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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악연' 끝낼까...배민 품은 우버

곡산 2026. 8. 2. 12:13

한국과 '악연' 끝낼까...배민 품은 우버

김정우입력 2026. 8. 1. 12:43
쿠팡,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과 전면전 불가피
업계 지각변동 예고

[비즈니스 포커스]


글로벌 모빌리티·배달 플랫폼 우버(Uber)가 다시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로부터 국내 1위 배달 업체인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전격 인수한 것이다. 과거 야심차게 한국에 진출했으나 부진한 성과를 내며 ‘쓴맛’을 맛봤던 우버는 배달 시장의 최강자 배민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택시호출)와 ‘딜리버리’(음식·커머스 배달)를 통합한 ‘글로벌 슈퍼앱’ 전략을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펼칠 전망이다. 토종 플랫폼들이 장악해 온 국내 O2O(온·오프라인 연계)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버는 DH와 기업결합 계약을 체결하고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7월 1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DH의 기업가치는 약 148억달러(약 21조9000억원)로 평가됐다.

우버는 미국 승차공유 및 배달 시장에서 약 7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 선두 지위를 굳힌 기업이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국가들로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DH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우버는 한국의 배민, 중동 탈라바트 등 99개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모빌리티·배달 플랫폼이 된다. DH 주요 주주인 프로서스는 우버에 보유 지분 전량(17%)을 매각한다. 우버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DH 지분을 합쳐 지분율을 53%로 늘리며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했다.

특히 우버는 이번에 DH 인수를 통해 한국 배달 시장을 장악해온 배민을 품에 안게 됐다. 그러면서 그동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냈던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토종 기업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배민 인수의 의미

우버가 배민을 전격 인수한 것은 기존처럼 바닥부터 서비스를 키우는 방식으로는 한국에서 카카오와 쿠팡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버에 있어 한국은 유독 인연이 없던 시장이다. 2013년 출시한 차량 공유 중계 서비스 ‘우버엑스’는 택시업계의 극심한 반발과 정부의 반대로 좌초했다. 2017년 우버이츠도 배민의 아성을 넘지 못해 결국 2019년 철수했다. 현재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카카오T에 밀려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우버는 그간 한국 시장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글로벌 테크 기업인 우버의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요충지인 한국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한국은 인구 밀도가 높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탄탄한 소비력까지 갖추고 있다. 독보적인 O2O 시장의 매력을 갖췄기에 우버가 결국 시장의 최강자를 통째로 사들이는 M&A 초강수를 앞세워 다시 한국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민은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6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만 2000만 명에 달하며 전국적인 라이더 네트워크와 수십만 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배민 인수로 우버는 한국의 배달 시장을 단숨에 장악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배민이 가진 압도적인 유저 데이터는 우버가 한국에서 전개할 다양한 사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 소비 패턴, 이동경로, 결제 트렌드 데이터를 단숨에 손에 쥐게 됐다”고 전했다.

DH 체제 아래 있던 배민 역시 우버를 만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우버의 고도화된 인공지능(AI) 매칭 알고리즘과 글로벌 물류 최적화 시스템이 배민의 라이더 배차 시스템에 이식될 경우 배달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운영 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쿠팡·카카오와 전면전 예고

우버는 배민을 앞세워 국내 플랫폼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우버의 강력한 무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슈퍼앱’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우버의 글로벌 유료 멤버십인 ‘우버원(Uber One)’이 있다. 우버원은 월정액을 내면 택시 요금 할인, 음식 배달비 무료, 우선 배차 등의 혜택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우버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이런 전략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며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너지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우버는 우버택시 앱과 배민 앱의 전면적인 연동 또는 통합을 추진할 전망이다. 소비자는 배민에서 음식을 주문하며 쌓은 포인트로 우버택시를 할인받아 타고, 출근길 우버택시 안에서 배민 B마트의 신선식품을 주문해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배송받는 유기적인 소비 흐름이 가능해진다.

특히 배민의 충성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우버 모빌리티 생태계로 유입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우버택시의 점유율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7월 16일 투자자 발표에서 “크로스 플랫폼 기회를 대폭 확대해 모빌리티와 배달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우버원’ 멤버십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이번 인수 이후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우버의 참전으로 국내 O2O 시장에도 모처럼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가장 긴장하는 곳은 모빌리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T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버가 배민의 막강한 자금력과 회원 수를 무기로 택시 호출 시장에 마케팅을 펼칠 경우 카카오의 독점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우버가 택시기사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배민 라이더 네트워크와 택시 물류를 연계하는 모빌리티 혁신을 선보인다면 시장의 무게추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쿠팡(쿠팡이츠)과의 전면전도 불가피하다. 쿠팡은 배달 시장에서 ‘쿠팡와우’ 멤버십을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배민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왔다. 또 신선식품 및 생필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퀵커머스 영역(배민 B마트 vs 쿠팡이츠 마트)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예고된 상황이다.

물론 우버의 한국 시장 재도전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배민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논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장벽을 어떻게 매끄럽게 넘을지가 첫째 시험대다.

소상공인 및 라이더들과의 상생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배달 수수료 인상 문제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자본인 우버가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거센 사회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과거 우버엑스 사태 때 확인했듯이 택시 업계, 배달 라이더 노조 등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현지화 전략이 부재하다면 아무리 뛰어난 글로벌 기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