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지방

식품업체, 트랜스지방 줄인다며 포화지방 늘이나?

곡산 2008. 5. 26. 23:54
식품업체, 트랜스지방 줄인다며 포화지방 늘이나?
소비자원 조사, 시중 과자 90% 이상 포화지방 함유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모두 과다섭취하면 성인병 유발
2008-05-15 17:34:55 [ 조정희 기자 ]

일부 식품업체가 과다섭취 시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트랜스지방을 음식에서 줄인 반면, 포화지방 함유량을 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도넛, 팝콘(전자레인지용) 등에서 트랜스 지방 함유량이 줄어든 반면 포화지방이 늘어났다. 포화지방은 1980년대 미국에서 비만의 주범으로 알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라면과 스낵에 함유되어 논란이 됐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도넛류 트랜스지방 실태조사 결과 일부 인터넷 판매제품에서 1회 제공량(70g) 평균 함유량이 2.7g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다른 제품들에서는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줄어들고 포화지방 함유량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하는 하루 섭취열량 기준 트랜스지방 함유량은 1% 이하다. 식약청이 지난 3~5월 서울지역 주요 도넛매장, 인터넷 사이트 판매제품 총 179건을 조사한 결과 도넛류는 1회 제공량 당 트랜스지방 평균 함량이 0.2g으로 2005년 대비 95% 가량 낮아졌고, 전자레인지용 팝콘도 100g당 0.1g 수준으로 2005년 대비 99% 정도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도넛류에서는 포화지방 함유량이 2005년 기준 100%에서 올해에는 122%로 늘어났고, 전자레인지용 팝콘의 경우 2005년 100g당 6.5g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8.6g으로 늘어났다.

이뿐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자류 70개 제품에서는 포화지방 함량이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화지방은 2.6g에서 최대 23.6g까지 함유되어 있었다.

식약청이 조사한 결과 전자레인지용 팝콘에서 트랜스지방 함양은 줄어든 반면 포화지방의 함유량이 늘어났다. ⓒ식약청

트랜스지방 VS 포화지방, 성인병 유발의 주범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으로 혈관에 쌓이면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을 높인다. 과다섭취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비만, 치매, 당뇨병,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지(마가린, 쇼트닝 등), 양념(마요네즈, 소스 등), 빵(햄버거, 도넛, 피자, 케이크 등), 과자(파이, 쿠키, 팝콘 등), 인스턴트식품(수프 등)와 튀김, 유제품, 어육제품 등에 들어 있다.

전자레인지용 즉석팝콘에 트랜스지방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냉동피자와 버터, 마가린이 든 빵, 토스트 등에 많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한 번 튀긴 기름을 다시 사용하거나 같은 기름을 여러 번 가열해도 트랜스지방이 많이 만들어진다.

덴마크에서는 2004년 트렌스지방 함유량이 2%를 넘는 가공식품의 유통을 금지시켰다. 국내에서도 트랜스지방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자 마가린, 쇼트닝 등 고체기름을 생산하는 롯데삼강, 삼양, 오뚜기, CJ 등 식품업체에서는 미국 기준으로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0으로 낮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에서 가공유지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든 과자, 제빵업체들도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동참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과정에서 동물성 포화지방이 늘어나고 말았다. 포화지방은 인체에 일부 필요한 지방이지만 이 역시 많이 섭취할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관계 질병을 일으키고 비만, 성인병을 일으킬 요인이 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일일권장량의 약 10%(15g)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제한량을 따로 두지 않아 소비자들이 알아서 섭취량을 계산해야 한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포화지방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건강을 위해 버터 대신 마가린이 유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라면, 스낵류 등에서 포화지방이 함유된 팜유가 사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 팜유를 사용하던 업체들이 포화지방 논란에 휘말리자 대두경화유로 바꿨다가, 이제는 트랜스지방이 문제되자 다시 팜유를 사용하는 형국이다.

올해 말부터 트랜스지방뿐 아니라 포화지방 함유량도 함께 표시하도록 식품성분표시 규정이 강화되지만 패스트푸드 등 즉석가공품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팜유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 바꿔 사용하거나 팜유에 콩기름 등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물성기름을 혼합해 사용할 것을 권한다. 패스트푸드에서 포화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섭취량을 알고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식약청은 트랜스지방 저감화 정책에 대한 자료집을 발표하고, 포화지방을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과 저감화 정책을 적극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트랜스지방뿐 아니라 포화지방 함유량도 자체적으로 따져보고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부 차원의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2008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전시장 내 폭스바겐 부스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뉴 비틀 모양의 대형 과자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의한 영양성분 표시는 식빵, 케이크, 도넛, 건과류, 캔디류, 초콜릿류, 잼류 등에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탄수화물/당류, 단백질, 지방/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등을 1회 제공량, 100g당, 100mm당, 1포장당 등으로 표시하고 있어 기준이 다르고, 함량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이 영양성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영국식품기준청의 신호등 표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호등 표시제도는 소비자들이 식품 영양성분 함량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지방, 포화지방, 당, 나트륨 등을 표시기준량에 따라 적색(고), 황색(중), 녹색(저) 등의 색깔로 표시하는 제도다.

신호등 표시기준을 소비자원이 조사한 70개 과자제품에 적용하면 포화지방은 91.4%, 지방은 77.1%, 당류는 65.7%가 적색에 해당한다. 소비자원은 “조사 결과 상당수 제품이 포화지방, 당류 등을 과다 함유하고 있었다”며 “최근 증가하는 소아비만의 예방 차원에서도 이런 영양성분 저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화지방과 지방의 경우 녹색표시 기준에 해당되는 제품은 조사 대상 70개 제품 중 단 1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