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침체의 늪에 빠진 '식품 산업', 영토전쟁만 '치열'

곡산 2007. 5. 8. 19:43
침체의 늪에 빠진 '식품 산업', 영토전쟁만 '치열'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곤 90%가 영세기업…외식시장은 외국 브랜드가 선점
 
식품산업이 지난 2002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식품산업의 정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산업 정체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영세성'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소수 거대기업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식품산업 전반적인 정체 분위기 속에서도 웰빙(Well Being) 트렌드로 인한 새로운 제품군인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테이크아웃 커피숍 등 외식산업의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미FTA 체결 이후의 국내 식품산업 업체가 무한 경쟁에 노출될 경우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한, 식품산업 내부적으로는 영업직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생산직에 비해 노조가입률이 낮았던 영업직들의 불만이 표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침체에 빠진 식품산업


식품산업이란 먹거리의 가공, 제조, 보관, 운반, 유통, 조리, 소비 등에 이르는 제반산업을 말한다. 세분하면 농수산물을 이용한 최종 소비재(식품제조업, 외식산업), 중간재(식자재산업), 자본재(식품기계, 포장재 산업), 서비스(유통산업) 등으로 구분된다. 단, 원료인 농수산물의 생산과 유통은 농림수산업에 해당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2005년도 식품 및 식품첨가물 생산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품 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 식품산업 총생산액이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차지한 비중은 21.85%였다. 하지만 2004년 15.13%, 2005년 14.18%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품목별로는 음료와 제과류, 당류 등이 하강 곡선을 그렸다. 음료는 2004년 3조2천530억원에서 2005년 3조390억원으로 6.56%가, 제과류는 1조2천480억원에서 1조2천30억원으로 3.66%가 각각 감소했다. 당류도 9천600억원에서 9천300억원으로 3.65% 감소했다.

2004년에 비해 성장세를 기록한 품목은 조미식품, 면류 등 13개였다. 면류는 1조7천200억원에서 1조9천100억원으로 10.89%가 성장했고, 조미식품은 1조9천440억원에서 2조1천870억원으로 12.45% 성장해 전체 식품시장을 주도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산업이 2002년을 기점으로 장기 침체에 빠졌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산업의 90%가 20인 미만 사업장


식품산업의 장기정체에는 구조적의 영세성이 자리잡고 있다. 식품산업에 속하는 기업체 10곳 가운데 8곳은 10인 이하 사업장이다. 2005년말 기준으로 전체 1만6천853개 업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이 9천975개로 59%를 차지했다. 또 10인 이하가 3천229개(19%), 20인 이하가 1천710개(10%)를 기록했다. 식품산업 업체의 90%가 20인 미만 사업장인 셈이다.

반면 300~500인 사업장이 39개, 500~1000인 사업장이 23개, 1천인 이상 사업장이 14개로 나타났다. 식품산업 전체 업체 가운데 300인 이상 사업장은 78개로 0.45%에 불과했다.

외식업소도 규모가 영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한국음식업중앙회 회원업소 43만8천여곳 가운데 규모가 10평 미만인 업소가 13만9천여개로 31.9%에 해당한다. 10~20평 규모는 13만2천여개로 30%, 21~30평 규모가 8만3천여개로 19% 등으로 30평 이하가 전체 업소의 81%를 차지했다.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취급할 수 있는 식품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식품산업은 설비비가 비교적 적게 들어가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2005년말 기준으로 전체 1만6천여개 식품제조업체 가운데 매출액 1억 미만이 60%에 가까운 1만여개에 가깝다. 또 매출액 100억미만 업체가 전체 업체의 98.6%를 차지했다.

