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소띠 기업인들, 새해 소망을 말하다

곡산 2009. 1. 2. 20:43
소띠 기업인들, 새해 소망을 말하다
"타고난 성실로 위기 극복해야죠"
조양래 한국타이어회장등 수십명 경영일선에
60~70년대 산업화·경제발전 일군 주역들
풍부한 경험바탕 경제난국 돌파 적임자 꼽혀

김민형 기자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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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인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다.

소는 과거 우리나라 농경사회에서 재산목록 1호였다. 소는 사람 몇 명의 노동력을 담당했기 때문에 소를 갖고 있는 농가는 부자로 통했다. 또 우직하고 근면한 성품은 사람도 본받아야 할 점으로 여겼다. ‘소같이 일한다’는 속담은 소의 근면성을 배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충직한 성격도 인간으로부터 사랑 받는 이유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지금의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 경제주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근면ㆍ끈기ㆍ충직 등 소가 갖고 있는 성품이다. 새해를 맞아 소띠 경영인들의 활약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소띠 기업인들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최도석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등 줄잡아 수십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1949년생 소띠 기업인들은 올해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해 남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아는 나이라는 이순(耳順)으로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경영 전면에 나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950년 6ㆍ25동란 직전에 태어난 1949년생 소띠 CEO들은 정치ㆍ경제적으로 극도로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전후 복구시기에 유년기를 보내고 개발독재 시대에 우리나라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청춘을 바친 주역들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제발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어 현재의 경제난국을 돌파할 적임자로 손꼽힌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띠 기업인 가운데 제일 연장자는 1937년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다.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효성그룹 회장인 조석래 회장의 친동생이다. 그는 워낙 조용한 경영스타일 때문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조 회장은 자동차 수요 감소에 따른 불황국면을 타개하는데 2009년의 경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1949년생 오너 CEO들의 대표주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오는 3월 회갑을 맞는 조 회장은 소띠 해를 맞아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율 불안정이라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그룹을 순항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올해 특유의 ‘스피드 경영’으로 시멘트 등 제조업 중심에서 금융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파리바게뜨ㆍ배스킨라빈스ㆍ던킨도너츠ㆍ삼립식품 등 다수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해 ‘식품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도 소띠 CEO다. 그는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삼립식품을 되살렸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소비침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주식 평가액이 3,698억원에 달해 소띠 CEO 중 최고의 ‘주식부자’로 주목 받고 있다. 희성그룹은 올해도 전자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개발로 LG전자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할 계획이다.

재계에는 오너 외에 전문경영인들도 소띠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의 자금을 총괄하고 있는 최도석 경영지원총괄사장과 김순택 삼성SDI 사장 등은 2009년 경제위기를 돌파해낼 주요 경영인으로 각오가 남다르다. 최 사장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의 퇴진으로 혼란스러웠던 경영구조를 안착시키고 불황기 자금운용 전략을 짜야 하고 김 사장은 기존 PDP사업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서야 한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경제위기 속에 맞은 새해를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각오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LG화학에만 몸담아온 정통 화학맨인 김 부회장은 요란스럽게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묵묵히 일하는 것으로 유명해 성품도 소와 닮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유독 소띠 CEO가 많다.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김봉구 금호리조트 사장,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 등 4명이 모두 1949년생 소띠다. 이들은 2008년 그룹을 짓눌렀던 유동성 악화설을 떨쳐버리고 계열사들을 순항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공교롭게도 해외 최대 전략지역 책임자들이 모두 소띠여서 눈길을 끈다. 우남균 중국총괄 사장, 김종은 유럽총괄 사장이 모두 1949년생으로 글로벌 3위 전자업체 자리를 굳히고 있는 LG전자에 2009년 새 기운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색적인 소띠 경영자들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그룹도 있다. 동부그룹에서는 공채 동기 출신 소띠 CEO들이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현장을 누빈다. 1949년생인 최헌기 동부익스프레스 대표(사장)와 이순병 동부건설 건설본부대표(부사장)가 그 주인공. 이들은 1974년 동부그룹 공채 1기 출신으로 동부의 ‘소띠 파워’를 보여줄 작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949년생 소띠 CEO들은 전후 복구, 오일쇼크, 외환위기 등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현업에서 실무자로 뛰면서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며 “2009년은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한해가 되겠지만 이들의 몸에 밴 성실성과 노하우라면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