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01.02 07:51
고물가로 외식보다 레스토랑 간편식 선호…밀키트 3400억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이 가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식품업계는 연초부터 우려됐던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원부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고, 물가안정을 외치는 정부의 개입으로 자율성까지 낮아지며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는 해였다. 실제 작년 식품업계 전반적인 매출이 늘며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이익적 측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둔 곳이 적어 ‘외화내빈’ 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신사업 등으로 눈을 돌려 대응책을 모색했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외식’의 대반등이다. ‘내식’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간편식과 배달음식 그리고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혼재하며 많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가공식품을 경험하게 됐다.
단 고물가에 직접적인 외식보다는 유명 맛집이나 레스토랑의 메뉴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제품들이 주목받은 것이다.
RMR은 밀키트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작년 3400억 원에 달한다. 2017년 100억 원 규모와 비교하면 34배 증가한 것.
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품질 대비 가격이 싼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을 주목, 지역 맛집부터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고급 레스토랑까지 RMR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대체육 경쟁 본격화…떡갈비·미트볼서 캔햄 등으로 다양화
식물성 단백질 식품 인기…음료·소스 등으로 범위 확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대체육’ 경쟁도 본격화됐다. 국내 대체육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300억 원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된다.
2021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시장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떡갈비, 미트볼 등 육류 위주의 제품에서 육개장과 미역국, 캔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2025년까지 매출 2000억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풀무원도 ‘지구식단’을 중심으로 전사 핵심 사업인 지속가능식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식물성 원료 기반의 식물성 대체식품과 식물성 영양식품, 식물성 간편식 등 3개 카테고리 아래 두부텐더, 두부면, 두유면, 식물성 숯불직화불고기, 식물성 런천미트 등 30여종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연매출 1000억 원 규모 브랜드로 키우고 2026년까지 지속가능식품을 식품 전체 매출의 65%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동원F&B 역시 지난 8월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MyPlant) 오리지널’을 출시하고 식물성 캔햄 시장에 진출했다. 마이플랜트 오리지널(200g)은 지난 3월 선보인 참치와 만두에 이은 동원F&B의 식물성 브랜드인 ‘마이플랜트’의 세 번째 신제품이다.
원료 배합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 콩 냄새를 크게 줄였고, 캔햄 본연의 맛을 구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국내 식물성 캔햄 가운데 칼로리(175㎉/100g)가 가장 적다. 기존 동원F&B의 동물성 캔햄인 ‘리챔’과 비교 대비 칼로리도 40% 이상 낮다.
라면·스낵·음료 등 가공식품 수출 호조로 75억 불 달성
CJ, 치킨 차세대 제품 육성…대상, 김치 글로벌 공급망 갖춰
정부 펫푸드 육성 방침…성장 잠재력 높은 품목 주목해야
K푸드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김치, 라면, 김, 소스, 간편식 등 다양한 K푸드가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등에 진출해 호실적을 거뒀다.
실제 라면, 스낵, 음료, 쌀가공식품 등 가공식품은 작년 전년 대비 4.6% 증가한 75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도 제품력 기반의 해외 시장 확대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핵심으로 해외 공략에 공을 들였다.
라면업계가 특히 주목을 끌었는데,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현재 라면 수출액은 8억7599만 달러로 집계돼 1조 원을 넘겼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이 해외 실적 호조를 크게 견인했다는 평이다. 두 제품 모두 국내보다 해외 매출의 비중이 높다.
CJ제일제당은 기존 미국, 유럽 이외에 미진입 국가 진입을 본격화하며 ‘K-푸드 신영토확장’ 가속화에 나섰다.
K-푸드 신영토 확장 로드맵과 함께 전 세계 각 국가를 겨냥한 맞춤형 전략 수립을 발표하고 북미시장의 경우 미국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인접 국가인 캐나다로의 진출 계획을, 아태지역은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우선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맞춰 작년 5월 CJ제일제당은 새로운 카테고리로 떡볶이·핫도그·김밥·김말이·붕어빵·호떡의 6대 제품을 앞세운 ‘K-스트리트 푸드(K-Street Food)’를 론칭했다. 상온 떡볶이를 첫 주자로 핫도그, 김말이, 냉동 떡볶이도 비비고 브랜드로 선보였다. 비비고 상온떡볶이는 현재 미국, 호주, 베트남, 싱가포르 등 총 27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현지 에스닉 마켓(Ethnic market)과 온라인몰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대상 종가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발효식품 ‘김치’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현재 국내 포장김치의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종가가 차지하고 있다.
종가 김치는 현재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6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고, 미주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도 김치를 찾는 현지인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종가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2022년 초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올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폴란드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 설립도 진행 중이다.
