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침제된 건기식시장 활로 없나②-기술개발 여건·활성화 필요

곡산 2007. 7. 21. 08:21
침제된 건기식시장 활로 없나②-기술개발 여건·활성화 필요
소재 발굴·제품화 정부 주도 다각적 지원 절실
장기간 막대한 자금 소요 中企 에 큰 부담
덴마크 모범 사례…산·학 연계 클러스터 성과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소의 합작으로 공동브랜드를 설립하거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려 해도 경쟁력을 갖춘 기능성 소재가 없어 여의치 않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건식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순수 국산 소재는 대부분 한약재나 채소에서 나올 것”이라며 “이들 제품은 최소 10년 이상, 수천 억 이상의 투자비용이 드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서는) 투자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기능성 소재 연구 전문업체와 제품화 전문업체, 마케팅 전문업체 등 특정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한 중소업체들이 공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 됐다.

그러나 이는 자금이나 시설지원, 컨설팅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술 개발과 기술이전, 사업화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 기술이전 성공보다 실패 많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 연구원 A씨는 지난 1999년 미생물을 소재로 한 바이오소재 개발업체 B사를 창업했다. 바이오소재 개발에 대한 전문지식과 연구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던 A사는 원자력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진삼’ 추출 기술을 인삼제품 전문 기업인 C사와 함께 기술이전 받았다.

이전받은 ‘진삼 추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A사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기술개발촉진법 등의 법률에 근거, A사에게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A사는 △제품화에 필요한 생산기술 및 설비 부재 △충분한 기술정보제공 및 지도·상담 부재 △높은 기술이해도에도 불구하고 사업화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화에 실패했다. 반면 인삼제품을 주로 취급하던 B사는 풍부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제품화에 성공, 현재까지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대조를 이뤘다.

A사 관계자는 “실패 원인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험부족과 제도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전기술의 사업화는 기술적 요인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닌데도 정부는 지나치게 기술의 사업적 성공을 조건으로 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 외에도 인력이나 시설, 장비지원책 등의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는 정부의 지원보다 금융권에서 자금지원을 받는 것이 훨씬 낫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전에 따른 사업화의 성공요인으로 △기술제공자 요인 △기술 수용자요인 △기술요인 △환경요인 등 네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자체에 대한 지원이나 사업화를 위핸 경쟁적 관계 형성, 기술이전 전담조직 구성 등의 ‘기술제공자 요인’과 기술에 대한 명확한 비전·확신을 수반하는 ‘기술수용자 요인’, 초기단계의 원천기술을 이어 받아 이를 실용화하고 제품화하기 위해 추가연구 시스템 구축 등의 기술요인과 정부의 폭넓고 지속적인 지원 등 환경요인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비로소 이전 기술이 시장에 선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개발보다 수입에 의존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결국 자금과 기술력, 사업화 전략 등 한 업체 안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라며 “현 실정에서 이를 충족시킬 만한 중소업체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업화가 어렵고, 정부의 지원정책이 허점이 많은 상태에서 누가 소재개발에 올인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외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능성소재를 들여와 국내 건강기능식품 품질규격에 맞게 제품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기능성 소재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돼 기능성을 입증받은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암웨이 조양희 이사는 “국내에서만 구할 수 있는 소재가 극히 드물고 이 소재들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해외에서 개발된 기능성소재들은 기능성 원료 품질규격에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 식품연구소 하효철 박사 역시 “국내에서만 개발할 수 있는 기능성 소재를 많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 “미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투자가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구기술과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국내에서만 개발할 수 있는 기능성소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한 대기업 연구팀장은 “기능성소재 연구는 반드시 사업화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한다”면서 “신소재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회사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연구 기간도 길고, 소요되는 비용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는 것. 이미 기능성이 입증된 소재로 제품화해야 하는 기업들의 현실인 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건강기능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시설 △연구인력 △마케팅 전문가 △사업화 전문가 △풍부한 자금력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능성 소재 개발에 올인하는 중소기업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고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 집약 클러스터 필요성 대두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술이전을 받는 곳은 제품화 기술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 중심이어야 하는데,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면서까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소재로 제품화에 선뜻 나서겠냐는 것이 중론이다. 소재개발, 제품화, 상업화 등 분야별 전문가집단으로 구성된 중소업체들끼리 힘을 모을 수도 있지만 수익배분 등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이전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면서 “연구인력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재 개발에 몰두한다면 보다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대규모 클러스터를 구축, 건식 시장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덴마크와 스웨덴 경계지역에 세계적인 식품 클러스터인 외레순 클러스터가 있다”면서 “이 곳에서 창출하는 매출규모는 우리돈으로 45조원 규모로 양국 국민총생산의 1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도 이런 대규모 클러스트를 통해 건식시장과 식품시장의 활성화, 세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레순 클러스터는 정부 기관 중 하나인 클러스터 사무국을 중심으로 룬트대학, 덴마크기술대학 등 14개 대학과 기능성식품 과학센터를 비롯한 각 기업 연구개발센터, 식품․유통․마케팅 관련 업체들이 2만900㎢에 모여있는 세계 최대 식품클러스터 중 하나다.

여기에 위치한 대학과 전문 연구기관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때문에 경쟁업체라고 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인 기술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하고 공동연구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돼 있다.

