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동원참치’는 36년간 업계 1위를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장수브랜드이자 동원그룹을 일궈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매년 2억캔 이상 팔리는 이 제품은 작년 75%의 점유율로 4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6년보다 100억 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동원 측은 올해 매출 목표를 4750억 원으로 잡았다.
동원참치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200달러 정도였고 수산물 캔은 꽁치 정도가 전부였다. 1969년 동원산업을 설립해 운영 중이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국민소득 2000달러 시대가 되면 우리나라도 참치를 일반 가정에서 먹을 것으로 내다보고 참치캔 개발에 나섰다.
김 회장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으로 참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반상에 어울리는 살코기 위주의 참치캔을 만드는 일이 쉽지 많은 않았다.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동원 개발팀은 1982년 12월 면실유를 담은 ‘동원 참치 살코기캔’을 출시하는데 성공한다.
국내에 생소한 참치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동원은 제품 출시 초기 마인드 포지셔닝을 ‘고급식품’ ‘선진국형 식품’으로 포지셔닝하고 1차 소구 대상을 중, 상류층으로 잡았다. 동원 참치캔이 약 1000원으로 고가의 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참치캔을 알리기 위해 임직원들이 전국을 돌며 판매사원으로 캠페인을 펼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공휴일에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 등산로 입구 등에서 동원참치를 넣고 끊인 김치찌개 시식행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추석 선물로 선풍적 인기…시장 점유율 70% 넘어
웰빙 흐름타고 3000억 돌파…해외로 뻗어나가
동원참치가 서서히 알려지자 경쟁업체들도 참치캔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83년 6월에 동아제분이 ‘동아 씨치킨’ 제품을 출시했고 해태는 ‘남태평양참치’로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은 새롭게 형성된 3파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1984년 ‘추석명절 참치 선물 세트 출시’라는 카드를 내놨는데 이것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명절에 30만 세트 이상이 판매되며 대박이 난 것. 이후 동원참치는 시장 점유율 70%를 상회하며 국민참치의 반열로 올라서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아시안게임과 여름올림픽을 잇따라 개최하면서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동원참치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동원은 살코기참치 외에 야채참치, 고추참치 등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이렇게 참치캔이 필수 편의식품으로 자리잡아가며 90년대 이후 참치캔은 학생들의 단골 도시락 반찬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며 자녀들 도시락 반찬으로 참치캔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동원의 매출도 계속 성장세를 보였다.
잘나가던 동원이 장벽에 부딪친 것은 ‘통조림 식품’이라는 선입견이었다. 소비자들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살코기 참치를 불량 식품으로 오인했고 동원은 '바다에서 온 건강'이란 구호를 앞세워 참치의 영양학적 가치를 소개하는 마케팅에 집중했다. 치매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이 참치에 들어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마케팅 활동은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 흐름과 맞물려 참치의 제2전성기를 이끌게 된다. 2003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정체기를 겪던 동원참치는 2011년 매출 3000억 원을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동원F&B는 그동안 꾸준히 시장 흐름에 맞는 참치캔을 선보이며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0년에는 시각적으로 화려한 요리가 유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샐러드나 카나페 등에 활용하기 좋은 정육면체(큐브) 모양 '델큐브참치'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가정간편식(HMR) 인기를 반영해 밥과 바로 먹는 '더참치 핫치폴레·소이갈릭·고소한쌈' 3종을 출시했다. 더참치는 살코기 참치에 소스를 더해 밥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를 입힌 '미니언즈 악동매콤참치'를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미니언즈의 표정을 각각 다르게 새긴 디자인 24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관심을 모았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동원참치의 이미지 건강함과 활기, 젊음을 부여하기 위해 소비자들과 소통 창구를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36년 장수브랜드로 업종을 리드하며 신제품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