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1.04 07:50
오뚜기도 두 자릿수 성장…BTS 멤버 기용 해외 공략
삼양식품, 중동 등 진출 수출 31% 늘어난 4억200만 불
비빔면은 소폭 감소…팔도 강세에 매운맛 ‘킹뚜껑’ 선전
2022년은 코로나19, 원재료 가격 급등,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컸던 한 해였다. 이중 라면시장은 전 세계 밀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러-우 전쟁 장기화로 밀과 팜유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 및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등 소비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한동안 주춤했던 시장에도 활기가 찾아왔다.
실제 2022년 3분기 기준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5% 성장한 1조4734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눈부시다. 농심은 작년 4월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며 북미 지역 매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그동안 해외 사업 비중이 높지 않았던 오뚜기도 베트남 공장이 글로벌 핵심 기지로 자리 잡으며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2% 증가하는 등 괄목한 성과를 이뤘다. 삼양식품은 작년 5월 준공한 밀양공장이 수출 호조세를 뒷받침하며 사상 첫 4억불 수출탑을 달성하기도.
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이어져 작년 해외 실적(작년 11월 기준)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한 6억9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단 매년 성장세를 띠던 여름철 비빔면 시장은 소폭 감소했다. 작년 국내를 강타한 장마와 폭우의 영향이 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는데, 여름철 비빔면 성수기인 6월부터 8월까지 주요 3개 제품(팔도비빔면, 배홍동비빔면, 진비빔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농심은 국제 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국내외 사업 확장 및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작년 매출액이 전년 보다 약 18% 증가한 3조146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예측하기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사업확장과 매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작년 4월부터 미국 제2공장 가동을 본격 시작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는데,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한 제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농심은 미국에서 총 8억5000만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농심은 제2공장을 기반으로 오는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8억 달러의 매출을 이룬다는 목표다.
미국 제2공장 가동, 식물성 대체육 사업,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장 등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새로운 기반을 다져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올해도 매출과 수익성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성장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작년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는 작년 라면의 새로운 조리 방식인 ‘복작복작 조리법’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기존 조리법 대비 1봉당 약 200ml의 물을 적게 넣고 그대로 끝까지 조리해 물을 버리는 중간 조리과정을 줄이고 진한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짜장라면 ‘짜슐랭’을 출시했으며, 이후 해당 조리법을 오뚜기 대표 볶음면인 ‘진짜장’ ‘진진짜라’ ‘크림진짬뽕’ ‘스파게티’ 등 봉지라면 총 5종에 확대 적용했다.
또한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수렴해 작년 9월 컵라면 용기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제품명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나타내는 기호를 점자로 표기했으며,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하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5%가 오른 3조1480억 원이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사업 확대다. 그동안 해외 매출이 전 매출 10% 미만이었던 오뚜기는 BTS 멤버 진을 모델로 발탁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작년 수출에 보다 집중했다. 아시아 지역 위주로 구성됐던 진출국을 미국, 중동, 유럽 등으로 확대했으며,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현지업체와의 파트너십과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한 현지판매법인(일본, 중국, 미국)을 통해 효율적인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또한 하바네로라임불닭볶음면(미주), 야끼소바불닭볶음면(아시아), 마살라불닭볶음면(중동)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였고, 라면 외 소스 등의 제품으로 불닭브랜드 품목을 다양화했다. 현지에서의 마케팅 활동도 강화해 런던아시아영화제, K팝 콘서트와 같은 글로벌 이벤트에 메인스폰서로 나서 해외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렸다.
그 결과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4억295만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 생산기지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삼양식품은 해외사업 성장세를 발판으로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식품수출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여름철 비비면 절대 강자 팔도는 여름철 시장이 주춤했으나 여전히 ‘팔도비빔면’은 2022년 10월까지 누계 판매량 17억개를 돌파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주목해야할 점은 ‘왕뚜껑’의 선전이다. 작년 누적 판매량 22억개를 돌파한 것인데, 작년 한 해만 10월 기준 8000만개가 팔리며 자체 판매량 최대치까지 경신했다. 푸짐한 양과 함께 가성비가 좋은 왕뚜껑의 경쟁력이 통했다는 평가다.
팔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확장하며 ‘왕뚜껑’의 인지도를 높여왔다. 매운맛을 극대화한 ‘킹뚜껑’과 ‘팔도비빔면 레몬’이 대표적이다. 한정판으로 출시한 ‘킹뚜껑’은 출시 2개월 만에 300만개가 판매되며 인기가 지속되자 팔도가 정식으로 출시했고, 각종 SNS를 통해 소개된 팔도비빔면 레몬즙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해 ‘팔도비빔면 레몬’도 선보였다.
신제품도 지속 선보이며 브랜드 라인업 확장에도 힘써왔다. 틈새라면 볶음면 2종(틈새라면 카레, 틈새라면 짜장) 비빔면 2종(꼬들김, 꼬간초)을 내놓았으며, ‘남자라면’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국물라면 브랜드 ‘칼칼닭면’을 출시했다.
올해 라면시장은 주요 곡물 가격이 안정화되며 경영 애로사항은 점차 완화될 전망이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집밥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라면 소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해외에서 K-라면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져 현지 시장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활동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심은 국내 사업 다각화, 글로벌 사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전 사업과 브랜드의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해 한 단계 도약한 농심으로 거듭나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는 물론 멕시코 시장 판매망 확보 등 잠재성이 높은 시장에서 농심의 브랜드와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것.
이병학 대표는 “미국 라면시장에서 수년 내 일본을 꺾고 1위로 우뚝 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며 “제2공장 가동으로 공급에 탄력을 얻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뚜기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또 한 번의 큰 성장을 이뤄낼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제품의 다각화 노력과 함께 해외 시장 수요 예측에 따른 제품 출시 등으로 매출 성장을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전 세계 K-푸드에 대한 큰 관심을 바탕으로 우수한 제품력을 갖춘 다양한 상품들을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알리고, 혁신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을 구축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국내 농가와의 상생을 위한 ‘한국농업 상생발전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농가와의 동반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계약재배 △국내 농산물 소비 증대 △국산 종자 사용 △오뚜기 농업모델 구축 등의 핵심 과제를 선정하고, 오뚜기를 비롯해 오뚜기라면, 오뚜기냉동, 오뚜기제유, 오뚜기SF, 조흥, 상미식품 등 관계사 임직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삼양식품은 중국, 미국 등 주력 수출국에 설립한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현지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삼양아메리카(미국법인)는 메인스트림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을,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중국법인)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더불어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 오는 2025년까지 해외 매출에서 중국, 미국, 일본 현지법인의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시장 개척도 적극 나선다. 삼양식품은 2021년 아부다비 거점의 소비재 수출입 및 유통업체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SARYA GENERAL TRADING)’사와 아랍에미레이트(UAE)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중동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UAE는 중동지역에서 경제규모가 크고 문화, 유통 등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 중동지역 진출에 중요한 시장으로, 사르야사와 시리아, 레바논 등을 중동지역 내 전략 국가로 선정하고 올해 5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인데, 프리미엄 건면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하며 신제품 쿠티크에센셜짜장을 내놓은 삼양식품은 물에 삶아 건조시키는 새로운 건면 제조방식을 통해 프리미엄 건면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팔도는 최근 계속되는 물가 인상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왕뚜껑’ 등 든든한 한 끼 식사의 경쟁력이 통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올해도 비빔면, 왕뚜껑, 틈새라면 등 주력 제품은 물론 가성비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락 품목 매출 강화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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