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침체된 건기식시장 활로 없나③-건기식 클러스터 설립 가능성은?

곡산 2007. 7. 21. 08:22
침체된 건기식시장 활로 없나③-건기식 클러스터 설립 가능성은?
바이오·제약·식품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 필수
‘바이오경제’ 도래 대비 소재개발 공통 과제
실현 땐 제품화·판매망 확보 등 시너지 효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약, 바이오, 식품 산업과 연계해 클러스터를 구축해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찬성하는 집단은 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정관학산연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한다.

정부주도는 물론 산업체 중심의 클러스터 구축도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각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건식시장 활성화는커녕 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또 “클러스터 구축 등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고의 전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연구,개발,마케팅 공조

건식산업 클러스터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바이오 및 제약 산업과 연계해 기능성 소재를 공동으로 연구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재 개발이나 연구, 제품화 후 마케팅까지 각 업체의 노하우가 그대로 묻어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바이오산업이 식품에 접목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점과 건식시장에 진출한 제약회사들이 독특한 유통구조로 잇따라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음을 감안한 견해이다.

한국바이오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말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의 시장규모는 내수 2조3000억 원, 수출 1조2000억 원 등 3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이오식품 분야는 약 1조1450억 원에 달해 전체의 41.3%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내수 6433억 원, 수출 423억 원의 성적표를 받은 건식 시장과 규모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산자부와 복지부 등 정부기관에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 놓는 등 당분간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의 경우도 대웅제약이 지난 6월 출시한 코큐텐 VQ가 약국판매망을 통해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유통구조의 재편 움직임도 엿보인다. 여전히 방문판매가 건식의 주요 유통채널로 각광받고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자체 유통망을 앞세워 약국을 비롯해 대형할인점이나 로드숍 등으로 판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자금순환이 느리다는 이유로 약국을 통한 판매를 기피하는 건식업계의 관행과는 대조를 이룬다.

때문에 바이오·제약 회사와의 연계를 통한 기능성소재의 공동개발 및 연구는 물론 유통채널 확보, 제품 개발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기에 산업클러스터가 제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경민 벤처·기술사업단 수석연구원은 “기능성식품은 지식이 수반돼야 하는 분야인데다 임상실험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클러스터가)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서 “기능성 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소나 학교, 제품화와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 등이 연계해 집적화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이렇게 될 경우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바이오산업 위주로 형성되지 않겠느냐”면서 “누가 주도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클러스터의 성격이 상당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 상호 신뢰성 확보 관건

산업클러스터 구축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먼저 나서서 진행할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다. 막대한 투자비용과 기술유출, 안정화되지 않은 시장과 불투명한 미래 등 산재된 문제점들로 인해 선뜻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제약 회사와의 업무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소위 ‘담보’가 없다”면서 “업계 상호간 신뢰형성이 관건인데 건식시장은 아직 이 같은 신뢰형성이 돼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건식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수 없는 이유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지 불과 2~3년 밖에 되지 않아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고 △장수 인기품목이 없으며 △기술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점 등을 꼽았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산업클러스터는 대기업보다 중소업체 위주로 형성돼야 하는데, 업계 자체에서 클러스터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능성원료가 나타나면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후 일제히 제품
화에 나서기 때문에 먼저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별로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2004년 클로렐라부터 지금의 코큐텐, CLA까지 새로운 기능성 원료가 등장하면 거의 대부분 업체들이 해당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해 동반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소재개발보다 제품시장 동향 파악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다. 클러스터가 구축될 경우 이 같은 눈치 보기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여기에 기능성 소재 연구기관이나 기업 연구소의 전략화 된 연구체계 마련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특정 원료로 수십 년 간 연구를 진행해 왔던 기업들조차도 제품화나 제품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면서 “연구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타깃화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부분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제품 판매를 통해 수익 창출을 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소재에 대한 원천 기술로 수익을 남겨야 한다”면서 “이러다 식품은 물론 제약, 바이오 산업 등에 밀려 시장이 만개하기도 전에 떨어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표했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IT산업과 마찬가지로 바이오 산업의 부가가치는 기초 및 원천기술에 의해 창출된다”면서 “지적재산권을 선점함으로써 기술 이전과 로열티 수입 등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 지원 유도해야

이 같은 생각은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추세인데다 정부와 업계를 비롯해 학계, 언론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바이오산업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바이오산업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은 걸음마 단계”라면서도 “매출 및 수출이 2005년 기준 2조 7714억 원에 불과하지만 2020년쯤 생명공학의 산업적 활용이 경제를 주도하는 ‘바이오경제’시대가 올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명공학 관련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설명이다. 건식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이유도 바이오산업의 성장 전망과 일치한다.

때문에 바이오산업계에서는 “유전체·생체네트워크·뇌인지 등과 함께 생체정보 분석·합성생물학 등 신생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확한 타깃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약 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막강하다. 정부는 지난달 열린 ‘바이오산업 세계 선도화 포럼’에서 한·미 FTA타결로 위기에 처한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존기반을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의 하나로 ‘성공불융자’의 도입을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국내 제약업체가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 상업화 추진단계에 이를 경우 ‘높은 위험, 높은 수익’을 특징으로 하는 사업에 정부가 투자비를 지원해 사업이 성공하면 원리금과 특별부담금을 부담시키고, 실패할 경우엔 원리금을 대폭 감면 또는 면제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의 펀드를 도입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약개발 투자에 민간 금융시장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연구하기로 했다. 의약품의 수출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cGMP)에 적합한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공장의 건설과 신약연구에 필요한 연구, 분석기기의 국산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미래 신기술 창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2011년까지 기초연구 중 개인 연구 지원 비중을 60%까지 늘리는 등 연구·개발(R&D) 지원의 효율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기술연구에 심혈을 기울인 바이오·제약 업계의 노력과 이를 지속적으로 알린 학계, 언론의 역할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강건너 불구경' 식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건식업계에 비난의 화살이 빗발친다. ‘어차피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위기마저 팽배한 실정이다. 바이오·제약·건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직접적인 제스처는 취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만히 앉아서 정부의 지원을 바래서는 안된다”며 “업계 스스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그 자구책이 클러스터든, 시장 안정화든 업계에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관련 이해단체들의 유기적인 대화와 업무 협조가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강훈 기자 : zzang@thinkf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