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10월 할랄 인증 의무화 앞둔 인도네시아 시장을 가다①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5.29 12:21
[현장 인터뷰] 하이칼 하산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청(BPJPH) 청장
‘할랄 인증 획득’이 유통 경쟁력…시장 진입 위한 핵심 인프라
‘경제 성장 엔진’으로 간주…ISO 수준 글로벌 매뉴얼 추진
인증 없는 제품 ‘논할랄’ 표시해야…별도 진열·취급 제한 분류
선제적 인증 확보 땐 현지 시장 외 동남아·중동 진출로 확대
할랄제품보장청장 “한국산 인기 불구 인증 취득 비중 낮아”
“롯데마트 모범적 준수” 평가…한국 기업 할랄 대응 주시
인도네시아가 오는 10월 18일부터 수입 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를 본격 시행하면서 현지 유통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유통·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할랄 인증 여부를 기준으로 한 제품 분류와 매대 운영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인증을 받지 않은 non-할랄 제품은 향후 별도 진열이나 취급 제한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처럼 동일 매대에서 판매되던 유통 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한국 식품기업들은 자카르타 등 대도시의 하이퍼마켓과 한인·프리미엄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도네시아 소비의 저변은 알파마트(Alfamart), 인도마렛(Indomaret) 등 로컬 미니마켓과 생활밀착형 유통망에 더욱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K-드라마·K-팝·SNS를 중심으로 한류 영향력이 지방 도시와 로컬 소비층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K-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로컬 유통 장악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인 만큼 할랄 인증은 단순한 ‘마케팅 요소’를 넘어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대도시보다 종교 성향이 강한 로컬 지역에서는 할랄 여부가 곧 구매 가능 여부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6년 10월부터 수입 식품·음료에 대한 할랄 인증 의무화를 공식화하면서 인증을 확보하지 못한 제품은 향후 유통·입점 과정에서 구조적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제도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식품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할랄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의 경우 로컬 유통망 진입은 물론 동남아 및 중동 시장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할랄 의무화를 앞둔 인도네시아 할랄청(BPJPH) 관계자 인터뷰와 함께 현지 유통·외식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변화하는 시장 분위기와 한국 식품기업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봤다. 아울러 이 시리즈는 최근 현지를 직접 방문한 트레이드파트너스(대표 안지정)의 취재와 현장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할랄은 규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의 엔진”
10월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트레이드파트너스와 만난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청(BPJPH) 하이칼 하산 청장은 인터뷰 시작부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할랄 시스템은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의 엔진입니다. 식품은 물론 화장품, 의류, 원단까지 모든 산업에서 인도네시아의 할랄 표준이 ISO처럼 글로벌 매뉴얼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할랄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의무화가 단순한 종교적 규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이슬람 인구의 약 13%가 거주하는 최대 무슬림 국가다. 이 거대한 소비 시장을 배경으로, 할랄 표준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려는 인도네시아의 의지가 확고했다.
“10월 18일부터 시장의 룰이 달라진다”
청장이 설명한 의무화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할랄 인증 의무화, 둘째는 논할랄(Non-Halal) 표시 의무화다.
업계에서는 두 번째 변화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18일부터 할랄 인증을 받지 못한 수입 식음료와 의약품, 건강식품, 전통의약품, GMO 제품, 일부 소비재는 제품에 'Non-Halal' 표시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논할랄 마크가 붙은 제품은 매대에서 별도 구역으로 분리되고, 2억 8000만 소비자의 심리적 거리도 필연적으로 커진다.
이는 단순한 라벨 변경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구매 심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업계에서는 “할랄 인증 여부가 곧 유통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류만으로는 부족하다…이제는 할랄이 경쟁력”
하이칼 청장은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숨기지 않았다. 현재 할랄 인증을 취득한 수입식품의 원산지 비중은 중국, 미국,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순이다. 한류 덕분에 한국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인기는 높지만 할랄 인증 취득 비중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것이 청장의 진단이다.
특히 한국 라면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라면을 보십시오. 한류 인기와 할랄 인증이 결합했을 때 판매 확대 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할랄 인증이 없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의 관심은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 하이칼 청장은 최근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매장을 직접 방문해 할랄 운영 현황을 점검했고, 롯데마트가 할랄 규정을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지 최고 할랄 규제기관의 수장이 한국 기업을 '가장 잘 준비된 업체'이자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한 것은 한국 기업의 할랄 대응 역량이 이미 현지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기준과 대응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D-140…“지금 움직여야 한다”
할랄 인증 취득에는 통상 3~5개월이 소요된다. 10월 18일까지 이미 14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절차를 시작해도 인증서를 손에 쥐기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청장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증은 통관을 위한 서류가 아니라 2억 8000만 소비자 앞에서 브랜드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도네시아의 할랄 의무화는 분명 새로운 장벽이다. 그러나 동시에 준비된 기업에게는 경쟁사를 걸러내는 새로운 시장 기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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