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의 던킨도너츠, 롯데그룹의 크리스피크림에 이어 올 들어 CJ, GS가 도넛시장에 속속 가세하며 하반기 매장 확대에 적극 나서 본격적인 4파전 양상에 돌입했다.
갓 튀긴 동그란 빵에 초콜릿 등 각종 재료를 부어 만든 대표적인 간식거리 도넛은 1993년 SPC그룹의 던킨도너츠가 국내에 처음 진출했을 때에만 해도 시장이 미미했지만 이후 해마다 최고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4년 롯데그룹이 미국 크리스피크림을 도입해 경쟁체제를 갖춘 이후 기존 시장을 나눠먹기 보다는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성장세를 구가하자 올 들어 CJ, GS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손을 대 연말경이면 2000억 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도넛의 이 같은 성장에는 서양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주식 외에 간식에도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주식 이외의 간식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맛과 모양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한 도넛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며 “특히 도넛은 간식으로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 선물용으로도 각광받고 있어 향후에도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 4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GS ‘미스터도넛’ 명동점 안테나숍이 시범 점포 운영기간인 3개월이 지나면서 매장 확대에 발 벗고 나서는 등 하반기 도넛 4사의 본격 경쟁시작 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 격인 CJ와 GS는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도넛을 판매하는 던킨과 크리스피크림과 달리 매장에서 직접 제조하거나 구워내는 방식으로 소비자 입맛 잡기와 선발업체 따라잡기 경쟁에 들어갔다.
■ SPC ‘던킨도너츠’
1993년 국내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10년이 넘는 동안 시장 점유율 90%,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국내 최대 도넛 브랜드인 던킨도너츠는 올 들어 도넛 전문점의 한계를 탈피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매장임을 내세워 소비자들 공략했다.
특히 베이글을 중심으로 ‘아침&베이글’ 캠페인을 전개한 던킨도너츠는 ‘아침사양족’으로 불리는 블루슈머를 설득해 새로운 아침식사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베이글의 경우 저지방 저콜스테롤이 특징으로 웰빙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상반기 베이글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500% 이상 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던킨도너츠는 후발업체들이 자사제품을 ‘공장에서 만든 빵’으로 폄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맞서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수제 도넛인 아트 도넛과 시원하게 냉장 보관해 먹는 색다른 컨셉의 ‘쿨도너츠’를 출시하며 시장방어에 나섰다.
던킨도너츠 전성민 대리는 “던킨의 이러한 변화는 고객에게 좀 더 신선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업계 부동의 1위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등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 도넛 시장의 1위 자리를 굳건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던킨은 특히 카페형 매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2005년 명동, 강남 등의 직영점을 중심으로 확대된 던킨도너츠의 카페형 매장은 현재 전국적으로 5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전 대리는 “직영점을 중심으로 카페형 매장을 확대한 결과 매출 증대 등 고객 호응도가 높게 나타나면서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카페형 매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실제 대학로점의 경우 리뉴얼 전 대비 30% 정도 가량 매출 성장 효과를 보는 등 앞으로 직영점 외에 기존 가맹점 및 신규 가맹점 가운데서도 내부 규정에 맞는 매장을 중심으로 카페형 매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롯데 ‘크리스피크림도너츠’
2004년 던킨이 도넛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진출한 크리스피크림도너츠는 2005년 6개 매장에서 1백억 원 매출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 17개 매장에서 3백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두를 뒤쫓고 있다. 크리스피크림은 7월 현재 생산형 매장 19개, 비생산형 매장 3개를 비롯해 총 2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 매장오픈 보다는 제품 강화에 집중한 크리스피크림은 던킨에 비해 제품의 종류가 적다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도넛, 케이크, 음료까지 다양한 제품 구색을 신경을 썼다.
올들어 선보인 헤븐리 피치, 파인애플 피에스타, 오렌지 탱고 과일 도넛 외 신제품들은 모두 글레이즈를 입히지 않음으로써 단맛은 줄이고, 천연 원료만를 사용해 과일 자체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등 기존 제품이 ‘너무 달다’라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품질을 개선시켰다.
