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식품사업 혁신…농산물 부가가치 높인다

곡산 2017. 3. 10. 08:34

식품사업 혁신…농산물 부가가치 높인다

농협 농업경제, 식품회사 설립 ‘잰걸음’
국내 식품산업규모 163조…농협 1300억 불과 지역농협 중심 단순 가공·포장…경쟁력 낮아
소비트렌드 반영 국산 특화 농식품 개발 절실 업무 일원화·전국 물류망 구축 등 과제 수두룩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 임직원들이 최근 농협 식품사업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식품사업 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농협그룹 내 식품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식품회사 설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는 2012년 이후 두차례 미뤄졌던 식품회사 설립 시한을 6월 말로 잠정 결정하고,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회사설립 시기를 6개월여 앞당긴 것은 농업여건과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 속도에 비춰볼 때 하루라도 더 빨리 회사를 설립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이 왜 식품사업을 활성화해야 하고,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식품사업 여건과 농협 식품사업 현주소=식품업계는 최근 수년 동안 1인·맞벌이 가구를 겨냥한 가정간편식(HMR)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 결과 최근 2~3년 새 편의점과 대형 마트에는 가정간편식이나 반외식상품·도시락 같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냉장·냉동 형태의 가정간편식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맛과 품질이 업그레이드된 상온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더 다양한 제품군의 냉동식품 출시를 예상한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프리미엄 상품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며 냉동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데서 기인한다.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2011년 8000억원이던 시장규모는 2013년 1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전년보다 35% 성장한 2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간편식 외에도 식품제조업과 외식을 포함한 국내 식품산업 규모도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기준 163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세에 비해 농협 식품사업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해 기준 농협 식품사업 규모는 1300억원 수준으로,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농협 가공공장에서 생산·공급하는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매출원가 비중이 90%에 육박해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판매상품도 대부분 원료를 단순 가공·포장하는 수준에 머물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신상품 개발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조합마다 비슷한 상품이 쏟아지고, 계통조직끼리 집안 싸움을 벌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수십년의 역사에도 농협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 식품사업은 개별 조합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중앙회는 방관하다시피 해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산 농산물 활용 식품개발=어려운 여건에도 농협이 식품회사 설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세가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가 가격 부담이 적은 외국산 농산물의 원료 사용을 선호하다보니 식품산업 성장이 국내산 농산물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 농업을 위축시키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농업계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꿈꾸는 농협이 국내산 농산물로 특화한 프리미엄 농식품을 취급하는 농식품회사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협이 식품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국내산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건강과 기능성·간편성을 지향하는 소비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농협 식품사업의 현위치를 냉정히 평가해 식품회사 설립 방향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먼저 1차 농산물 단순 가공 수준을 탈피하지 못한 지역농협 가공공장 제품의 업그레이드와 판매망 확대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농협브랜드로 한데 모아 일반 상품과 맞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 향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신상품은 농산물 원재료 사용량이 많은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해마다 소비량이 줄어 문제가 되는 쌀이나 콩 등을 활용한 농협만의 차별화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밀가루 소비량의 30%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연간 50만t의 쌀을 추가 소비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식품사업부장은 “쌀 가공식품 개발은 현재 경남 밀양에 ㈜오리온과 합작해 건립 중인 케이푸드㈜ 공장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쌀가루 상품을 개발하고 쌀과자 등을 출시해 쌀 추가 소비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식품회사 설립까지 촉박한 일정이지만 남은 기간에 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조직·인력체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사업이관에 따른 전산시스템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농협하나로유통·농협양곡 등 농협경제지주 내 계통조직이 따로 수행 중인 식품 관련 업무를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상품 개발 업무는 협의를 통해 새로운 식품회사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전국단위 영업·물류망 구축, 온라인·홈쇼핑·급식시장 활성화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조완규 농협경제지주 사업지원본부장은 “식품 선도기업으로 떠오르기 위해선 기존 시장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며 “농협 식품사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시장에서 어떤 제품이 어떻게 개발돼 팔리고 있는지를 자세히 파악한 뒤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홍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