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우유값 인상에 수입 멸균유·식물성 대체유 부상…진짜 대안 될까

곡산 2022. 1. 27. 07:59
우유값 인상에 수입 멸균유·식물성 대체유 부상…진짜 대안 될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12.15 07:35

멸균우유 가격 국산의 절반도 안 돼…유통기한은 국산의 4배
수요 늘자 가격 올리고 안전성 못 미더워…소비자 선호 안 해
귀리우유 등 대체유 친환경·비건으로 인기…비싸서 경쟁 불가
안전성·품질 면 국산이 세계 수준 …우수 제품 개발·홍보 필요

국내 우유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입산 멸균유와 식물성 대체우유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격은 시중 우유보다 저렴한 데다 보관 기관도 길어 대체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하지만 국내 일반 살균 우유를 완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낙농진흥회가 지난 8월 1일부터 원유 가격을 1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이에 △서울우유(5.4%) △남양유업(4.9%) △매일유업(4~6%) △빙그레(7%) △hy(7.1%) 등 주요 유제품 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우윳값이 인상되자 카페 등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가격이 저렴한 멸균 우유를 대체 방안으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또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건강, 비건, 가치소비 등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높아지는 식물성 대체우유에도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내 우유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수입산 멸균유와 식물성 대체우유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가격, 안전성과 품질, 소비자 선호도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국내 일반 살균 우유를 완전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DB, 쿠팡)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1만 4275톤으로 지난해 1만 1413톤을 넘어섰다. 2016년 1214톤이었던 수입 멸균유 물량은 5년 만에 약 9배 넘게 증가했다. 대체유 시장도 무섭게 성장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4520억 원이었던 이 시장(두유+두유를 제외한 대체우유) 규모는 2020년 5630억 원까지 약 11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4% 더 커진 5870억 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가운데 두유를 제외한 아몬드유, 귀리유 등 식물성 대체우유 시장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두유 시장의 전년대비 신장률 전망치가 2%인데 비해 비(非)두유 시장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업계는 수입산 멸균유와 대체유가 국산 원유를 완전 대체한다는 전망에 대해선 부정적인 편이다. 국산 원유의 가격이 올라 수입산 멸균유나 대체유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시장의 수요-공급적인 차원에서 그들의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고, 국산 우유와 대안들의 품질과 안전성, 소비자 선호도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단순 가격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두 가지 대안의 가격은 현재도 문제시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입 멸균우유의 소비자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네이버쇼핑 최저가 기준 폴란드 ‘밀키스마 UHT 멸균우유’ 1리터 제품의 가격은 최근 반년간 1300원대에 판매됐지만 지난달 최대 4000원대로 인상돼 택배비를 포함하면 7000원에 육박했다. 현재는 1400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샤르데냐섬 아르보리아 멸균우유’도 그동안 1550원대에서 지난 10월 말 이후 1730원대로 인상됐다. 1420원에 판매되던 ‘데이리스타 멸균우유 밀쉬’ 1L 제품도 지난달 중순부터 19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멸균우유 모두가 최소 100원에서 많게는 3000원까지 가격을 올린 셈이다. 기존 외식업 사업자, 커피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공급되던 수입 멸균우유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이번 가격 인상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일반 우유의 경우 리터당 2000원대에 판매되지만 멸균우유는 이보다 싼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고, 해외 기업의 가공용 원유 가격은 평균 리터당 400원대로 국내의 926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국산 원유 가격 상승에 멸균유까지 가격을 올리니 업계와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국내 낙농제품을 수입산이 대체해버렸을 때 가격이 비싸져도 어쩔 수 없이 수입산을 구매해야 하는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입 멸균유의 안전성과 품질도 문제시되고 있다. 원산지‧안전성‧유통기한이 국내산에 비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실제 수입산 멸균유의 유통기한은 1년이지만, 우리나라 멸균유는 12주다. 살균유 유통기한은 11~14일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멸균유도 유통기한을 1년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안전성과 품질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이홍구 교수는 “우리나라 우유는 세균수1A, 체세포1등급 원유를 사용해 제품에 표기하고 있고 매일 원유 검사를 통해 나온 부적합률이 0.02%(올해 상반기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수입 멸균유는 원유등급을 확인할 방법도 없고 안전성도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산 멸균우유를 섭취하고 있는 응답자 502명 중 320명은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해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구입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2개 복수응답)로는 △생산과정 및 유통과정의 안전성 보장이 안돼서(38.9%) △우유는 기본적으로 신선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38.2%) △원유의 원산지가 수입산 이라서(25.5%) 등으로 답했다.

한편 또 다른 대안인 대체우유의 가격은 귀리, 콩, 아몬드 등 원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두유의 경우 1L 기준 1000원대 후반에서 2000원대 초반까지, 비두유 제품인 귀리(오트) 우유는 3000원대 후반, 아몬드 우유는 3000원대 초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두유 제품들은 국내 일반 우유보다 싼 가격이고, 비두유 제품은 비싼 가격인 점과 비두유제품이 우유를 대체한다고 인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식물성 대체우유들은 가격적인 면에서 일반 우유와 경쟁력을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대체우유는 젖소에서 뽑아내는 우유와 달리 식물성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비건 식품으로 선호되며, 유당불내증 같은 소화 문제로 우유를 꺼리는 일반 소비자들도 즐겨 찾는다. 이런 점에서 식품·외식 업계는 일반 우유 대신 대체우유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9월 지속가능한 음료에 대한 고객 경험을 확대하고 지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식물 기반 대체 우유인 오트 밀크를 기본 선택 옵션으로 도입한 가운데 상위 인기 5개 음료에서 10만 건이 넘는 오트 밀크 선택이 적용됐다. 오트 밀크를 기본 우유로 하는 스타벅스 인기 음료인 ‘콜드 브루 오트 라떼’는 올해 4월 연중 상시 판매 제품으로 출시된 이후 6개월 만에 약 120만 잔이 판매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매일두유와 ‘아몬드 브리즈’의 생산·유통을 전담하고 있다. 최근에는 귀리 음료인 ‘어메이징 오트’를 출시해 콩, 아몬드, 귀리까지 다양한 곡물을 활용한 식물성 음료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매일유업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어메이징 오트’를 주력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코카콜라도 귀리를 이용한 조지아 크래프트 디카페인 오트 라떼를 출시했으며, 동서도 ‘오틀리’를 독점 수입, 카페,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판매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산 멸균우유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소비자조사 결과를 미루어볼 때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구입하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오히려 안전성과 품질문제로 국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수입산 멸균우유가 들어있는 제품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제품을 소비하고 있는 실정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입 멸균유 문제점은 도외시한 채 가격만으로 국내산 우유의 우수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이율배반적 발상이며 유업체는 국산 우유·유제품의 우수성 홍보와 질 좋은 국산 유제품 기술개발과 생산에 전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