 원가 상승 부담 속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압박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 차원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고, 각 업체들은 정부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사례가 지난해 하반기에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식품업계에서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부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제품 가격 인상과 마찬가지인 ‘꼼수 인상’이라고 지적하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실제로 물가를 끌어내리거나, 물가 상승속도를 둔화시킬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내겠지만 강제로 누른 물가는 정상화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비롯한 부대비용은 이미 우상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손실을 감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눌린 가격 상승분은 빚처럼 쌓이고 있다”며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생산자 부담이 크게 늘었는데 정부가 뚜렷한 해결책이나 지원방안 없이 압박만 하는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올해도 전방위적인 물가 압박을 펼칠 것으로 예고하면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실이 컨트롤 타워로서 물가 동향을 주시하면서 범정부적인 물가 관리가 이어지도록 독려할 방침이어서다. 총선 이후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육 제품 연출 이지 ⓒ신세계푸드
 

식품업계는 올해 성장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거나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반등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팝업스토어와 같은 마케팅 활동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식품’ 만들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국내에서는 대안육 개발에 속도를 내고 소비자 잡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비건과 거리가 멀었던 가정간편식은 물론, 정크푸드로 불리던 햄버거까지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이 시장은 신세계푸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신세계푸드는 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21년부터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의 식물성 정육 델리인 ‘더 베러’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현재 식물성 캔햄 대안육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대체육의 대중화를 위해 원물을 활용한 메뉴를 급식 및 외식 사업장에 선보이는 B2B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 식탁 위의 고기를 바꾸기 힘든 만큼 가공육을 활용한 외식 메뉴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풀무원도 이 시장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통해 식물성 식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런천미트, 단백바 등 다양한 대안식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냈다. 풀무원푸드앤컬쳐를 통해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식물성 소재를 활용한 대안육은 식품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치즈, 우유 등 식물성 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대안식품들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는 것에 맞춰 앞으로도 일상에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닭브랜드 면 제품ⓒ삼양식품

 

이와 함께 식품 기업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업계가 대표적이다. 국내 라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자 해외 영토 확장을 통해 내수 시장에서의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K-라면의 수출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삼양식품이다. 삼양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이후 해외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 중이다. 불닭볶음면은 농심과 오뚜기에게 한참 뒤쳐져있던 삼양식품을 기사회생시킨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당시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의 매운 맛’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점차 매운 맛을 즐기는 마니아층에게 입소문이 나고 해외에서도 유튜버나 SNS 등을 통해 ‘매운맛 챌린지’ 등으로 돌풍이 불면서 10년 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환경적인 변화가 컸다. 라면업계에 따르면 현재 ‘매운맛 라면’이 선봉장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라면 업체들은 기존 제품보다 매운맛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매운 라면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인기 제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더이상 놓칠 수 없는 핵심 라면 제품군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마니아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워온 매운 라면 시장은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 됐다.

 

올해도 삼양식품은 적극적인 수출 확대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밀양 1공장 증설 1년 만인 지난 8월 밀양 2공장 증설을 발표하며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수출용 불닭볶음면을 전담 생산하는 밀양 2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식품 기업들은 대안식과 함께 펫푸드, 케어푸드 등 지속가능한 시장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와 함께 일본, 미국 등 수출에 집중하며 회사의 방향성을 ‘수출을 통한 성장’에 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