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내수' 옛말…농심, 미국에도 '라면왕국' 세웠다
- 김아름 기자 armijjang@bizwatch.co.kr
- 2023.05.17(수) 06:50
[워치전망대]미국 법인 사상 최대 실적
제 2공장 오픈 후 물량 안정화 영향
향후 전망도 밝아…3공장 설립 계획
농심이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을 바탕으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인식됐던 라면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으며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일본, 중국 등 이미 라면 수요가 포화 상태인 아시아권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중장기 성장 가능성도 높였다. 현지인들에게도 일본 라멘과 다른 한국 라면의 차별점이 인식됐다는 평가다.
캘리포니아 드림
지난 1분기 농심의 미국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40.1% 늘어난 164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억원에서 180억원으로 7배 넘게 급증했다. 매년 미국 시장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오긴 했지만 이같은 큰 폭의 성장세는 처음이다.
주 요인은 지난해 문을 연 제 2공장이다. 농심은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제 2공장을 열었다. 2만6800㎡ 규모에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고속 라인을 갖췄다. 연 생산량이 3억5000만개에 달한다.
농심 1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그간 농심은 부족한 물량을 국내 생산 물량으로 충당해 왔지만 신라면, 신라면 블랙, 육개장 사발면 등 주력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2공장이 문을 열면서 공급이 원활해졌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 역시 이 덕분이다.
현지인 침투율도 높아졌다. 해외에서의 'K-라면' 판매는 교민들이 구매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 미국의 대형마트인 샘스클럽에서 117%, 코스트코에서 5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미국 현지 유통선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라면에 눈 뜬 미국인
향후 전망은 더 밝다. 북미 시장이 '라면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은 15개 수준이다. 한국(77개), 일본(48개), 중국(32개) 등에 비하면 거의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조차 대부분 아시안계의 소비였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신규 소비층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 최근 농심의 미국 시장 성장은 백인, 히스패닉 등 기존에 라면을 구매하지 않던 소비층의 진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K-컬처의 인기와 함께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주 노출되는 한국 라면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 소비경기 둔화도 대표적인 '불황형 식품'인 라면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신라면은 대형마트 기준 1~1.5달러(약 1300~2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업인 신라면 블랙은 2.5달러(약 3300원)다. 국내보다는 높지만 미국 가정간편식들 중 가장 저렴한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농심 제2공장 전경/사진제공=농심농심도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 2공장 생산 여유분으로는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을 노린다. 멕시코는 라면 시장 규모가 연 4억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닛신 등 일본 브랜드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5년 내 3위권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제 3공장 설립도 검토한다. 농심의 미국 1, 2공장은 모두 서부에 자리잡았다. 제 3공장은 동부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판매 추세를 보고 3공장 설립을 검토할 것"이라며 "설립하게 된다면 동부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1분기 미국 1, 2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70%대"라며 "최근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수년 내 제3공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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