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0.10 07:55
유가공협 “인상 요인 절반 반영…인센티브제 개선을”
농식품부 “유업계·유통, 예년보다 인상폭 낮게 책정
유가공품·아이스크림 외엔 원유 비중 높지 않아”
유통 부문 묶음 판매·할인 행사 등 정부 방침에 동참
서울우유가 1일부터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L)’의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2900원) 인상했다.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4~6%, 남양유업은 흰 우유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동원F&B는 평균 5% 각각 올린다. 빙그레 역시 6일부터 순차적으로 흰 우유 제품인 굿모닝우유(900㎖)와 바나나맛우유(240㎖) 가격을 5.9%씩 올린다고 밝혔다.
원유가격 인상 요인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원유가격은 전년 대비 L당 88원 인상됐다. 반영은 1일부터 적용됐다.
유업계는 인건비, 에너지 비용, 부자재 가격 상승 등 요인에 원료값 마저 오르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의 경우 우유 한 팩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밀크 플레이션’ 효과다. 우유가 주 원료로 사용되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치즈, 버터 등의 가격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도 원유값이 6~7%가량 오르자 아이스크림과 커피 가격이 단숨에 10% 안팎으로 오른 바 있다.
올해도 상황은 전과 다르지 않다. 실제 빙그레는 요플레 오리지널과 투게더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각각 8.6%, 8.3% 인상하고, 매일유업도 발효유와 치즈를 6~9%, 남양유업은 기타 유제품을 평균 7% 올린다.
상황이 이러자 농식품부는 4일 생산자·유업계·유통업계와 함께 우유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흰우유 가격 인상이 카페 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데도 과도한 가격 인상 요인인 양 언급하는 것은 얄팍한 상술”이라며 “흰우유는 생활필수품이라서 유통마진이 너무 높아서는 안 되고 생산자와 유업체는 국제경쟁력을 높여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범 유가공협회장은 “원유가격 인상뿐 아니라 설탕을 비롯한 각종 원재료와 포장재, 가스·전기요금, 물류비 등 다양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소비자 부담 완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유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가격 인상 요인의 50% 정도밖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유업계는 앞으로도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원유가격 인센티브 체계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올해 원유 가격은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한 낙농제도 개편의 성과이자 원유가격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결과”라며 “낙농제도 개편 없이 작년까지 적용하던 생산비 연동제에 의해 결정됐다면 인상폭은 최소 104원, 최대 127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롭게 적용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우유 소비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 생산비가 증가하더라도 오히려 원유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 유업체와 하나로마트 등 유통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에 협조하기 위해 소비자 구매가 많은 대형마트 흰우유(900~1000㎖) 판매가격을 2980원 이하로 최소화하는 등 예년에 비해 유제품 가격 인상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책정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편의점 업계는 유통 특성상 판매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1+1, 2+1 등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으며, 대형마트에서도 묶음 판매 등 다양한 할인행사를 통해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욱 정책관은 “국산 유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지금과 같이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할인행사, 묶음 판매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유가격 인상과 함께 흰우유 가격이 인상됐지만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식품 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은 53.8~78.4%이며,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또 과자류의 경우에는 유제품 원료 비중이 1~5%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유제품 원료는 수입산 의존도가 높아 국산 유제품 원료만으로 한정한다면 훨씬 낮다는 것이 김 정책관의 설명이다.
김 정책관은 “지난 20여 년간 국내 우유 시장은 마시는 우유의 소비는 줄어든 반면 치즈·아이스크림·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도개선, 국내 조사료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관련 생산자, 유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T/F팀)을 꾸려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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