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소식

간장의 운명은?

곡산 2008. 4. 22. 09:05
간장의 운명은?
간장업계 1위 샘표, 경영권분쟁 내일 결판
사모펀드 '마르스1호' 주식 공개매수
"최대주주 정보공개 요구도 거부해
불투명한 경영 개선… 이익 높일 것"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국내 간장업계 1위 기업인 샘표식품 경영권을 둘러싼 현 경영진과 국내 사모펀드의 힘 겨루기가 오는 23일 판가름난다.

23일은 우리투자증권 '마르스1호 사모투자펀드'(지분 29.97%)가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며 적대적 주식 공개매수 시한으로 정한 날이다. 마르스 측이 계획대로 50%의 지분을 확보하면 이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 개입이 가능해진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31.46%의 지분을 가진 박진선(58) 사장 등 현 경영진은 "우호지분이 많은 만큼, 마르스로부터 경영권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62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대표적 중견기업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자본력 약한 중견기업 흔들기'라는 의견과 '가족경영의 불투명성이 가져온 결과'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가족 갈등에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

샘표식품의 경영권 분쟁은 11년 전 대주주 일가의 집안 갈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승복(86) 회장은 1997년 대표이사를 아들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주며, 자신의 이복 동생인 박승재(2006년 사망) 당시 사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이에 강력히 반발한 박승재 전 사장 측은 현 경영진에 반대하는 다른 주주들을 규합, 2006년 9월 지분 24.1%를 마르스 펀드에 넘겼다.

최대주주가 된 마르스 펀드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경영권 참여를 요구했으나, 현 경영진은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거부했다.

마르스 펀드는 2007년과 2008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지만, 우호지분을 확보한 현 경영진에 밀렸다. 이에 지난 4일 주당 3만원에 주식 89만여 주(20.03%)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발표하며, 박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단기차익 노린 흔들기' vs. '경영 투명성 확보'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우리투자증권 남동규 이사는 "샘표식품은 자산보유와 브랜드 가치, 기술적 측면에서 잠재력이 큰 데도, 그에 맞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의 불투명한 경영만 개선하면, 이익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스 펀드는 박 사장이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과 거래를 하면서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등 숨기는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 남 이사는 "회사 정보를 요구해도 기밀이라며 알려주지 않고, 사외이사 선임 요구도 묵살하는 등 최대주주에 맞는 최소한의 대우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 현 경영진은 "펀드는 차익만 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사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마르스 펀드는 애초부터 회사와 직원, 주주들의 이해에는 관심이 없고, 구조조정을 한 다음 매각할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오충열 이사는 "2~3년간 진행해 온 사업 구조조정이 최근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경영실적이 나쁘다고 하는데,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오면 그런 소리가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 경영진은 이번 대결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오 이사는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마르스 펀드의 지분 추가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르스 펀드 측은 이번에 목표한 지분을 달성하더라도 당장 대표이사 교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경영활동에 참여, 회사의 수익을 최대한 높인다는 생각이다. 남 이사는 "50% 지분 확보에 실패할 경우에도 현 경영진에 대해 경영 투명성을 계속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