동원F&B는 한국적인 맛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양반김’ ‘양반죽’ ‘고추참치’ 등 국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를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수출 품목은 현재 일본, 태국, 미국 등 32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양반김’이다. ‘양반김’은 1986년 출시 이후 38년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장수 제품이며, 현재도 닐슨코리아 기준 국내 김 카테고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국 중에선 일본이 전체 수출액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할랄식품 인증을 획득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국가로도 수출하고 있다.
동원F&B는 국내 시장 성장성이 둔화하는 만큼 해외 공략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도 고물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외식을 대체할 가공식품의 경쟁력이 부각될 전망이다.
기존 간편식 인기와 더불어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더해져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다품종 소량 생산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더욱 다양해져 식품에 대한 수요가 특정 카테고리에 국한되지 않고 트렌드 변화가 빨라 제품의 성숙기가 일찍 도래해 또 다른 신제품이 기존 제품의 자리를 채우는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소비자 니즈와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꾸준히 제품군을 확장하며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류, 조미료, 소스 등 등 핵심제품을 기반으로 매출 및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청정원의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는 물론 안주 전문 브랜드 ‘안주야’ 등을 통해 다양한 간편식 메뉴 개발에 나선다.
또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높아진 만큼 에어프라이어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이고, 외식 트렌드에 맞춰 프랜차이즈, 급식 등 B2B 채널 매출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가치소비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의 인기는 올해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존 대안육 뿐 아니라 음료, 소스 등 식물성 대안식품의 범위는 확장이 예상된다.
동원F&B는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마이플랜트(MyPlant)’를 통해 대체식품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전통적으로 참치(수산물)와 우유, 치즈(유제품) 등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해온 동원F&B는 식물성 단백질로 제품 영역을 확장해 ‘토털 프로틴 프로바이더(Total Protein Provider)’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원F&B는 식물성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맛과 영양을 모두 구현한 점을 ‘마이플랜트’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콜레스테롤 함량과 칼로리, 기존 제품과의 맛 차이가 소비자들의 식물성 대체식품 제품에 대한 선호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플랜트 오리지널에는 동원F&B가 기존 동물성 캔햄인 리챔을 20년간 제조·생산하며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가 모두 담겼다. 짠맛은 유지하면서 나트륨 함량을 줄일 수 있도록 2018년 독자 개발한 원료인 ‘디솔트’ 기술력을 적용해 캔햄 본연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
또한 자체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원료 배합 비율을 찾아내 식물성 제품에서 흔한 콩 냄새를 현저히 줄였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대체육 제품이 냉동·냉장 형태인데 비해 마이플랜트 오리지널은 상온 보관이 가능해 소비자 편의성도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바른 소비에 집중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을 하나의 음식 성향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동원F&B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가치소비를 원하는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원료로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 대상에 포함된 세포배양식품도 주목할 만한다. 업계에서도 2세대 대체육으로 불리는 세포배양식품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롯데중앙연구소는 배양육 분야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배양육 사업을 본격화했으며, 농심도 벤처 펀드에 총 100억 원을 출자하며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나섰다.
올해도 해외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내수시장의 포화상태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식품업계는 가장 ‘한국’스러운 맛으로 세계를 누빈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만두, 피자 등 1등 제품 지위 강화 및 유럽·오세아니아 등 신규 지역 메인스트림 진입을 가속화한다.
특히 ‘고메 소바바치킨’의 향후 해외 진출을 위한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고메 소바바치킨’의 국내 성과에 힘입어 글로벌 전략제품(GSP) 중 하나인 치킨 카테고리를 만두의 뒤를 이을 차세대 K-푸드로 낙점하고, 집중 육성한다는 것.
CJ제일제당 관계자는 “K-스트리트푸드 등 전략 제품 판매 강화 및 글로벌 신영토 확장을 지속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간편식, 소스, 김치, 김 등 글로벌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시키고, 국가별 현지 핵심사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나간다. 또 미래 신성장 역량 확보를 위해 신시장 발굴 및 현지 유통 채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종가 김치 사업은 미주, 유럽, 동남아 등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고, 하반기 폴란드 현지 김치공장 준공에 맞춰 현지 마케팅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현지 메인스트림 채널을 확대하고 신규 거점 확보에 나선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정부의 펫푸드 사업 육성 방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큰 펫푸드 사업도 주목해야 할 품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2023년은 대내외적인 경기 침체와 더불어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그 어느 때 보다 힘들었지만 K-푸드 열풍으로 해외사업에 공을 들인 업체는 실적 방어가 가능했다”며 “올해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확실한 경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닫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총선 등 소비자 물가 안정이 화두가 돼 정부의 가격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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