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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니어산업이 일본에 뒤처지는 까닭

곡산 2017. 2. 11. 20:00
한국 시니어산업이 일본에 뒤처지는 까닭

홍보시설-유통망-표준화 부재, 선제적 지원정책도 미흡

이진우 기자 jinulee@econovill.com

670만명과 3400만명. 우리나라와 일본의 시니어(만 65세 이상) 인구 수이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며, 80세 이상 초고령자는 1002만명(2015년 기준)으로, 세계 1위 ‘초고령 사회’다. 그런 만큼 고령자를 위한 일본 시니어산업은 제도와 산업 면에서 한국에 앞서 있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의 ‘신성장동력 시니어산업-일본 시니어산업 성공요인 및 국내현황 비교’ 자료에 따르면 일본 시니어산업의 발달 요인으로 정부 차원의 시니어제품 홍보 활성화, 다양한 유통망 운영을 통한 시니어제품 접근성 확보, 시니어제품의 규격과 표기법 표준화 같은 제도 및 인프라 확충 지원을 꼽았다.

 

  
▲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 온라인 시니어용품 판매점 '케어 타노메일'

일본 시니어산업 성장 3대 요인

시니어제품 홍보 활성화의 경우, 일본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도로 지난 1992년부터 일본 전역에 120여개(현재 81개)에 이르는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장을 설치, 고령자들이 시니어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고 구매상담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즉, 시니어제품은 보고, 만지고, 느껴야 소비가 일어나고, 한번 사용해 본 뒤 재구매 비율이 매우 높은 경험재의 특성을 지닌 만큼 오프라인 유통점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이 일본 시니어산업 성장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장에는 침실, 욕실, 화장실, 일상생활용품을 포함해 이동기기, 건강예방기기, 재활기기, 건축주택설비 등의 2000여 종류 관련제품을 구비하고, 체험 서비스 및 정보 제공을 지원한다.

가령, 오사카에 세워진 일본 최대 시니어제품 전시체험장 ‘ATC Ageless Center’는 1996년 개장 직후 3개월 동안 10만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시니어제품 접근성 확보에서 일본은 쇼핑몰, 편의점, 수퍼마켓, 택배서비스 등 다양한 유통경로를 이용해 제품들을 손쉽게 구매하도록 돼 있다.

일본 굴지의 유통기업 이토요카도는 자체 시니어용 PB(자체 브랜드) 상품판매장 ‘안심서포트숍’을 2004년부터 운영, 현재 100개 이상의 숍을 개설해 놓고 있다.

편의점 역시 미니스톱을 보유한 유통기업 이온그룹은 2012년부터 시니어식품을 판매했고, 로손은 노인요양 서비스 상담창구와 시니어용품 전용판매 코너를 갖춘 편의점을 선보였다.

이밖에 수산식품사는 어류·소고기로 만든 씹기 쉬운 시니어식품을 가정까지 배송하는 택배사업을 2014년에 실시했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한 도시락 택배 서비스도 가세했다.

일본은 시니어제품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시니어식품별 생산규격, 정보표기법을 통일해 고령자가 식품을 편리하게 선택하도록 배려했다.

2000년대부터 등장한 시니어식품의 통일규격 마련을 위해 2002년 50여개 시니어식품 제조기업을 회원사로 한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발족, 엄격한 인증 절차를 밟아 만든 시니어식품에 ‘유니버셜디자인푸드’ 공동 인증마크를 부여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유니버셜디자인푸드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은 72개이며, 최근 9년 사이 생산량과 매출액이 나란히 3배 이상 증가하는데 기여했다.

이같은 제도 및 인프라 지원에 힘입어 일본 시니어산업 규모는 1990년 연 330조원에서 2010년 670조원으로 2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오는 2020년 740조원, 2030년 77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일본 시니어산업 발달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고령인구 증가에 대처하는 일본사회의 선제적 지원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부터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골드플랜 21’, ‘개호보험제도’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골드플랜 21은 치매성 고령자 지원 대책을 비롯해 종합 질병관리시스템 구축, 지역생활 지원체제 정비 등 노인복지 증진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며, 2000년에 도입시행된 개호보험은 만 40세 이상 국민 전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강제적(의무적) 사회보험제도로, 보험료 납입 시 여러 시니어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유사하다.

특히, 개호보험 실시로 일본 고령자 및 환자 등 보험가입자는 급여품목으로 지정된 각종 시니어제품을 정상가격의 20% 이하 수준으로 구매 또는 대여할 수 있으며, 구입 때 보조금을 받는다. 이는 시니어제품 생산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시니어제품 대여시장의 경우, 1990년 약 100조원에서 오는 2025년 1550조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의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장 주요 전시 제품들.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기획재정부

한국 시니어산업의 현주소

우리나라는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법으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경로효친 사상을 고양하고,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주역인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서다. 국내의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67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기념일 지정과 노인층 증가와는 동떨어지게 시니어산업은 이웃나라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다.

전경련은 “국내 시니어제품 시장은 초기 단계로, 제품 종류 및 관련 정보가 별로 없고, 살 수 있는 유통망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81개 시니어제품 상설전시장이 있는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전국에 성남, 대구, 광주 3곳에 시니어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나마 최대규모인 성남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경우 연간 방문자 수가 일본최대 오사카 전시관의 7분의 1 수준인 3만여명에 불과하고, 지역주민들도 시설운영 여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유통망을 이용한 시니어제품 접근성 확보에서도 우리나라는 대형 유통점은 물론 중소형 유통점에서 시니어제품 전용 코너는 전무한 상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유아동용 제품 전용숍은 흔히 볼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만 0~2세 영유아 130만명을 위한 아동용품점은 어디에나 있는 반면, 만 65세 이상 고령층 670만명을 위한 시니어 전문점은 찾아보기 힘든게 국내의 현주소이다.

시니어제품 표준화 부재도 국내 시니어 소비자들의 구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엔 ‘고령친화우수제품’ 인증제도가 있지만 시니어식품의 국가인증은 없어 소비자 신뢰 확보에 여의치 않고, 고령자들이 자신에 맞는 식품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까지 끼치고 있다는 평가이다.

따라서 국내 시니어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 시니어제품 생산기업들의 유통채널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한국판 유니버셜 디자인푸드 제도’ 도입, 시니어제품 표준화 시행, 시니어 전용 상설전시장 증설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전경련은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