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10.30 07:55
서울우유·연세유업, A2 고단백질 우유 선봬
매일유업 1.5배 농축한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 출시
남양 ‘맛있는 단백질우유’로 프리미엄 시장 도전
원유(原乳) 가격이 오르면서 흰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값이 차례로 뛰며 비교적 저렴한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PB) 제품에 소비자들의 소비가 몰리고 있다. 이에 대응한 제조업체들의 반격이 진행되고 있다.
PB 우유는 통상 시중 우유과 같은 원유를 사용하지만 이보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을 절감해 20∼3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제품이다. 실제 편의점의 흰 우유 PB 제품은 900㎖∼1ℓ 기준 가격이 2000원대 중반으로 3000원 안팎인 기성브랜드(NB) 제품보다 20%가량 저렴하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이달 1~9일 기준 흰우유 PB 제품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40% 안팎으로 증가했다.
유통업체들에게 초저가 상품 전략으로 내놓는 PB 우유는 상품과 견줘 마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저렴한 가격에 잘 팔리면서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선 원유 쿼터제 때문에 업체별 필요량 이상의 원유를 매년 사들여야 하는데 남아도는 원유를 활용하기 위해 PB우유로 판매하게 되고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에 가격 협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도 주요 유업체들은 필요량보다 10%가량 원유를 더 많이 사들였다.
직접 제조하는 PB우유에 비해 가격 경쟁력과 협상력이 떨어져 야기된 자기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 Cannibalization)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업계는 제조사 브랜드 흰우유 시장에 변화를 주고 있다. ‘높고 양질의 단백질’ 함량이라는 고급화 전략 등으로 기존 흰우유와는 차이가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특히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성분이 특징인 프리미엄 우유로 알려진 A2우유가 유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서울우유는 다양한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차별화된 단백질 우유를 새롭게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신제품 ‘프로틴 우유’는 단백질 특유의 텁텁한 맛은 최소화하고 우유 본연의 고소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900mL 한 팩에 단백질 1일 영양성분 기준치 55g을 담은 고단백 우유다.
근육 건강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 3종인 BCAA(Branched-Chain Amino Acid) 1만1250mg, 칼슘 1800mg, 비타민D3 22.5μg, 식이섬유 13.5g 및 단백질 이용과 체내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비타민B군 7종 등이 모두 함유돼 우유 한 팩으로 다양한 영양성분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달 서울우유 '서울우유 A2+' '서울우유ABC우유' '서울우유 A2 milk' '서울우유 A2플러스' 등 4건에 대한 상표권 등록과 함께 내년 상반기 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매일유업은 지난 2월 일반 우유 대비 20% 비싸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단백질’을 출시했다. '막 여과 공법'(Ultra-Filtration)으로 1.5배의 원유를 농축해 단백질은 강화하고 유당은 걸러낸 점이 특징이다. 해당 제품은 1팩당 계란 7개에 해당하는 41g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고품질 단백질을 담은 신제품 ‘맛있는 단백질우유’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했다. 이 제품은 근감소증을 고려한 사코밸런스 복합물 배합(근육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 배합)과 함께 편안한 소화와 흡수를 돕는 유산균 발효유청·저분자 가수분해 단백질을 사용했다.
아울러 연세유업도 모유와 흡사한 단백질 구조로 소화 불편감을 줄인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출시했다. 가열처리 외 별도의 추가 공정 없이 자연에서 얻은 A2단백 원유 100%를 담아 더욱 고소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유업체들이 최근 우유 고급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산 우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2026년이면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0%가 된다. 저렴한 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100% 흰우유 제품은 이미 품질이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사실상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멸균우유 수입도 계속 늘고 있어 국산 우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원재료인 원유값이 오르면서 우유를 공급하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제조사들이 납품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PB 우유의 가격 인상 요구를 무작정 유통업체들이 거부하기도 어려워졌다. GS25 등 일부 편의점은 오는 12월 흰우유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폭은 일반 우유와 비슷한 5% 안팎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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