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패스트푸드 업계는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초 불거진 ‘햄버거병’ 파문에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유통기한이 지난 브라질산 닭고기와 소고기 수입·유통 사실이 알려지면서 몸살을 앓았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난해 SPC그룹이 들여온 미국 ‘쉐이크쉑’ 열풍에 대응하는 프리미엄버거 경쟁에 나섰지만 잇따른 악재에 휘말리면서 주춤한 상태다. 여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선언한 직후 불거진 일부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에 간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햄버거 FC업계 ‘햄버거 포비아’ 직격탄
외식프랜차이즈 시장이 갑질 이슈로 들끓는 동안 패스트푸드업계는 식재료 및 식품안전성 문제로 시끄러웠다. 최근 한 달간 햄버거병 이슈로 패스트푸드업계 전체가 극단적인 매출 하락을 겪었고, 육계를 취급하는 패스트푸드업체에서는 상반기 내내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닭고기 가격 상승을 비롯해 브라질산 닭고기 파동으로 인한 매출 감소, 소비 심리 위축까지 더해져 이중고에 시달렸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브라질에서 BRF 등 일부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유통기한을 넘긴 닭고기와 소고기를 불법 유통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히며 판매를 중단하고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맘스터치는 소비자 심리를 고려해 일부 메뉴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 웰빙바람이 불자 각 업체는 프리미엄 메뉴를 개발해서 시장에 선보였다. SPC그룹 쉐이크쉑버거(왼쪽부터)?맥도날드 시그니처 버거?롯데리아 와규버거. 맥도날드 키오스크 매장.사진=SPC그룹·맥도날드·롯데리아 제공 |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루 뒤 문제 제품들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았다며 유통판매 중단조치를 해제했다. 국내에 유통된 브라질산 닭고기는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7월 들어서는 맥도날드로 불거진 ‘햄버거 공포증’(햄버거 포비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이른바 ‘햄버거병’ 논란은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의 맥도날드 점포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어린이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의 90%가 손상됐다며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맥도날드의 주요 매장은 이에 따라 최근 매출이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리아, 버거킹 등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평균 매출이 20~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쉐이크쉡 버거 상륙 이후 각 브랜드에서 주력하고 있는 프리미엄 햄버거 인기도 사그라지고 있다.
당초 맥도날드의 수제버거 ‘시그니처버거’와 롯데리아의 수제버거 ‘AZ버거’ 등은 수제버거 열풍에 따라 가성비(가격대비 품질) 높은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HUS의 원인이 맥도날드인지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당분간 소비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도 햄버거 포비아를 부추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식재료 관리 실태와 조리 과정 점검을 벌이고 있다. 또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매출액 30억 원 이상 분쇄가공육 생산업체 133곳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쿠킹 타임 등의 매뉴얼을 꼭 지키라는 지침을 강조하고 있다. KFC에서는 규정된 온도 이하 또는 규정된 시간 이하로 튀겨진 제품은 즉시 폐기하는 쿡아웃 절차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KFC관계자는 “식품업계가 하반기에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는 기간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각 브랜드들에서 식재료 및 식품 안전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이 강세
프리미엄의 가치에 가성비를 접목한 패스트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패스트푸드 업체에도 영향을 끼쳐 브랜드마다 질 높은 원재료를 활용해 패티와 번을 차별화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프리미엄 버거 열풍의 시발점은 SPC의 쉐이크쉑버거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쉐이크쉑은 강남점, 청담점이 전세계 120개 매장 가운데 각각 매출 1, 3위를 차지하며 국내 버거시장에 안착했다. 기존 버거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버거 출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프리미엄 라인 시그니처 버거를 일부 매장에서 판매해 오다 지난 3월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아재버거 출시로 프리미엄 버거의 가능성을 확인한 롯데리아는 호주산 와규 100%를 사용한 신제품 와규 2종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상향 평준화된 입맛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최저임금 인상, 키오스크 설치로 대응
최저 임금 상승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은 외식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패스트푸드업계에서는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키오스크 설치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현재 전체 매장의 40%가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상암DMC 매장에 디지털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직원이 직접 서빙해주는 신개념 미래형 매장을 도입했으며, 연말까지 미래형 매장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KFC도 키오스크 도입을 눈앞에 뒀다. 아직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은 모 패스트푸드 브랜드 관계자도 “지점에서 키오스크 설치를 먼저 문의하고 있다. 매장 수익률 증대에 도움이 된다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17년 외식 트렌드 전망’에 따르면 배달외식에 대한 비용이 전년 대비 7% 증가했으며, 배달 음식점 중 패스트푸드에 대한 지출 비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빙수 배달 테스트 운영을 진행했으며 고객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업계 최초로 빙수를 배달하고 있다. KFC도 7월 초 앱을 출시하며 “딜리버리 주문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