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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농심 대표, 위기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곡산 2013. 10. 21. 11:18
박준 농심 대표, 위기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총체적 난국 정면돌파 선언‥ 품질 타협 없다
2013년 10월 18일 (금) 16:04:35김남규 기자 ngk@ftoday.co.kr
  
농심 박준 대표이사

[파이낸셜투데이=김남규 기자]허기진 배를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채울 수 있는 음식 라면. 아마도 한국인의 인식에 깊이 각인된 라면에 대한 단면일 것이다. 농심은 국내에서 지난 역사 50년 동안 가장 많은 이가 찾은 제품을 생산한 기업으로, 최근 국내 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의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리길 수차례 반복한 국내 기업을 하나 콕 찍으라면 아마도 농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잊을만하면 ‘툭’하고 터지는 라면 속 발암물질 검출 보도는 먹거리 안전을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하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올해 초 공정위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부여받은 1354억원의 과징금 폭탄과 최근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진행되는 8000억원 규모의 소송도 수십 년간 쌓아온 농심의 공력을 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서민 음식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 속에서도 가격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는 한계는 기업 짊어진 숙명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많은 악재가 겹겹이 쌓은 상황에서도 농심의 박준 대표는 직원들에게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강한 승부사 근성

신춘호 농심 회장은 지난해 초 기업이 전방위 위기에 처하자 박준(63)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회사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한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생존을 위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고, 이를 위한 해외사업에 밝은 인물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박준 대표는 미국지사장과 국제담당 이사, 국제사업총괄 사장 등을 차례로 역임한 인물답게 해외시장 개척에 기업 역량을 집중했다. 이후 한국의 매운맛에 가장 먼저 길들여진 지역은 몽골이다. 농심은 현지 시장 진출 10년 만인 올해 4월, 점유율 40%를 돌파하면서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박준 대표가 가장 먼저 보여준 가시적인 성과였다. 또한 농심은 최근 중국시장에서 누적 매출 10억달러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중국 시장 진출 15년만으로, 이 금액을 판매개수로 환산하면 약 18억개가 넘는다. 13억 중국인 모두가 한번 이상 신라면을 먹어본 수치다.

특히 해외에서 농심 라면은 저렴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한국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좁은 국내 시장 넘어 전 세계인 입맛 정조준
오리온 비켜‥빼앗긴 감자칩 시장 탈환 나서

박 대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고 올해 1월부터 미국 3600여개 매장에 라면을 공급하고 나섰다. 또 2월에는 영국 4대 유통회사인 모리슨과 스위스 최대 유통회사 미그로스 등과도 라면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유통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격의 실마리 제대로 잡은 ‘감자칩’

농심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영역은 감자칩 시장이다.  농심 ‘포테토칩’은 아마도 30대 이상의 소비자층에게 가장 익숙한 감자칩 제품일 것이다. 그러나 농심이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사이 감자칩 수요가 가장 높은 20대 이하 소비자층에게 어느새 포테토칩이란 이름이 지워진 상태였다.

박 대표는 올해 초 감자칩 시장 1위 탈환을 선언한다. 1994년 오리온에게 빼앗긴 권좌를 20여년 만에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이미 두 배 이상 벌어진 점유율을 좁히기에는 쉽지 않았다. 이에 그는 경영 화두 역시 ‘도전’으로 정하고 세부 과제로 감자칩 시장 1위 탈환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농심은 감자칩 1위 탈환을 위해 ‘수미칩’의 품질 개선에 나섰다. 가장 먼저 수미감자의 수확 시기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충남 아산에 170억원을 투자해 약 1만1570㎡ 규모의 감자 저장관리 시설을 증축했다. 이어 품질이 가장 좋은 수미 감자 확보를 위해 전국 450여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노력에 보답하듯 올해 상반기 수미칩 매출액은 11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수미칩이 새우깡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원 사기 살리는 일하기 좋은 직장

농심은 최근 어린이집 개설, 임신 직원 탄력근무제 도입 등 여성 근로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출산과 육아가 퇴사와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고, 업무 전문성을 계속해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농심은 신대방동 본사 부지에 개원한 어린이집은 연면적 460㎡, 2층 규모로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이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어린이집 외에도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은 안양과 안성 사업장에 이색 휴게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피로와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선후배 간 소통의 공간으로 여성전용 황토 찜질방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임신 직원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탄력근무제’도 도입했다.이에 따라 농심의 임신 직원들은 5개월 동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 1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농심은 남성 직원들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해피데이로 정하고, 야근과 회의 및 회식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연중 자율휴가 제도와 연차 사용을 독려해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ftof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