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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상반기 결산/분식편의점 고공행진에 분식업계 ‘울상’[984호]

곡산 2017. 8. 14. 08:12

[특집]상반기 결산/분식편의점 고공행진에 분식업계 ‘울상’[984호]


2017년 07월 23일 (일) l 이동은 기자l delee@foodbank.co.kr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급성장하고 간편식 제품들이 앞다퉈 소개되면서 분식업계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과 최저임금인상, 상표권 분쟁 등으로 업계는 시끌시끌한 분위기다.

인건비가 상승된다면 노동집약적인 구조와 단가가 낮은 메뉴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 새로운 트렌드를 개척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분식업계 위협하는 편의점 간편식 시장 

불황일수록 분식이 잘 팔린다는 통설처럼 2014년까지 분식업계는 세월호 여파를 이겨냈을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계속 되는 경기불황에 무한리필 즉석떡볶이 시장이 참신한 아이템과 가성비를 내세우며 새로운 분식계 강자로 떠올랐고 편의점 간편식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기존 분식업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편의점 시장에서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즐길 수 있는 떡볶이 메뉴와 김말이, 튀김, 떡볶이가 함께 들어 있는 분식 세트메뉴를 잇따라 론칭하면서 분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편의점 씨유(CU)의 연도별 도시락 매출신장률은 지난 2014년 10.2%, 2015년 65.8%, 지난해 168.3%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에서 분식류 메뉴를 선보이면서 올해 상반기 매출 공개가 어려울 정도로 매출 부진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혼밥 트렌드에 1인용 분식 세트메뉴를 내놓은 업체의 경우 생각만큼 반응이 빠르게 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식겸 안주, 야식으로 통했던 분식이 편의점 간편식에 자리를 빼앗겼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편의점에서 김밥, 떡볶이, 순대와 심지어는 라면 즉석조리기를 설치하면서 근방 1km 이내 분식집은 다 망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김밥과 간편식을 자주 찾는다는 30대 한 여성 고객은 퇴근길 자주 찾던 분식집의 방문 횟수는 줄고 편의점으로 향하는 횟수가 많아졌다고 이야기한다. 편의점 떡볶이는 컵라면처럼 종이 용기에 재료를 넣고 떡과 소스, 물만 부으면 2~3분 안에 완성되기 때문에 혼밥을 즐기는 고객들은 간편함과 저렴함에 자주 찾게 된다는 반응이다.

반격 나선 분식, 편의점과 윈-윈 전략

이와는 반대로 도시락 메뉴를 선보이면서 편의점 업계 반격에 나선 브랜드도 있다. 김밥분식 전문 브랜드 ‘김가네’는 올해 4월 스팸옛날도시락을 선보이면서 편의점 도시락과는 다른 콘셉트로 도시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편의점 도시락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견과류멸치볶음을 도시락에 넣어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엄마표 도시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죠스푸드의 김밥 브랜드 ‘바르다 김선생’은 지난 5월 신세계가 운영하는 위드미(이마트24) 편의점에 숍인숍으로 오픈하면서 편의점과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모색했다. 그랩앤고 방식으로 쇼케이스에 김밥을 비치하거나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방식 중에 고객들이 선택하게끔 콘셉트를 잡아 경쟁력을 갖추었다.

프리미엄 김밥시장, 경쟁력만 살아 남아 

지난 7월 1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올해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분식 및 김밥전문점(70.97→81.19)의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전문가들도 2017년 외식업계 키워드로 패스트 프리미엄을 꼽으며 프리미엄 김밥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얌샘의 ‘얌샘김밥’은 지난해보다 가맹점이 20개가 늘었고 가맹점 평균 매출액도 2016년 대비 12%의 증가를 보이면서 선전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막상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미엄 김밥 시장이 과당경쟁으로 거품 꺼지기가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얌샘김밥 마케팅팀 정재웅 대리는 “지난해 호황을 누렸던 프리미엄 김밥 시장이 업체들의 과도한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몇몇 업체들의 시장이탈 현상이 일어났다”며 “패스트 프리미엄 트렌드를 김밥 외에 다른 메뉴에도 적용시키거나 대대적인 메뉴 개편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유행성 프랜차이즈의 거품이 꺼지면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시장 개편이 일어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업체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인상과 프랜차이즈 규제로 난황

내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분식업계는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 분식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집약적인 구조로 인건비가 오르면 가맹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은 훨씬 더 줄어든다.

김가네 일원점의 경우 50㎡(15평) 남짓한 규모지만 주방과 홀을 합해 총 6명의 인력이 일을 하고 있다. 김밥을 마는 직원 2명, 홀1명, 카운터 1명에 주방고정인력 2명이 움직인다. 김밥 메뉴의 특성상 고객이 오면 바로 포장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2명 정도는 꼭 있어야 한다는 게 가맹점주의 설명이다.

인근에 있는 다른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점주나 직원 2명이 운영 중인데 한 그릇에 3천~4천 원 받으면서 인건비까지 올려 줄 여력이 없다며 점주 혼자서 운영하거나 폐점까지 고려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분식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계속 되는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으로 정부의 규제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떡볶이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와 규제가 심해져 수익 구조를 기존 물류에서 로열티로 바꿀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