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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농식품부 국정감사] 가루쌀 실효성 문제점 도마 위

곡산 2023. 10. 12. 10:26
[현장중계-농식품부 국정감사] 가루쌀 실효성 문제점 도마 위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0.12 09:02

가공적합성 평가서 밀가루 대체 ‘부적합’…검증없이 무리한 추진정책 비판
​​​​​​​중국산 수입김치, 김치 전체 수출량 6배 넘어…흔들리는 김치 종주국의 위상

21대 국회 마지막 농해수위 국정감사가 11일 여의도 국회에서 농식품부를 시작으로 약 보름간 일정에 돌입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농가소득 및 쌀 가격 문제 등 농업 현안에 초점이 맞춰지며 식품산업에 대한 문제점이나 현안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지만 정부에서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도록 야심차게 추진 중인 가루쌀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21대 국회 농해수위 마지막 국정감사가 11일 국회에서 농식품부를 시작으로 약 2주간 일정에 돌입했다. 올해는 가루쌀, 김치, 수입식품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사진=식품음료신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농식품부가 ‘가루쌀 산업화’를 1호 정책으로 내놓고 내년 가루쌀 육성 관련 정부예산을 369억 원으로 편성하는 등 역점을 두고 있지만, 가루쌀산업 활성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분질미(가루쌀)의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가루쌀은 농식품부가 의뢰한 가공적합성 평가에선 밀가루 대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는 작년 정부에서 가공용쌀과 쌀가루를 대한제과협회·CJ제일제당·SPC삼립·오리온농협·농심미분 등 식품·제분업체와 제과제빵업체에 제공해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해달라고 요구해 나온 결과다.

CJ제일제당의 연구결과 만두피를 만들 때 가루쌀 함량은 최대 10%까지 사용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으나, 투입함량 증대를 위해 글루텐 등의 산장성 보완제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신장성이 부족하면 잘 찢어진다는 것이다. 함량 증대 시에는 원재료비 가격 상승 부담으로 비효율적임을 지적했다.

SPC삼립이 가루쌀로 만든 단팥빵은 반 맥분 대비 조직감과 입에 풀리는 정도의 식감 차이가 있었고, 이중 현미는 멥쌀 대비 식감이 더 끊어지며 멥쌀 대비 품질 안정성이 떨어졌다. 대한제과협회에서는 식빵이나 단과자빵을 만들 때 팽창이 적어 가공 시 부적합하다고 판정했다.

윤 의원은 “정부에서 쌀 수급균형과 밀가루 대체를 위해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충분한 연구와 분석이 뒷받침 돼야할 것”이라며 “가루쌀의 생산 및 유통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가공법 개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가루쌀이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증된 성과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가루쌀 로드맵이 수시로 바뀌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신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9월 2024년 ‘재배면적’을 약 5000ha, ‘목표 생산량’은 2만5000톤으로 자료를 제출했으나 몇 개월 뒤 목표치를 1만ha, 5만톤으로 두 배 상향했다. 이후 2026년까지 20만톤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루쌀 시장 조성을 위해 농심(1억2800만 원), 삼양식품(8000만 원), 하림산업(8671만 원), SPC삼립(1억4472만 원), 해태제과식품(1억6000만 원), 풀무원(1억6000만 원) 등 식품업체 15곳에 24억 원을 지원했지만 현재 제품을 출시한 곳은 6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가루쌀은 낮은 생산단수, 수발아, 병충해, 일반 벼와 다른 재배방식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농진청에서 ‘바로미2의 재배적 단점 개선 기술 개발’ ‘가루쌀 수발아 피해 경감을 위한 약제처리 효과 확인’ 과제 등을 연구 중에 있어 가루쌀의 수요, 품질, 필요성 등이 모호하지만 농식품부는 막무가내로 생산, 제품개발, 소비판로, 공공비축미를 통한 매입까지 전 과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사업 초기인 가루쌀을 급격히 늘렸다가 실패한다면 모두 농가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가루쌀 ‘알박기’가 아닌 성과 점검을 토대로 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황근 장관(왼쪽서 두 번째)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을 통해 현재 출시된 10개 제품 중 정작 ‘한국글루텐프리인증(KGFC)’을 발급받은 제품은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글루텐프리인증(KGFC)’은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의 산하 조직인 한국 글루텐 프리 인증사업단이 운영하는 제도로, 식품 내 글루텐이 1kg 당 20mg 이하인 식품에 대해 인증발급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6개 업체·28개 제품이 인증을 획득했다.

