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CJ 식품값 인하 놓고, 내려라 vs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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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
범삼성가로 불리는 대형마트 업계 1위 신세계 이마트와 식품업체 1위 CJ제일제당이 식품값 인상과 PL(자체브랜드) 상품 등을 둘러싸고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밀가루 매입 담당자들은 종일 CJ와 실랑이를 벌였다. CJ제일제당이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밀 가격이 오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평균 25%가량 밀가루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CJ 측에서 공급 중단도 불사하겠다고 압박을 가하는 통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대형마트 1위 자존심이 걸린 이마트는 경쟁업체가 다 올리고 난 12월 24일부터 올리겠다고 맞섰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이 "3사가 동시에 21일부터 인상하기로 했다"며 몰아붙이자 이마트는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긴 22일부터 올렸다. 그것도 CJ가 요구하는 가격 25%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마트 관계자는 "연단위 공급 계약을 하기 때문에 2008년 3월까지 인상을 미루려고 했다. 밀가루값이 오르면 식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기 때문에 서로 고통을 분담할 방법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 가속되는 원가 공방 =
이마트와 CJ 간 가격 공방은 늘 원가 공방으로 이어진다. 밀가루 가격 인상협상 때 이마트는 "그럼 원자재 가격이 내리면 가격을 내릴 것이냐"며 원가 분석과 정보 공유 필요성을 주장했다. 원가를 서로 공유해야 가격변동 때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원가는 기업 비밀이므로 이마트 요구는 말이 안 된다. 인상 요인이 생기면 이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이마트는 이에 앞선 지난해 10월 가격혁명을 내세우며 PL 상품을 대폭 늘렸다.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데 대해 이마트는 과다한 마케팅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다양한 원가절감 방법이 있는데 식품업체 중 제품 원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분석해본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즉석밥은 마케팅 비용이 30%가량 되는데 이 비용을 줄여 저렴한 PL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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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저가로 소비자 선택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 정면대결 피했지만 갈등 여전 =
이마트는 최근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365상품'을 내놓았다. 가격을 40% 할인하고 1년 365일 내내 가격을 고정시킨다는 기획이다. 앞으로 상품 수를 1000여 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365상품을 내놓으면서 일반상품과 가격비교를 내세우려 했으나 포기했다. 가격 비교를 하면 CJ제일제당 제품과 비교되는 상품이 많아서다. 실제 해태식품 등과 기획해 내놓은 만두 제품은 대부분 CJ제일제당 만두와 경쟁관계다. 365상품은 많은 식품업체와 공동 기획했지만 CJ제일제당 것은 없다.
◆ CJ "이마트는 경쟁자" =
지난해 PL 제품을 대거 내놓았을 때도 대표상품이던 이마트 '왕후의밥'과 CJ제일제당 '햇반'이 계속 비교되면서 두 회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에 이마트가 정면대결을 피한 셈이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PL 확대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제조업체와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1위 브랜드 제품을 가진 제조업체 파워는 여전히 대형마트를 앞서고 있다. 결국 상생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대표 주자로서 두 회사 경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지난달 식품시장 주도권이 이마트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고 '경쟁자'라는 표현도 썼다.
그는 "강한 경쟁자일수록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이마트와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고 상품 질로 승부를 보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CJ제일제당이 제조업체지만 대형 유통업체 구실도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보면 대형마트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CJ가 판매하는 밀가루는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양이 20~30% 수준이고 70~80%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밀가루값 인상 때도 CJ가 자사 대리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형마트에 똑같은 수준으로 인상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CJ는 주요 공급처인 데다 강력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들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전태유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유통산업이 성장하면서 유통업계와 제조업체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소비자에게 이익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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