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아는 맛] 히말라야 오지까지 파고든 신라면…출시 40주년, 국경 없는 '매콤한 행복'
법인 없는 네팔서도 현지 도매상이 자생 유통
출시 40주년 누적 매출 20조·100여개국 판매

네팔 제2의 도시이자 히말라야의 보석으로 불리는 포카라를 떠나 지프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종점에 내린다. 여기서부터 해발 4130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까지는 오직 두 발에 의존해 일주일간 걸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수식어답게 사방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은 가슴 뛰는 감동을 선사하지만, 한국인 트레커들을 더 놀라게 만드는 것은 여행 내내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신라면'의 존재다.
도보 여행자들은 약 일주일의 트레킹 기간 동안 산장 개념인 '롯지'에서 머물며 식사를 해결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롯지를 가든 메뉴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문 표기가 있다. 바로 'KOREAN NOODLE SOUP'이다. 무엇인가 궁금해 주문하면 여지없이 신라면이 서빙된다.

해발 2000m 중반에서 시작해 4130m까지 올라가는 험한 길 위에서 한국 라면을 언제든 맛볼 수 있는 배경에는 판매상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트레킹 코스 전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은 모두 관문 도시인 포카라의 대형 마트에서 공급된다. 롯지 운영자나 유통상들이 이곳에서 박스 단위로 구매한 라면은 당나귀의 등이나 짐꾼의 지게에 실려 산 위로 운반된다.
흥미로운 점은 코스 중반부에 만나는 마을인 '밤부'부터는 오롯이 사람의 손으로만 짐을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산악 지형이 시작돼 길이 험해지는 이유도 있지만, 이 지역 힌두 사원의 영향으로 모든 고기류의 반입이 통제되고 동물 출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결국 당나귀마저 갈 수 없는 이 구간은 전문 짐꾼(포터)들이 맨몸으로 지게에 라면 박스를 동여맨 채, 한 걸음씩 걸어 올라가야 한다.

취급할 수 있는 수하물의 무게가 극히 제한된 고산지대에서 현지 롯지 주인들이 수많은 라면 중 왜 신라면을 골라 지게에 실어 올릴까. '촘롱' 마을에서 만난 롯지 주인 구릉 씨는 "매장에 들여놓을 수 있는 식료품이 한정돼 있어 무조건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가져와야 한다"며 "트레커들이 가장 잘 알고 많이 찾는 라면이 신라면"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많아서 구색을 맞춘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다른 국가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더 높다고 했다.

식당을 둘러보니 외국인 트레커들도 약속이나 한 듯 신라면을 먹고 있었다. ABC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제시 씨에게 신라면을 주문한 이유를 묻자 "춥고 힘든 산행을 마치고 나니 매콤하고 뜨거운 국물이 본능적으로 생각났는데 신라면이 딱 그런 음식"이라며 "중국에서도 평소 자주 먹어 익숙하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에서부터 직접 챙겨온 밑반찬까지 꺼내어 라면을 즐겼다.
이처럼 히말라야 오지까지 파고든 신라면은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최근 누적 매출 20조 원, 누적 판매량 425억 개라는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전체 누적 매출의 약 40%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할 만큼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농심은 글로벌 슬로건을 'Spicy Happiness In Noodles(라면 한 그릇에 담긴 매콤한 행복)'으로 정하고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네팔 같은 지역은 별도의 현지 법인이나 직원이 상주하지 않아 제품을 공급하면 현지 도매상들이 유통을 맡는 구조"라며 "산악지대와 관광지라는 특성상 등산객들이 라면을 즐겨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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