이 클러스터는 유럽연합의 출범으로 농업시장이 전면 개방되자 덴마크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세업체들과 연구기관을 묶는 ‘네트워킹’ 작업을 해결책으로 내 놓으면서 시작됐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덴마크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는 “이러다 모두가 죽는다”는 위기론을 역설하고, 국민들 사이에 ‘잘 살아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1992년 당시 돈으로 약 250억 원을 쏟아 붇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클러스터에 소속되면 다른 업체나 기관에서 발명한 혁신적인 기술과 연구성과를 접할 수 있다”면서 “연구개발부터 제품화까지 한 지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식품분야 전반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보다 열린 마음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산업활성화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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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식 공동브랜드 ‘보템 알리앙스’ 임동석 의장

“연내 30개 업체·100개 품목 목표, 인지도 규모 갖추면 판매법인 독립”
다양한 제품 통일된 포장, 소비자 신뢰 경쟁력 강화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다양하고 구색이 갖추어진 종합 브랜드입니다. 대기업의 하청이나 브랜드를 차용해 생산·유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바이오식품 부문에 대한 연구 및 투자기반의 약화와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에 업계나 국민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풀무원, 동원 F&B 등 대기업 영업팀장을 거쳐 2005년 KT&G 휴럼 총괄 실장 등에서 활약한 ‘보템알리앙스’ 임동석 의장은 “기능성 소재를 연구하던 바이오기업들이 대부분 뜻을 펼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업계의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코스닥에 등록된 우량 바이오벤처 기업에서 실패한 경험도 있고, 동원 F&B 시절 동원 GNC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바가 많단다.

“GNC도 하나의 업체가 아니라 공동브랜드입니다. 로드 숍을 위주로 판매에 나서지만, 워낙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다보니 웬만한 기업들은 GNC라는 브랜드 앞에 맥을 못추더라구요. 국내엔 종합 브랜드가 없잖아요. 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걸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 의장은 그때부터 투자자는 물론 제품을 공급해 줄 업체를 찾아다녔다. ‘중소 전문제조 및 개발회사의 활로를 모색하고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취지를 들은 업체들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참여를 희망했다. 건식 유통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에 업체간 미묘한 감정싸움을 지혜롭게 풀어나간 것은 당연지사. ‘공동브랜드의 성패는 품목의 볼륨에 달렸다’는 일념으로 25종의 품목이 모아지기 전까지 론칭을 미뤘다.

임 의장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시장경쟁력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품목의 다양화에 비중을 두는 이유를 강조한다. 미국 GNC의 경우 2700여 종 제품이 소비자들을 찾아가는데, 국내에서 이름 있는 브랜드 중 100가지 품목 이상 개발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불과 6개월 만에 40여 품목이 모이자 임 의장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유통업자들을 하나 둘 설득하기 시작하면서 롯데와 GS스퀘어 등 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 홈에버, 하나로마트 등의 대형 할인점에 ‘보템’ 브랜드의 입점이 시작됐다.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통일된 디자인이었다. 제품을 취급할 때 미리 ‘보템’만의 제품 포장 디자인을 만들어 놓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템 제품임을 쉽게 알아본다는 것이다.

하나의 중소기업이 여러 종의 제품을 생산해내기란 상당히 어렵지만 여러 업체가 모이면 좋은 제품만으로도 품목 수를 늘릴 수 있고, 이들 품목이 통일된 포장으로 시장에 나가면 유통망을 찾기도 그만큼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홍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업체 수가 많다보니,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영업사원들이 서너 명씩만 활동해도 수십 수백 명의 영업사원을 보유한 브랜드가 된다는 것.

현재 20여개 업체의 60종을 취급하고 있는 보템은 연내 30여개 업체 100품목이 단기 목표다. 100 품목 이상 제품군을 형성하게 되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복안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목표 초과달성도 무난하다는 것이 임 의장의 생각이다.

“보템이 어느 정도 인지도와 규모를 갖추게 되면 판매 법인으로 독립할 생각입니다. 국내 최대 품목을 갖춘 건강식품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계로 수출하는 프랜차이즈 로드 숍을 전개할겁니다. 앞으로는 명실상부한 협의회가 구성돼 마케팅 제안 및 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유통망 확대, 수익 창출 등 회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익을 준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임 의장은 공동브랜드로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중소업체들에게 “기술력만 믿고 올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워낙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제품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기만의 특화된 소재를 갖고 있으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임 의장은 “이는 정부나 대기업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특히 정부의 경우 전통소재를 통해 얻어지는 기능성 소재에 대한 품질기준이나 표시기준 등을 세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임 의장은 우리나라의 건식시장이 앞으로 일본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업계들이 서비스한다는 생각으로 싸게 공급하고, 적극적인 신소재 개발로 얻어진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건강지향식품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건식 시장은 점점 더 양성화 되고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질 정도로 커질 겁니다. 지금처럼 가격거품이 심하고 음성적인 판매방식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도 ‘어머니의 주방과 상차림’의 마음으로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나서야 해요. 한탕주의와 거품이 꺼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들이 모여 공동브랜드를 만든다면 소비자신뢰회복과 시장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장강훈 기자 : zzang@thinkfoo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