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0.16 07:55
자동차·철강·반도체 뛰어넘는 거대 시장…성장 지속
세계인 K-푸드에 열광…국가경제 신성장동력 가능성
대기업-中企 역할 정립에 소비 추세 맞는 제품 개발을
대상 김치, 웰빙 트렌드 부합…200개국 진출 1兆 목표
글로벌 세대 아우르는 먹거리…다양한 카테고리 모색
식품산업진흥포럼 주최 ‘수출확대 정책과 업계 대응방안’ 심포지엄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서 ‘신라면’을 먹는 것이 하나의 코스가 되고, 인도·베트남에는 제사상에 ‘초코파이’가 당당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또 뉴욕 맨해튼에선 ‘비비고 만두’를 즐기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당연하기만 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도 없는 ‘K-푸드’가 전 세계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홀리고 있다. 우리 식품기업도 더 이상 주무대가 한국이 아닌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약 8조8000억 달러 규모로 양적·질적 성장세가 지속되는 글로벌 식품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수의 글로벌기업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D를 앞세운 한국 식품산업의 글로벌 인프라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 세계 식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식품수요를 창출해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히 글로벌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신시장 개척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12일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회장 신동화) 주최로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수출산업 활로개척을 위한 수출확대 정책과 업계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글로벌 식품시장의 트렌드와 식품산업 발전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글로벌 식품시장은 이미 자동차, 철강, 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식품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경기 침체의 영향이 적고, 향후에도 인구증가, 소득증대 등으로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가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식품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8%씩 성장하며 2021년 기준 299조 원 규모를 형성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세계 식품시장은 소수의 다국적 식품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계속 확대 추세에 있어 국내 식품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인프라 기반 조성을 강조했다. 세계 식품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와 R&D 투자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 식품기업의 역할과 기능 정립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환경부터 조성한 후 글로벌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우선 안전과 웰빙의 세계적 식품소비 트렌드에 맞춘 기능성 프리미업급 식품개발이 필요하다. 분자생물학, 생화학 기술 등을 활용해 미생물과 식물 등으로부터 새로운 기능성 식품 원료를 추출하고, 약용작물 등 전통적으로 약성이 알려져 있는 식물 자원의 약리 성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실용화해 고부가가치 식품 소재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깃 대상도 명확히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테고리 속성 자체가 고급화된 식품이라면 타깃에 맞는 제품만을 차별화해 생산하는 방향으로, 카테고리 속성 자체가 어느 정도 대중적인 식품이라면 대중적 브랜드와 제품을 기본으로 하되 동일 카테고리 내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시장과 신수요 창출도 중요한 과제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아시아를 비롯해 중동, CIS 국가를 포괄하며 세계 인구 절반에 가까운 대규모 식품 소비시장과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음식과 식문화에 대해 세계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우리 식문화를 전파하고 식재료를 수출할 여건이 성숙되고 있는 만큼 주요국 식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과 방법을 수립한다면 식품산업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찬기 팀장정찬기 대상 식품 글로벌사업총괄 글로벌마케팅실 글로벌CM1팀장은 글로벌 웰빙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한국만의 건강한 먹을거리 ‘김치’가 한국 식품산업의 글로벌 활로를 개척하는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전 세계는 지난 100여 년간 급격한 인구 증가와 과학발전에 따른 식품의 발전(종자개량, 유전자변형), 평균수명연장, 세계적 질병의 유행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강한 음식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전통 발효로 건강한 맛을 내는 김치”라며 “김치는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세대들에게 더욱 사랑받고, 더 많은 양을 먹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팀장이 이처럼 확신하는 이유는 우리 김치가 한국의 높아진 위상으로 건강한 발효식품의 대명사가 되고, 글로벌 세대를 통합하는 건강한 먹을거리이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과거의 김치가 배추를 절임·탈수해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으로 구성한 혼합양념을 버무린 식품에 불과했다면 앞으로는 채소발효식품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채소를 다양한 식문화에 적응시켜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김치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김치는 동북아시아를 기점으로 미주·유럽·동남아를 거쳐 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으로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미래에는 김치 시장규모가 동북아시아 6조 원, 미주·유럽·동남아 4조 원, 미래 신시장(남미,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이 부문장은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 종가는 한국 김치 전통을 지키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김치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인간문화제 38호 조선 궁중 음식 전수자인 고 황혜성 고문이 만든 궁중 김치 레시피에서 유산균을 분리해 종균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동치미 베이스 탄산음료, 김치 분말, 트러플 김치소스, 김치 스프레드 등 김치에 대한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권역도 오는 2025년까지 100여 개국으로 확대하고, 오는 2032년에는 200여 개국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마케팅 역시 글로벌 미래세대에게 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SNS, 유튜브 등을 통한 김치 소개 및 레시피 제공은 물론 요리대회 개최와 팝업스토어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정 팀장은 “앞으로도 종가는 한국전통김치 계승 및 현지화 제품을 확대하고, 전 세계 주요국에 그로서리를 늘리며, 미래세대와의 소통 강화를 앞세워 김치 브랜드 최초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식품업계의 세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선 농산물의 수출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신규 플랫폼과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각국의 새로운 비관세장벽과 물류 대란 등 수출여건에 대응하고 수출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공동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정책사업도 운영 중이다.