반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업체는 269개에 불과했고, 이들의 매출이 식품제조업체 매출액의 55% 이상을 기록했다. 매출액 1천억원 이상 기업으로 한정하면 43개에 불과한 업체에서 식품제조분야 전체 매출액의 37%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업체간 양극화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대규모 기업체에서는 덩치키우기가 진행되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파스퇴르유업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각각 인수했다. 또 CJ는 ‘해찬들’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CJ가 삼호F&G, ‘하선정’을 합병하는 ‘포식’을 자랑했고, 대상은 두산식품을 합병했다. 또 동원이 해태유업, 오뚜기가 삼포식품, 사조산업이 대림수산을 각각 인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지는 전통식품, 뜨는 건강기능식품


식품산업 품목별로는 지는 품목과 뜨는 품목의 구분이 이뤄지고 있다. 경영컨설팅기업 A.T. Kearney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식품시장이 건강기능식품과 편이식품, 식품 포장재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통적인 식품시장의 강자였던 음료, 제과, 라면 등은 점차 쇠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통계학적 속성과 소비자의 건강,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증가가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식품산업의 최근 흐름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패밀리 레스토랑, 테이크아웃 커피숍과 같은 외식산업의 증대도 식품산업의 한 경향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거대화, 다 브랜드화 등의 특징을 보이며 시장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외식시장 규모는 1990년 18조원에서 2003년에는 4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식산업에서는 이미 외국 브랜드에 시장을 선점당한 형국이다.

또 2004년말 현재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탁급식시장은 소수 대기업에서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와 아워홈, CJ푸드시스템, 신세계푸드시스템, 현대푸드시스템, 이씨엠디, 한화국토개발, 아라코, 동원홈푸드 등 대표적인 9개 위탁급식업체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조7천억원 규모다. 개인업체를 포함 전국적으로 난립하고 있는 1천여 위탁급식업체 전체매출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유망 분야로 분류되는 건강기능식품도 2004년 1조5천억원대에서 지난해에는 2조5천억원대 규모로 확대됐다. 2010년에는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식분야 확대 추세에 따라 기존의 CJ, 대상, 동원F&B, 롯데제과에 이어 농심, 웅진식품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반면 음료와 제과, 라면 등 전통적인 식품산업 주축 품목군의 미래는 밝지 않다. 치열한 내수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류업계는 2002년 이후 정체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욕구 변화가 식품시장 침체의 원인”이라며 “식품산업 내에서도 상품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생문제·한미FTA 등 변수 많아

규모의 영세성은 식품산업에서 핵심인 위생문제와도 직접 연결된다.

우리나라의 식품업체의 대다수는 영세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나타내고 있어 자체적으로 식품안전을 위한 시스템의 수립과 수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들 업체의 위생관리방안마련이 시급하다. 실례로 2004년 발생한 불량만두소 사건을 들 수 있다. 영세 단무지 업체로 인해 만두 소비 전체를 마비시키는 사태까지 야기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식품산업 내부의 전망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2월 국내 매출액대비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미래유망산업 전망과 육성과제’ 조사결과, 식품기업의 75%가 ‘미래 유망산업이 아니다’고 답했다.

미래유망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에서는 '업종자체가 유망하지 않다'가 60%를, '업종자체는 유망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성장하기 어렵다'가 21%, 법제도와 인력 같은 인프라 미흡이 11.2%를 차지했다.

특히 한미FTA 체결이후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 식품수입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의 14%를 차지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음식료업에 대한 한미FTA 영향 분석에서 “미국의 대한 수입관세 철폐시 미국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에 미국산과 함께 NAFTA 협정국(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제품과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산업 주무부처 일원화 요구 높아

반면 식품산업 전반의 육성을 위한 법령 부재와 소관부처 다원화로 인한 체계적인 육성정책 추진이 어렵다. 식품위생 및 안전 등 규제위주의 정책이 주로 추진되고 산업육성 정책은 미미하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산업 주무부처를 명확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산업은 농림부, 보건복지부 등 8개 부처에 산재돼 있다.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식품업계의 요구다. 2004년 서울대행정대학원이 국무총리실 용역을 받아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는 농림부를 ‘농업식품부’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유망 중소업체에 대한 육성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식품산업계의 지적이다. 유망 식품업소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에는 과감한 자금과 컨설팅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전북 순창의 장류관련 기업 유치나, 고창의 치즈와 복분자는 하나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식품원재료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는 국내 업체간에 공동의 원재료 구입과 같은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식품산업의 글로벌화도 과제다. 식품산업의 정체에는 내수위주 중심의 산업구조도 원인이다. 식품 수출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품목과 대상국가가 한정적이다. 수출금액도 미미한 실정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김치와 라면, 초코파이 등 일부 품목을 빼면 수출국가도 일본과 미국, 러시아, 중국, 홍콩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한국식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가 함께, 내수시장에 치우친 시장 전략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사가 '산업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식품산업 내부적으로는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식품산업의 범주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이로 인해 산업의 전체적인 종사자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만9천여 식품 제조·가공업체의 종업원은 24만9천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식품산업 전체를 포괄하는 수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식품산업에서의 노사단체도 '뒤죽박죽'이다. 식품산업을 어디에서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 노동조합 단체로는 대표적으로 한국노총 식품산업노련과 화학노련이 있다. 또 민주노총 화섬연맹과 민간서비스연맹에도 일부 식품관련 노조들이 가입하고 있다. 이를 합하면 3만여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다.

