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벼룩간 빼먹기 프로젝트 "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라"

곡산 2008. 4. 3. 08:28

벼룩간 빼먹기 프로젝트 " 중소기업으로 위장하라"

 

[ 2008-04-03 06:30:00 ]

CBS경제부 임진수 기자   임진수의 블로그 가기
일부 대형업체들이 허술한 중소기업 자격요건을 악용해 중소기업으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정부 관급입찰에 참여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

전국 20개 공장 거느린 업체가 중소기업?

레미콘업체인 A사는 IMF 금융외환위기로 해체됐다 최근 다시 정상화되고 있는 모 재벌그룹의 계열사였다.

모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A사 역시 위기를 맞긴 했지만 A사는 여전히 전국에 20여개의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연매출도 2,8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레미콘계에서는 대형업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A사는 중소기업으로 등록돼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관급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A사는 자본총액 650억원, 종업원수 330여명으로 중소기업 기준인 자본금 80억원 미만, 종업원수 300인미만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종업원수가 300인이 넘지 않아 3년간의 중소기업자격 유예기간에 포함돼 아직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것.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A사는 누가 봐도 대기업이지만 교묘하게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영업하고 있다"며 "이런 업체가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하면 당연히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매출 4조에 30대 기업집단 노리는 업체가 중소기업?

지역 레미콘업체에서 출발해 꾸준히 사업 확장에 성공한 B그룹은 최근에는 전자제품 유통과 증권업, 택배사업 등에 진출하며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달성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성공했지만 B그룹은 여전히 전국에 30여개가 넘는 레미콘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B그룹의 자회사 격인 이들 레미콘공장은 각각의 법인으로 등록돼 여전히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있다. 때문에 B그룹 회사 관계자가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지역레미콘조합 조합장을 맡고 있을 정도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사업으로 성공해서 재벌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를 줘야지 아직도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관급입찰에 참가하는게 말이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B그룹 관계자는 "현재 B그룹의 레미콘부문 가운데 관급입찰로 얻는 매출규모는 2%밖에 안될 정도로 관급입찰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며 "올 4월에 정부가 B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할 계획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밖에 식품제조업으로 매출 1조원을 올리고 있는 C그룹은 중소기업으로 등록된 자회사를 통해 군납빵 입찰에 참여해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허술한 법기준으로 대기업들 너도나도 중소기업 행세

이같이 누가봐도 중소기업이라 할 수 없는 대형업체들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관급입찰에 참여하는 등 혜택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에는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재벌그룹)이나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된 기업이 아니면 대기업과의 지분관계에 상관없이 자본금 80억이하, 종업원수 300인미만 요건에 따라 중소기업 분류된다.

때문에 왠만한 대기업 계열의 기업이라해도 각각의 법인으로 등록하거나 자본금, 종업원수 요건을 억지로 끼워맞추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게 된다.

특히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된다하더라도 3년간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3년이 지난뒤 자본금이나 종업원을 줄이면 다시 중소기업으로 분류되게 된다.

중기청 '제도개선 검토하겠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청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현행법 하에서는 명백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요건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으로 분류하게 돼 있어서 우리도 어떻게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도개선을 위한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오면 중소기업기준을 새롭게 정하는 작업을 실시할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납품중단까지 불사하는 중소업체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일부 대형업체들이 허술한 법망을 교묘히 활용해 중소기업의 설자리를 뺏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