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몰래 만들었더니 대박!…1초에 하나씩 팔린다
`품절 대란` 꼬북칩 개발자 신남선 파트장
"왜 하필 `네 겹` 이냐고? 미투 제품 막으려"
제품명 후보로는 에어칩…오징어땅콩 제쳐
20년 한길 스낵광, 오!감자 개발 주역
불탄 치킨팝 공장 앞서 펑펑 울기도
오레오처럼 1조 글로벌 메가브랜드 꿈
- 신미진 기자
- 입력 : 2021.01.24 08:56:08 수정 : 2021.01.24 09:06:02
신남선 오리온 글로벌연구소 개발4파트장.
2011년, 한 연구원이 2년을 쏟아부었던 과자 개발이 최종 중단됐다.
회사에서 20억원의 거금을 투자한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네 겹` 과자를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순 없었다. 4년간 협력사를 찾아다니며 과자를 만들었고, 열쇠를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경영진을 찾아갔다. 스낵 맛을 본 경영진은 "앞으로 오리온을 먹여살릴 제품"이라며 80억원의 재투자를 결정했다. 또다시 2년여간의 개발을 이어갔고, 총 8년이라는 시간 끝에 과자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4년 누적판매 1억4000만봉, 1초에 1봉씩 팔린 `꼬북칩` 개발자 신남선 오리온 글로벌 개발4파트장(45)의 얘기다.
꼬북칩. [사진 제공=오리온]
◆ 꼬북칩, 왜 네 겹일까
꼬북칩의 제품명 후보로는 `에어칩`, `멀티레이어칩`이 있었다. 그만큼 꼬북칩의 생명은 총 네겹으로 겹쳐진 층이 주는 식감이다. "바삭으로는 안 돼, 바사사사삭- 할 순 없을까?". 튜브 형태의 스낵 `오!감자`를 개발한 신 팀장은 과자의 양념보다 식감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밀가루 반죽 네 개의 끝을 붙이고, 층과 층사이를 띄웠다. 세 겹까지는 만들기가 쉬웠다. 신 파트장은 "이렇게 만들기가 쉬우면 미투(Me too) 제품이 금방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오!감자 출시 이후 미투 제품이 쏟아졌다. 미투 제품이 나오면 그때부터 경쟁력은 사라진다. 그렇게 네 겹의 도전이 시작됐다.
◆ 기계 개발에만 6년
스낵 개발에는 짧게는 3개월, 보통 1~2년이 걸린다. 꼬북칩 개발이 8년이나 걸린 이유도 바로 네 겹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네 겹 반죽 기계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외국의 한 회사를 찾았고, 수천번의 테스트를 거쳐 6년 만에 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엔 날씨가 문제였다. 고생 끝에 네 겹 층을 띄워놓으면 비가 왔다. 날씨가 습해지자 반죽은 다시 무너졌다. 날씨와 습도, 시간까지 모든 경우를 고려해 제조 과정을 재정비했다. 이때 확보한 기술은 오리온만의 특허가 됐다. 통상 테스트를 위해 기계를 한 번 돌릴때마다 수백만원이 든다. 신 파트장은 "부담감에 몇 달동안은 밤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치킨팝. [사진 제공=오리온]
◆국민간식 추로스서 영감
꼬북칩의 두 번째 홈런은 `초코츄러스맛`이다. `품절 대란`을 불러온 초코츄러스맛은 4개월 만에 1000만봉 판매를 기록, 기존 제품인 `꼬북칩 콘스프맛`과 같은 속도로 팔려나갔다. 초코츄러스맛은 실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에 앞서 꼬북칩 `스윗 시나몬맛`을 출시했는데, 국내에서만 반응이 기대 이하였다. 신 파트장은 츄러스를 떠올렸다.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에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추러스맛은 통하지 않을까?". 결과는 대박이었다. 초코츄러스맛 출시 이후 꼬북칩은 스테디셀러 `오징어땅콩`을 제치고 부동의 1위 포카칩을 이어 판매 순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 꼬북칩, 1조 메가브랜드 꿈
신 파트장은 2000년 오리온에 입사해 `오!감자`, `눈을감자` 등 히트작을 대거 개발한 스낵광이다. 꼬북칩을 히트작 반열에 올려놓은 신 파트장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했다. 바로 치킨팝이다. 그는 2016년 유럽 출장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화재로 이천공장이 불에탔고, 치킨팝 기계가 모두 소실됐다는 연락이었다. 귀국하자마자 찾았던 공장 앞에서 그는 직원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다. 반전은 소비자들에게서 나왔다다. 하루에도 몇통씩 치킨팝 재출시를 요청하는 전화가 쏟아졌고, 2019년 치킨팝은 다시 세상에 나왔다.
누적매출 2300억원을 기록한 과자를 개발한 연구원에게 돌아온 인센티브는 얼마일까. 그는 꼬북칩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금메달과 가족 해외여행권을 받았다고 한다. 꼬북칩은 국내외에도 중국과 미국, 캐나다 등 1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 신 파트장은 "오레오와 도리토스는 과자로만 전 세계에서 연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린다"며 "꼬북칩으로 1조원의 메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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