반대로 사업자단체의 성격이 강한 수많은 식품관련 협회가 있다. 한국식품공업협회에서부터 주류협회, 제과협회 등에 이르기까지 줄잡아 70여개의 단체가 등록돼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산업 노사관계측면에서는 영업직들의 처우개선 목소리가 어느때보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소속 영업사원들은 지난달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화학노련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의 생산직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며 "노조로부터 소외받았던 영업직들의 처우개선이 관심분야로 떠오로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의 덩치키우기가 진행되고 있는 식품산업. 반면 중국과 미국산 식자재, 외식산업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품산업은 존립의 기로에 서있다. 몇년째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영업직 사원들이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양대노총의 산별연맹에 흩어져서 존재하는 식품산업 노조들이 변해야 한다. 상급단체나 기업적 차이에서 벗어나 '연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적 차원의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대형 할인마트 횡포에 식품산업 골병
늘어나는 할인마트 PB상품, 식품업체 '하청화'
최근 식품산업에선 대형 유통기업 중심으로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다. 대형할인점이 막강한 유통력을 앞세워 제조업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유통망 확보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대형할인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보상제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제조업체에 돌아간다. 최저가 보상제도란 자사 매장 상품이 경쟁점보다 비싸다는 것을 소비자가 입증할 경우 차액 이상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납품단가 인하경쟁을 유발, 그만큼 납품단가가 인하된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1+1행사’, ‘10년 전 가격’, ‘할인쿠폰제’ 등과 같은 판촉전략의 피해도 식품제조업체로 돌아간다.
 

이에 더해 대형할인마트들이 자체브랜드(Private Brand)상품을 늘여 나가면서 제조업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주문자생산방식(OEM)의 확대로 인해 식품제조업체는 대형할인마트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체로서는 납품하는 PB상품이 늘어날수록 자사 제품의 판매가 줄어드는 함수관계에 놓이게 된다. PB상품 매출은 2002년 4천500억원 규모에서 2005년에는 1조9천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할인점 매출의 15%는 PB상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식품제조업체는 고사지경"이라고 말했다.

 
전국은 지금 '소주 전쟁'
지역간 경계 사라져…저도수 경쟁도 점입가경
소주시장은 1973년 실시된 ‘자도주 제도’ 이후 각 도별로 1개의 소주 업체가 지역 소주시장을 장악해 왔다. 이 제도는 1996년에 폐지됐지만, 20여년 이상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역 소주 업체들은 평균 50% 이상의 점유해 왔다.
 

하지만 교통의 발달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이내로 들어서면서 지역 구분이 사라진 이후에는 수도권 소주들의 지역공략과 지역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소주 시장을 넘보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전국이 소주시장을 둘러싼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수도권 시장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진로와 두산주류BG의 각 지역 공략에 이어 각 지역 소주들의 수도권 진출이라는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저도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진로 '참이슬'에 도전, 저도주 경쟁을 주도한데 이어 최근에는 지방 소주사들이 가세하고 있다.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둔 무학은 지난해 11월 16.9도의 ‘좋은데이’를 출시, 국내에서 가장 낮은 도수의 소주를 선보이고 있다.
 

두산주류BG가 지난해 2월 '처음처럼' 출시와 함께 소주 도수를 20도로 낮추면서 시작된 저도주 경쟁은 시작됐다. 이어 진로는 지난해 8월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다. 무학소주의 16.9도는 파격적인 저도주에 해당한다.
 

이밖에 대구ㆍ경북 지역 소주 브랜드 금복주도 올해초 알코올 도수 17.9도인 ‘더 블루’를 출시하며 서울 등 수도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