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농심 ‘육개장 사발면’…‘용기면’ 라면 시장 새 판도

곡산 2018. 8. 12. 14:46
[장수브랜드]농심 ‘육개장 사발면’…‘용기면’ 라면 시장 새 판도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8.07.24 01:35


빨리 익고 쉽게 불지 않아…얼큰한 맛 우리 입맛에 딱

1986년의 여의도 광장.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여자가 매점으로 향한다. 용기면을 하나 집어든 그는 재빠르게 용기에 물을 붓더니 라면을 들이킨다. 그리고 남긴 한마디. 

"요즘 참 편해졌죠. 라면은 농심이 맛있어요" 

강부자의 이 여의도광장 CF 2탄은 육개장 사발면의 혁신성과 맛을 단번에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한다. 농심 육개장 사발면은 그 때부터 판매 상승고점을 그리더니 작년 누적 판매 43억 개, 매출 1조5000억 원을 달성했다. 용기면 시장 부동의 1위, 전체 라면 시장에서도 신라면, 진라면,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에 이어 10위 권에 올라있다. 

 

1982년 출시된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국내 최초 사발면 용기면이다. 80년대 초반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로 소득면에서 10년 전 일본과 비슷했고 라면시장의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용기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농심은 이러한 시장변화를 판단하고 용기면 개발에 돌입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 맛 육수와 그에 맞는 면 개발이 강권이었다. 농심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봉지면보다 빨리 익고 단기간 국물이 면에 잘 베어나면서도 쉽게 불지 않는 면을 고안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1982년 11월 최초의 사발면 형태 용기면인 육개장사발면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농심은 당시 세계시장 트렌드인 컵 형태가 아닌 한국인에게 친숙한 ‘국사발’을 본떠 만든 ‘사발면’ 용기로 친숙하게 접근했다. 또한 국물 또한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얼큰하고 진한 육개장에 탱탱한 면발과 소용돌이 맛살이 잘 조화되게 만들어 단숨에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거기에 출시 가격 또한 당시 300원으로 가성비까지 충족된 제품이었다고. 

88올림픽서 세계적 명성…군대 훈련병·주한 미군 즐겨
36년간 43억 개-매출 1조5000억…큰사발에 봉지면도

농심 육개장은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외국인 방문객 및 외신 기자들의 큰 관심을 얻기도 했다. 미국 NBC에서 미국의 햄버거에 준하는 음식이라 소개되며 하루에 23만개씩 팔려나간 것.  맵지만 얼큰한 고기맛에 심심한 맛에 질린 주한 미군들이 좋아하는 제품 상위권에 속한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육개장은 또한 국군 장병에게 군생활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특식으로 꼽힌다. 면발이 가늘고 잘 튀겨져 있어 수백명의 인원에게 보급해줘야 한다는 한계로 인해 스테인레스 보온통을 통해 상대적으로 식은 물을 배급받아야 하는 훈련소에서도 면을 익히기 용이한 장점이 있다고. 또한 같은 이유로 인해 생라면으로 부숴서 먹기도 좋다.

농심은 육개장사발면의 인기에 힘입어 중량을 기존 86g에서 110g으로 늘린 육개장큰사발을 1995년에 선보였다. 2014년에는 육개장사발면의 맛을 그대로 살린 봉지라면 육개장 라면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육개장사발면은 너구리와 함께 농심의 라면 제품 가운데 출시가 가장 오래된 제품이다. 올해로 36살인 육개장사발면이지만, 젊은 소비자들과 꾸준히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올 봄 5월에는 ‘행운사발면’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과 교감했다. 육개장사발면과 김치사발면에 특별한 행운메시지를 담은 패키지를 출시해 소비자들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인증사진을 올리면 상품을 증정하는 온라인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새학기 청춘들을 응원하는 힐링 프로모션 ‘사발면 포유(for you)’를 진행했다. 육개장사발면 뚜껑 패키지에 12종의 다양한 응원 메시지를 삽입, 10~20대 학생들이 라면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2014년 월드컵 시즌에는 육개장사발면에 들어가는 소용돌이 맛살을 축구공 모양으로 바꿔 먹는 재미를 선사했으며, 2016년엔 앵그리버드 캐릭터를 넣은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육개장사발면 브랜드를 통해 용기면 주요 고객인 10~20대를 위한 펀(Fun)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