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 `소비자 입맛` 잊어버렸나
음료업체들이 '지식의 함정'에 빠졌다.
'음료는 우리가 가장 잘 안다'는 고정관념이 거꾸로 업계 전반에 위기를 몰고온 원인이 된 것이다.
음료시장은 진입장벽이 낮고 유행에 민감한데 음료업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내거나 새 트렌드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웰빙 붐 속에 탄산음료가 위축되고 과일주스는 원가 부담이 심화되는데 신개념 음료는 한결같이 비음료업체에서 나오고 있다.
히트제품이 없다 보니 음료업체들은 3~4년씩 연속 적자로 이어졌고,급기야 해태음료에선 사장이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히트제품 실종→실적 악화→CEO 경질'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본업에서 밀리는 음료업계
2004년 최대 히트 음료는 제약회사인 광동제약의 '비타 500'.비타민을 알약이 아닌 음료로 마시고,약국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판다는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다.
2005년엔 식품업체인 동원F&B가 '보성녹차'로 녹차음료 붐을 일으켰고,2006년 '17차'(남양유업),지난해 '옥수수수염차'(광동제약) 등 물처럼 마시는 음료 시대를 열었다.
음료업체들은 지난 4년간 '빅 히트' 상품을 전혀 내지 못한 채 이런 히트제품을 베낀 '카피제품'으로 시장 변화를 따라가기 급급한 모습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원료 가격이 급등해 더욱 고전하고 있다.
주스 원료인 포도ㆍ사과ㆍ오렌지 농축액과 과당ㆍ설탕 등이 20~30%씩 오른데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와 임금상승 부담까지 가중됐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음료 가격을 10% 안팎 올렸지만 원가 상승분을 상쇄하기엔 미흡하다.
◆실적 악화 언제까지
탄산음료의 대명사였던 코카콜라음료(옛 코카콜라보틀링)는 4년 연속,해태음료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 매출이 4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74억원 적자였다.
2004년 이후 4년간 누적 적자가 49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에 인수돼 올해에는 LG의 영업력에 기대고 있다.
해태음료는 2004년 일본 아사히맥주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05년 108억원의 적자로 전환했고 2006년 160억원,지난해 190억원으로 영업손실이 점점 불었다.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도 지난해 매출(1조1104억원)은 전년 대비 3% 늘었지만 순익(647억원)은 10% 줄어,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2003년 순익(1235억원)에 비해선 반토막이다.
2000년대 초 쌀음료 '아침햇살'로 돌풍을 일으켰던 웅진식품도 지난해 순익이 3억원에 머물렀고,동아오츠카는 1억5000만원을 버는 데 그쳤다.
지난달 말 사퇴한 오주섭 전 해태음료 대표는 "음료업체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M&A로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선 고정비를 커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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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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