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고압적인 상사는 조직 망친다

곡산 2008. 5. 25. 19:17
고압적인 상사는 조직 망친다
새로운 리더의 3가지 조건

지난 93년에 첫 출간된 ‘시마 과장’.

시마 고우사쿠 과장이 대기업 하츠바사에서 성공해나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만화로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만화 속에서 시마 과장은 지난 4월 지주회사 사장 자리에 올라서며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극적 흥미를 더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겠지만 시마 과장은 사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만화는 만화일 뿐이란 핀잔을 듣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시마 과장과 같은 아웃사이더 출신 사장들이 일본 기업들에서도 실제로 꽤 등장했다. 아르바이트 출신, 자회사 말단 직원 출신 등 스토리도 다양하다. 사장이 회사 외부에서 영입되기도 하고 갓 마흔이 된 직원들이 사장이 되기도 한다. 항상 그룹에서 파견한 사장이 내려오던 회사에서 내부승진으로 사장이 되기도 하고 창업가의 최고고문이 사장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닛케이비즈니스는 일본 기업을 둘러싼 환경을 꼽았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며 인력 이동도 잦아졌고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처럼 조직 안에서만 커온 사람들보다는 현장을 잘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의 시대가 됐다는 것.

조직을 살려라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코우랜드머티리얼의 고우야마 사장. 원래 이 회사는 도시바의 자회사인 도시바세라믹이었다. 2004년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도시바 본사에서 고우야마 당시 상무를 파견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고우야마 사장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신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경영진인수(MBO)로 회사를 인수했다.

구조조정이 예상됐으나 고우야마 사장은 오히려 펀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투자를 더 늘렸다. 인원 구조조정도 없었다. 공격적인 투자가 다행히 빛을 발해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의 매출 및 경상이익을 2년 만에 각각 1.5배, 1.7배 늘렸다. 고우야마 사장이 말하는 비결은 하나뿐이다. “모든 회사는 저력이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리더가 그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지의 차이일 뿐입니다.”

유능한 인재만 가려낸다

외국사와의 제휴관계 해소, 자회사의 적자, 기업 합병. 쉽지 않은 3가지 난제를 모두 넘어선 사장이 있다. 공업기계 제조로 꽤 이름이 알려진 야마다케의 고노기 사장이다.

하니월과의 제휴관계가 사라지면서 브랜드 인지도 하락, 사업부문별로 분사를 했으나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고노기 사장이 택한 방법은 사실 극약처방에 가까웠다. 인수합병을 통해서 기업의 생산능력을 키웠고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에서 나서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반발을 걱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고노기 사장은 사원에게 책임을 맡기고 전체적인 방향성만을 제시하는 것이 리더의 업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직원의 목소리에서 문제를 찾아라

회사에 다양한 배경을 지닌 직원들이 늘어나면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제각각의 요구사항이다. 회사에 따라 이를 나름의 문화대로 처리해나간다.

그러나 일본 P&G 역사상 최초의 내부 승진으로 현직에 오른 기리야마 사장은 “부하나 동료들이 모두 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은 필수”라고 설명한다. 일례로 P&G 일본법인은 16년 전부터 육아휴업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한 성과는 컸다. 현재 관리직 내 여성의 비율은 24.8%에 달한다. 또 올해엔 닛케이우먼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리야마 사장은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고 갖가지 이유를 만드는 것 자체가 편견에서 시작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원의 의견을 듣고 이를 통해 회사의 방침을 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덕분에 P&G는 여성들에게 선망의 직장이 됐다.

[매일경제신문 증권부 = 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