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커피를 빠르고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을까?”
이 질문으로부터 1976년 동서식품의 세계 최초의 ‘믹스커피’ 개발이 시작됐다. 김재명 전 회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80년 10월 기존 커피보다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맥심’이 탄생했고 동서식품은 그때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이후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점유율을 86%(2017, 닐슨 기준)로 끌어올리며 커피믹스 부문 1등 기업으로 도약했다. 김 전 회장이 원했던 ‘상류층 위주로 먹던 커피 문화의 대중화’를 어느 정도 이룬 것이다.
국내 최고로 ‘동결 건조’ 기술을 활용한 커피를 개발한 것이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1970년대 후반은 음악다방과 미군부대 주변, 그리고 수입 보따리상을 통해 주로 커피가 판매되던 시절이었다. 김재명 전 회장은 커피 시장이 다방 중심에서 가정 및 일터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동서식품은 70년 출시한 맥스웰 하우스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스턴트 커피와 다른 차별화된 제품이 필요하다고 김 전 회장은 생각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동서식품 합작사인 미국 제너럴 푸드 본사로 건너가 신제품 출시를 위한 기술 지원을 추진하게 된다. ‘동결건조 커피’는 섭씨 영하 40도 이하에서 원두를 농축‧분쇄해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방식이다. 기존 생산 설비보다 10배나 많은 투자가 필요했지만 제품은 가루형태인 당시 인스턴트커피에 비해 알갱이가 크고 물에 빠르게 녹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미국 제너럴 푸드는 기술자들을 대거 투입돼 설비 설치와 기술을 지원했다. 설비 설치 후 3개월 시운전을 해봤지만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미국 지원팀이 철수한 후 동서식품은 독자적으로 설비에서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결국 동서식품 기술팀은 커피 추출액과 공기를 혼합하는 펌프 문제로 배율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을 통해 미국과 똑같은 제품이 아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최적의 커피믹스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관계자는 회고했다.
1980년 10월 ‘맥심’ 커피믹스를 출시하자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쉽게 녹으면서도 적절한 맛을 내는 믹스 커피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매출이 지속 증가했다. 동서식품은 기세를 모아 1987년 커피, 크림, 설탕이 혼합돼 있던 기존 커피믹스에서 세 가지가 순차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신 개념 커피믹스도 출시했다.
반응 폭발적…신개념 제품으로 시장 선도
수출…한국적 제품 세계 시장서 인기 상승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가 1989년 시장에 뛰어들며 본격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네슬레는 8년 만에 시장을 40% 가량 잠식하며 동서식품을 압박했다. 동서식품은 1993년 국내 최초로 각자 취향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를 출시하며 경쟁에 맞불을 놓았다.
또한 1996년에는 ‘향이 좋은 커피’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안성기를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했다. 원두 함량을 높여 깔끔한 맛이 나도록 리뉴얼도 단행했다. 그 결과 1998년부터 점유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동서식품은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웰빙 트렌드에 따른 ‘맥심 웰빙 폴리페놀 커피’, 블랙커피 마니아들을 겨냥해 아라비카 원두의 맛과 향을 살린 ‘맥심 아라비카 100’ 다이어트 족을 위한 ‘맥심 웰빙 2분의 1칼로리 커피, 우유를 넣어 더 맛있어진 ’맥심 화이트골드‘ 등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꾸준히 판매가 순항중이다. 1975년 호주에 커피 50t를 수출했고 1983년에 대만, 1985년에는 미국, 일본,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는데 성공했고 2008년에는 커피와 커피믹스 수출액만 517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 판로를 넓히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서식품 정진 마케팅 팀장은 “커피의 진정한 기준은 맛과 향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지속 노력한 결과 국민이 사랑하는 대표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에 맞춰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