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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키우고 SNS가 띄웠다…아이스크림의 ‘사계절 혁명’

곡산 2026. 5. 25. 08:24

폭염이 키우고 SNS가 띄웠다…아이스크림의 ‘사계절 혁명’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5.22 10:06

폭염으로 비수기 사라져…1210억 불 세계 시장 연간 4.3% 성장
일본 ‘겨울 아이스크림’ 문화 정착…동절기 판매 증가
맛보다 식감 경쟁…스몰 럭셔리 추세로 프리미엄화
사진 찍고 공유하는 경험 소비…건강·친환경 트렌드
한국산 일본 수출 폭증…EU 시장 현지화 전략 필요

폭염과 기후 변화, 프리미엄 소비, SNS 기반의 경험형 트렌드가 맞물리며 세계 아이스크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스크림은 이제 단순한 ‘여름 간식’을 넘어 사계절 소비되는 일상형 디저트이자 감성 소비 제품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1213억 달러에서 2033년 1694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CAGR)은 4.3%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들은 시장 규모가 2035년 최대 12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프리미엄·식물성·경험형 디저트 트렌드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본과 프랑스 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나라 모두 기록적인 폭염과 탈계절화 소비, 프리미엄·소형 포맷 제품 확대, 식감 중심 디저트 트렌드, SNS 공유형 비주얼 경쟁 등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또한 식물성·친환경 제품 확대와 ‘작은 사치(Small Luxury)’ 소비 역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아이스크림이 ‘여름 간식’을 넘어 사계절 소비되는 ‘일상형 디저트’로 진화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폭염과 프리미엄 소비, SNS 중심의 경험형 소비 트렌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사진=Gemini)

폭염이 바꾼 아이스크림 시장…‘비수기 없는 소비’로

일본 시장은 기후 변화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이 인용한 일본아이스크림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일본 아이스크림 판매액은 6451억 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판매 물량 역시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은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면서 아이스크림 소비 시즌 자체가 길어지고 있다. 과거 6~8월 중심이었던 소비가 최근에는 5~9월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비수기 없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트라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2025년 프랑스 아이스크림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16억 유로를 기록했다. 특히 2025년 여름은 지난 125년 사이 세 번째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으며, 단 하루 판매액이 1935만 유로를 기록할 정도로 폭염이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나라 모두 아이스크림의 ‘탈계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여름철 한정 소비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연중 소비되는 일상형 디저트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겨울 아이스크림’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겨울철 아이스크림 소비는 10년 전에 비해 약 150% 증가했으며, 편의점 오픈형 쇼케이스 확대와 난방 문화 정착이 배경으로 꼽힌다. 프랑스 역시 여름철 매출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지며 연중 소비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아이스크림이 단순한 계절 상품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 혹은 ‘셀프 리워드(Self Reward)’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맛 경쟁’에서 ‘식감 경쟁’으로…프리미엄 디저트화 가속

최근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프리미엄화’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소비를 늘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시즌 한정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 SNS 화제를 모으며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누텔라·킨더 부에노 아이스크림처럼 유명 브랜드 IP를 활용한 제품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아이스크림이 단순 식품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과 감성 소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시장은 ‘맛 경쟁’보다 ‘식감 경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찹쌀떡 식감을 활용한 ‘유키미 다이후쿠’와 같은 제품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모찌(Mochi) 아이스크림이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쫀득함과 바삭함, 크리미함 등 식감 요소가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한입 크기의 소형 포맷 제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셰(Bouchée)’ 형태의 미니 아이스크림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편의점 중심으로 소용량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많이 먹는 디저트”보다 “조금 먹더라도 특별한 경험을 주는 디저트”를 선호하는 글로벌 소비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SNS·비주얼·콘셉트…경험 소비가 시장 키운다

SNS와 콘텐츠 소비 역시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일본에서는 밀크티·행인두부·자스민 등을 활용한 ‘아시아 감성’ 제품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츄러스·도넛 형태 아이스크림과 피스타치오·땅콩버터 기반 제품들이 트렌디한 디저트로 소비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주얼과 콘셉트, 한정성, 브랜드 스토리가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건강과 친환경 트렌드도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식물성 아이스크림 시장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친환경 포장과 유기농 원료를 강조한 제품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저당·프리미엄·가성비를 결합한 제품 경쟁이 활발하다.

이는 글로벌 아이스크림 시장이 단순히 ‘달고 차가운 제품’을 넘어 건강·친환경·라이프스타일 요소를 함께 담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K-디저트 기회 커지지만…EU 규제는 여전한 과제

이 같은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메롱바, 요거트볼, 하트 티라미수 등 한국형 디저트 제품들이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2025년 일본의 한국산 아이스크림 수입은 전년 대비 315.7% 증가했다.

프랑스 역시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산 아이스크림 수입액이 전년 대비 157.9%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와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형 디저트 특유의 비주얼과 식감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일본은 비교적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지만 프랑스를 포함한 EU 시장은 복합식품 규제가 매우 까다롭다. 유제품이나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제품은 EU 승인 원료 사용 여부를 충족해야 하며, 이 때문에 메론 아이스크림이나 바나나우유 등 일부 제품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단순히 국내 인기 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설계와 원료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안으로는 식물성 원료 활용이나 유럽산 유제품 적용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아이스크림 시장 경쟁이 단순 제조 경쟁이 아니라 ‘기후·콘텐츠·감성·규제 대응’을 결합한 복합 경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단순히 ‘K-푸드’라는 이름만 앞세우기보다, K-디저트만의 감성과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현지 규제와 유통 환경에 맞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