또한 도넛과 함께할 수 있는 음료와 커피 등의 제품도 강화했다. 이전보다 고급화한 미국 자바브랜드의 고품질 원두를 사용해 전문점에 버금가는 커피를 제공하는 한편 여름철을 겨냥해 우유와 요거트를 섞은 프로즌 음료까지 내놓으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며 하반기 지방 매장 확장에 앞서 다양한 소비자 계층을 공략하기 위한 만만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지난달 27일 잠실점과 이달 2일 대학로점 오픈에 이어 하반기에는 대구, 광주, 인천공항 등을 포함해 5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며,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크리피크림 마케팅 이경민 계장은 “크리스피크림은 '체험식 매장'이라는 독특성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관심과 도넛시장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보다 많은 지역에서 크리스피크림만의 맛을 느끼고 하고 싶어 하는 만큼 올해 30개까지 직영매장을 늘리고, 본사와의 5년 직영계약이 끝나면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CJ ‘도노스튜디오’
올해 초 강남에 1호점을 낸 도노스튜디오는 4개사 중 유일하게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국산 도넛임을 내세운다. 수제도넛 전문점이라는 컨셉트답게 모든 도넛은 매장에서 직접 구워서 판매한다.
도노는 매장에서 도넛 마스터가 수제 작업을 거쳐 반가공 상태로 매장에 공급한 것을 갓 구워 내기 때문에 신선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최종 가공단계에서 도넛을 튀기는 것이 아니라 오븐에 한번 구워 내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가 덜 하다는 점에서 보다 웰빙스러운 도넛 제품임을 내세운다.
인테리어 또한 도넛 전문점이라기보다는 카페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미를 갖췄으며,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장식된 데커레이션 도넛으로 특히 20대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은 설명이다.
국내 순수 브랜드인 만큼 오픈 이후 적극적으로 소비자 반응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등 신제품 6종과 여름음료 판매 강화를 위해서 그린티, 더블베리, 크래식 등 3종류의 아이스스노잉(빙수)를 출시했다.
CJ푸드빌 심은정 과장은 “소비자 반응을 지속적으로 조사하며 맛과 멋과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올 하반기 다른 도넛업체들이 매장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에 있던 브랜드가 아닌 국내 브랜드로 시작하다 보니 적어도 1년 정도 테스트 기간을 거칠 것”이라며 올해는 3개의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노는 향후 가맹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오픈하는 3개 점포는 매장의 크기가 다양하게 해 가맹점으로써의 사업성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GS ‘미스터도너츠’
올 4월에 명동에 1호점을 오픈한 미스터도너츠는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밀가루에 찹쌀가루를 섞어 구운 도넛인 폰데링 등의 독특한 도넛 메뉴와 귀여운 캐릭터로 오픈 초 일매출 1000만원을 기록하며 도넛 비수기인 현재도 하루 5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3개월간 테스트 기간을 평가한 결과 성공적인 론칭이라 자평하고 있다.
GS리테일 서일호 대리는 “명동점은 1층에 60평 규모지만 경쟁사인 던킨 명동점에 비해 최고 2배, 크리스피크림과는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도너츠는 100% 매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드는 따끈한 도넛으로 폰데링을 대표 인기메뉴로 꼽는다.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도넛에 한입 가득 베어 물고 우물우물 씹다 보면 입안이 즐거워진다며 그래서 더 쫀득하고 달지 않고, 색다른 맛이라고들 좋아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미스터도너츠는 3개월간의 상반기 테스트 기간이 지난 만큼 하반기 서울 중심지에 10개의 직영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미스터도너츠 관계자는 “올해 문을 여는 모든 점포는 직영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맹점을 모집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GS리테일은 국내 1위 편의점 GS25를 운영하고 있어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포 개발 및 가맹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GS리테일은 매장에서 직접 도넛을 만들 수 있는 일명 '도넛 장인'을 키우기 위해 일본의 도넛 아카데미를 한국에 신설하고 수제도넛의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