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속에 숨은 악성 복병 트랜스지방을 잡아라!
'아이에게 과자를 주느니 담배를 권하라'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건강 전문가의 입에서 나왔다. 과자를 만들 때 쓰는
가공유지에서 만들어지는 트랜스 지방산은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등 폐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트랜스지방의 공포로 가뜩이나 어려운 제과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랜스지방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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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정솔이 기자ㆍ사진_주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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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트랜스지방이 안 들은 건가요?" 라고 묻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 당혹스럽다.
가뜩이나 손님이 줄어 걱정인데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뉴스 보도를 통해 마가린, 쇼트닝 등에 들어 있는 '트랜스지방' 성분이 몸에
해롭다고 전해 듣기는 했지만 뭐라고 답해야할지 속수무책이다. 트랜스지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숨은 복병 트랜스지방 트랜스지방'이라는 복병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핫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내년부터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미국으로 식품을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트랜스지방 논쟁을 비켜갈 수 없게 됐다. 트랜스지방은 액체상태의 식물성 유지를 고체 상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유익한
지방산들이 변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액체상태의 식물성 유지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대단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변질이 쉬워 '불포화 지방산을
포화지방산으로 바꿔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개발된 마가린, 쇼트닝은 당시 유지업계에 혁명처럼 여겨졌다. 웬만해선 변질되지 않을 뿐 아니라
흘러내리지도 않아 사용하기 편해 값비싼 천연버터 대용품으로 널리 사랑받아 왔다. 문제는 수소를 강제로 붙여 만든 고체 유지는 겉보기엔
필수 지방산과 거의 유사하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트랜스지방 논란이 시작된 미국에서도 트랜스 지방이 "나쁘다"는
의견과 "괜찮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점차 인체에 해롭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인체에 유익한 필수 지방산이 변해서 트랜스
지방산이 됐기 때문에 트랜스 지방은 필수 지방산을 파괴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필수지방산과 서로 산소 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섭취한 필수 지방산의
활동을 저해하고 세포막을 파괴하며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는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트랜스지방이
당뇨병, 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할 만큼 트랜스지방의 위해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랜스지방은 마가린과 쇼트닝 등 경화유에 가장 많이
들어있고 감자튀김과 냉동피자, 과자류, 팝콘에도 많다. 제과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다량 사용한 페이스트리와 빵, 스펀지
케이크 등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조사한 트랜스지방 함량에 따르면 페이스트리, 케이크 등에서 100g당 적게는 2g에서 많게는 10g(최고
27g)까지 트랜스지방이 검출됐다. 이는 제과점에서 비용 등의 이유로 여전히 천연버터보다는 마가린을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랜스 지방 정복하기 감자튀김 등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는 미국의 경우 매일 5g 정도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는 반면 2002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일 평균 섭취량은 2.3g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지방 섭취량이나 총열량에 대한 지방 섭취도 적어 트랜스지방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균형 있는 식생활을 권장하고 있다. 또
마가린이나 쇼트닝도 제품마다 100g당 최소 4.9g에서 최대 40.7g까지 검출되는 등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가능하면
천연버터를 이용하고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사용할 경우 트랜스지방 함량이 최소화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국내에서 트랜스지방에 관한 연구를 주도해온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안정성연구본부 하재호 박사는 "트랜스지방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해롭다는 영양학적 보고가 많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해 모니터링과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가린, 쇼트닝, 컴파운드 버터를 제외하면 트랜스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서 섭취해도
무방하다"며 "제빵 공정에서 고온에 노출돼 생성되는 트랜스지방의 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밝혀 제과인들의 염려를 덜어줬다. 한국식품연구원에
의뢰하면 각 회사나 제과점에서 취급하는 유지나 제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무료로 분석해 준다. 트랜스지방 논란이 계속되면서 업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국내의 유지 생산업체들은 트랜스지방 논란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마가린의 맛과 풍미는 유지하면서 트랜스지방 함량은
대폭 낮추는 설비를 갖추고 트랜스지방 함량을 낮춘 제품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혜전대학 조남지 교수는 쇼트닝 대체 검을 이용한 제품
물성을 실험을 통해 "볼륨감이나 조직감에는 전혀 차이가 없지만 풍미 면에서는 차이를 보여 바게트 속살 같은 냄새가 났다"고 밝히며 "미국에서는
이미 상당한 종류의 대체물질이 상용화됐다"며 "앞으로 제과·제빵 관련한 대체 물질과 방법의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뜻을 전해 학계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트랜스지방 논란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사안으로 보이지만 요즘 들어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일 뿐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먼저 트랜스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우리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고 인정부터 하는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지방섭취량이나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고려할 때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손님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것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천연버터나 트랜스지방 함량이 적은 유지를 사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점을 손님들에게 강력하게 홍보하는 것도 트랜스지방의 폐해를 우려해 자꾸만 멀어지는 고객의 발길을 붙잡는 한 가지 전략이 될 수
있다. 업체와 생산자 모두 양심을 걸고 트랜스지방과 씨름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트랜스지방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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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각국의 지방 섭취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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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4개 국의 하루 평균 지방 섭취량(g)을 비교한 그래프다. 한 눈에 보기에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섭취량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일 총 열량 섭취량에 대한 지방 섭취율(%) 또한 한국, 미국, 영국, 일본이 각각 18.9, 33, 35.8,
26.5(%)로 나타나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트랜스지방 함량 의뢰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안정성연구본부 본부장 하재호 박사 문의 031) 780-9011
jhkfri@kfri.re.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