위 의원은 “글루텐프리 인증 없이 글로벌 글루텐프리 시장을 겨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2022년 6월 식품업계는 소량의 가루쌀 원료에 기존 밀가루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해 가루쌀 가공성을 검토한 결과 일부 업체의 경우 카스테라와 과자류의 가공적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식빵·바게트는 식감이 좋고, 면·만두피 등은 기존 설비·공정의 변경 없이 가루쌀을 10% 정도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또 그는 “식품업계가 가루쌀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물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공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제품개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식품기업 15개소는 제품개발을 추진해 현재까지 6개사가 라면·식빵 등 13종의 제품을 출시 완료했으며, 지역 제과점 19개소는 가루쌀 제과제빵류 76종을 생산·판매하고 있다”며 “특히 밀 제분기를 활용해 가루쌀 제분 시 입자가 곱고 손상전분이 낮았으며, 퍼핑스낵·빵가루·빵류 등 다양한 제품에서 가루쌀 제품화 기술이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가루쌀 소비기반이 확충된다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을 대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정부를 믿고 가루쌀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 바란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김치 종주국의 위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중국산 김치가 코로나19 이후 수입량이 증가해 국산 김치 전체 수출량의 6배를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작년 전체 김치 수출량은 4만1118톤 수준이지만 중국산 김치 수입 물량은 26만3400톤에 달한다. 이 의원은 “김치 종주국으로서 김치산업 활성화를 통한 국산 김치 수출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도 코로나 기간 급등한 김치 수출액이 작년부터 다시 감소해 김치 수입액에 역전되고, 김치의 주원료 중 하나인 고춧가루와 고추 수입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김치 종주국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김치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김치 수출액은 2018년 9745만 달러, 2019년 1억499만 달러, 2020년 1억4451만 달러, 2021년 1억5991만 달러로 증가하다 작년 1억4081만 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김치 수입액은 2018년 1억3821만 달러, 2019년 1억3091만 달러, 2020년 1억5242만 달러, 2021년 1억4074만 달러, 2022년 1억6940만 달러로 작년 다시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이중 김치 속재료 가운데 국산과 수입산 가격 차이가 큰 고춧가루가 2018년 349만 달러에서 2022년 899만 달러로 증가했다.

박 의원은 “가격 측면에서 김치 제조에 외국산 원료 사용을 모두 막을 수 없는 한계는 인정하지만 냉동고추에 이어 고춧가루, 양파, 마늘, 생강 등이 혼합된 양념 수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김치산업진흥법 제정된 지 12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 김치가 국가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지정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우리 김치산업을 보호하고, 세계 속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리적표시제 등 국가 브랜드로서 프리미엄화하는 방안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황근 장관은 “K-푸드 로고를 김치에 적용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우리 재료로 만든 김치를 세계 속 비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황근 장관(맨 왼쪽)이 농식품부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우유 수입량이 최근 6년간 약 9배 급증하고 있어 국산 우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작년 우유 수입량은 3만1462톤으로, 2017년(3440톤)보다 약 9배 증가했다. 올해도 8월 현재 2만5427톤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 7년간(2017년~2023년 8월) 주요 수입국별 우유 수입량과 수입액을 보면 △폴란드 7만3301톤 △독일 1만6296톤, △이탈리아 1만1329톤 등 매년 늘고 있다.

최 의원은 “오는 2026년에는 미국과 EU산 우유의 관세율이 제로가 되면서 외국산 우유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산 우유가 설자리를 점점 잃을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며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도 늘고 있다. 제대로 단속도 이뤄지지 않아 그 피해를 소비자는 물론 농가에도 번지고 있다. 업체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를 마련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원산지 미표시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허위표시보다 상대적으로 법적 제재 강도가 약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미표시에 대한 허위표시 못지 않게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달곤 의원 역시 “김치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금액이 7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7년 원산지 표시 위반 처벌 강화제도와 교육 의무 부과를 도입했음에도 7년간 배추김치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 규모가 353%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정황근 장관은 “업체가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잘못인지도 모르고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계도와 교육을 실시하고, 농관원에서 운영 중인 명예 감시원들을 적극 활용해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