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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규제, 유럽 PPWR 이어 캘리포니아 ‘SB 54’ 가세 …K-푸드 이중 압박

곡산 2026. 6. 1. 07:26

포장 규제, 유럽 PPWR 이어 캘리포니아 ‘SB 54’ 가세 …K-푸드 이중 압박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5.29 08:10

순환경제 전환 목표 폐기물 감축·재활용 확대·비용 부담 증가
2032년까지 규제 대상 포장재 100% 재활용·퇴비화 목표
포장 설계서 재활용까지 전생애주기 생산자에 책임 부과
생산자 등록 등 관련 비용 증가…다른 주로 확산 가능성
단일 소재·재활용 가능성 검토를…친환경 경쟁력 높여야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체계 강화를 목표로 한 대규모 포장재 규제 ‘SB 54’를 본격 이행하면서, 미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2년 제정된 SB 54(Senate Bill 54, 플라스틱 오염 방지 및 포장재 생산자책임법)는 단순한 플라스틱 사용 제한 정책을 넘어, 제품 포장의 설계부터 폐기 이후 재활용까지 전 생애주기에 대한 책임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구조적 규제다.

특히 올해부터 생산자 등록과 데이터 보고 체계가 본격 가동되면서, 캘리포니아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포장재 데이터 관리, 재활용 가능성 검증, 비용 분담 등 새로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미국 최대 소비 시장인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된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는 향후 미국 타 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오리건, 메인 등 여러 주를 중심으로 포장재 생산자책임(EPR) 규제가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오는 8월 본격 적용되는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과 맞물리며, 국내 수출기업들은 ‘EU는 설계 규제, 미국은 비용 규제’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포장재는 더 이상 단순 부자재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 핵심 규제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SB 54, 무엇이 달라지나

코트라 로스앤젤레스 무역관에 따르면, SB 54는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단일 사용 포장재와 식품 서비스 용기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적용하는 법안이다. 핵심 목표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재활용 및 퇴비화 확대 △생산자의 비용 부담 확대 △순환경제 체계 전환이다.

기존에는 지방정부와 소비자가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였다면, SB 54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제조사와 브랜드사, 수입업체 등이 폐기·재활용 비용을 분담하도록 책임 구조를 전환했다.

적용 대상 역시 광범위하다. 플라스틱뿐 아니라 종이, 금속, 유리 등 소비자용 포장재 전반이 포함될 수 있으며, 특히 일회용 포장 비중이 높은 식음료,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에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오너는 물론 제조업체, 수입업체, 유통업체 모두 규제 적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생산자책임(EPR) 체계 본격화

SB 54의 핵심은 생산자책임기구(PRO)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동 분담 구조다. 기업들은 승인된 PRO에 가입한 뒤 자사 포장재의 사용량, 소재 구성, 재활용 가능성 등을 보고해야 하며, 이에 따라 분담금을 납부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는 이를 통해 2032년까지 규제 대상 포장재를 100% 재활용 가능 또는 퇴비화 가능 상태로 전환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목표도 포함했다.

이는 단순히 포장재에 ‘재활용 가능’ 표시를 부착하는 수준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캘리포니아 재활용 시스템에서 처리 가능한 소재인지, 다층 포장 구조인지, 현지 인프라와 호환 가능한 설계인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된다. 특히 복합소재 포장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는 향후 높은 분담금 부과와 시장 접근 제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 기업 의무 본격 강화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기업 의무다. 생산자 등록과 포장재 데이터 보고 체계가 본격화되며, 이후 재질별 성과 기준과 환경 차등 수수료(Eco-modulated Fee) 체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재질, 중량, 구조, 재활용 가능성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추적·관리해야 한다. 재활용성이 낮은 포장재일수록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예상되는 만큼, 포장 설계 단계부터 규제 대응이 필요하다. 반대로 단일소재(Mono-material) 설계나 재활용 친화적 구조를 채택한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재활용 가능(Recyclable)’ 표시 기준에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가 재활용 가능하다고 인식하더라도 실제 지역 재활용 시스템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표시 규제 위반 또는 그린워싱(greenwashing)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

SB 54는 캘리포니아 내 제조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캘리포니아 시장에서 판매될 경우, 현지 수입업체 또는 브랜드사가 생산자로 간주돼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결국 국내 공급기업에도 포장재 관련 정보 제공과 설계 변경 요구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K-푸드 업계는 미국 소비자 선호에 맞춰 개별 소포장, 복합필름, 다층 플라스틱 구조를 적극 활용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포장 방식이 재활용성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향후 미국 유통업체들이 납품 조건으로 △포장재 소재 데이터 제출 △재활용 가능성 검증 △친환경 포장 전환 로드맵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는 단순한 법률 준수를 넘어 시장 접근성과 납품 자격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정리 : 식품음료신문 / 표 이미지 생성=Gemini

EU PPWR과 무엇이 다른가…“목표는 같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캘리포니아 SB 54가 미국형 생산자책임(EPR) 규제의 대표 사례라면, EU의 PPWR은 보다 강력한 ‘설계 중심 규제’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 제도 모두 포장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체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기업에 포장재 전 생애주기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요구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그러나 규제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캘리포니아 SB 54는 생산자책임기구(PRO)를 통한 비용 분담과 재활용 시스템 참여 의무에 무게를 둔다. 즉 “포장재가 시장에 나온 이후 발생하는 폐기·재활용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EU PPWR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포장 구조 자체를 바꾸도록 요구한다. 포장재 재활용 설계 의무, 재생 원료 사용 비율, 과대포장 제한, PFAS·BPA 등 유해 물질 제한, 기술문서(TD)와 적합성 선언서(DoC) 확보 등 보다 세밀한 제품 단위 요건을 직접 부과한다.

쉽게 말해 SB 54가 ‘시장 참여 비용 구조를 바꾸는 규제’라면, PPWR은 ‘제품 설계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는 규제’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 ‘이중 대응 체계’ 필요

국내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EU 수출은 시험성적서 확보, PFAS·BPA 검증, 기술문서(TD), 적합성 선언서(DoC) 구축 등 ‘증빙 패키지’ 확보가 핵심이다. 반면 미국 대응은 포장재 소재 데이터 관리, PRO 등록, 재활용 가능성 분석, 비용 최적화를 위한 포장 구조 개선 등 ‘포장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 소비자 선호에 맞춰 개별 소포장, 복합필름, 다층 플라스틱 구조를 활용해온 K-푸드 기업들은 규제 대응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러한 포장 구조는 EU에서는 적합성 입증 부담으로, 미국에서는 높은 분담금 부과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기업들이 지금부터 포장재 전수 점검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캘리포니아 판매 제품의 포장 구조와 소재를 분석해 재활용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어 다층·복합소재 포장을 단일소재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포장재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지 수입업체 및 유통 파트너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보고 의무와 비용 분담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SB 54는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미국 소비재 시장의 포장 기준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이를 비용 부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친환경 포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이미 EU PPWR 대응을 위해 포장재 관리 체계를 구축한 기업이라면 이를 미국 SB 54 대응 기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 글로벌 수출 경쟁력은 제품 맛과 가격뿐 아니라 포장 컴플라이언스 역량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글로벌 시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포장 설계는 더 이상 비용 절감의 영역이 아니라, 시장 진입을 좌우하는 전략적 규제 대응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