특히 식품 생산부터 상품화, 물류, 통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출품목별·과정별로 필요한 사업들을 aT를 통해 수행하고 있다.
식품 수출 부가가치 높아…농식품 강국 도약 추진
정부 2027년 150억 불 목표…1억 불 품목 20개로
고성장 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신산업 집중 육성도
권오엽 aT 수출식품 이사는 “육성단계에서 품목별 공동마케팅을 지원하는 농식품 수출협의회 사업과 품목별 맞춤형 지원을 위한 미래클사업이 있다. 물류단계에서는 할랄이나 GFSI인증 등 인증비용을 지원하는 해외인증사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바이어나 소비자 대상 해외마케팅은 글로벌 K-푸드 페어 개최나 해외 식품박람회는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권 이사는 “한국식품 수출은 여타 수출산업과 비교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식품 수출액 100만 달러는 18만9000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있으며 농산물 수출은 국내 가격 지지에도 영향을 주는 등 부가적인 효과가 크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K-푸드 확산과 수출업체를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개발과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가 농수산식품 수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K-Food 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해 2021년 기준 656조 원 규모의 식품산업을 2027년 1100조 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제4차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2023~2027)’을 추진 중에 있다.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K-푸드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미국, EU 등 각 국가별 공급망 정책 및 식품 규제 강화 등은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국내 농식품 수출은 역대 최고인 88억2000만 달러(수산식품 포함 100억 달러 돌파)를 달성했으나 세계 경기둔화, 물류비 폐지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수출 확대 전략이 요구되며, 한식 역시 대표적 한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으나 내수-관광-수출 등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연계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에 농식품부는 농식품산업의 고성장이 기대되는 푸드테크, 그린바이오 등 신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그린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식품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푸드테크는 자금, R&D, 판로 등 기업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을 추진하고, 10대 핵심기술 분야 중심으로 지역별 ‘푸드테크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해 푸드테크를 활용한 중소식품업체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그린바이오산업은 소재발굴, 생산시설 및 구축, 시제품 개발, 안전성 평가 등 제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주기에 걸친 종합적 지원 거점을 육성해 기능성식품·고령친화식품 등 미래 유망 식품을 적극 육성한다.
농식품 수출도 오는 2027년까지 150억 달러 달성에 총력을 기울인다. 수출 유망품목을 ‘K-Brand’로 육성하고, 현재 11개인 1억 달러 이상 수출 품목을 2027년까지 20개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높아진 한식 인지도를 내수-관광-수출로 연결하기 위해 2027년까지 미식관광 상품인 15개의 ‘K-미식벨트’를 조성하고,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도 확대해 국산 식재료 수출 확대로 연결한다.
김치·전통주·장류 등 전통식품 산업 역시 활성화한다. 김치는 안정적 원료 수급 기반 하에 종균을 2027년까지 60종을 개발하고, 자동화 공정 개발·보급 등을 통한 품질 경쟁력 강화로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간다.
전통주는 명주를 육성해 수출 전략상품으로 개발하고,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는 하이볼 레시피 및 음식과 페어링 공모전 등 MZ세대를 겨냥한다. 장류는 소스산업으로 육성한다.
아울러 식품기업-농가 간 계약재배를 지원하는 ‘원료중계 플랫폼’을 구축하고, 특히 오는 2027년까지 대두 등 총 30종의 대체식품 원료 DB를 구축, 식품기업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설탕 등 주요 식품 원료 34개 품목의 할당관세 도입으로 업계를 지원한다.
양 정책관은 “‘제4차 식품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으로 식품산업 외연을 확장하고, 신식품 원료 국산화로 농가 소득원 창출에도 앞장서는 한편 지역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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