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년 담합 사조 등 7개 제분사 과징금 6710억 폭탄…역대 최대 규모 제재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5.20 15:31
시장점유율 90% 과점 사업자, 24차례 걸쳐 가격·물량 짬짜미
정부 물가안정 보조금 수령하고도 담합 지속…법 위반 중대성 감안해 엄단
독자적 가격재결정 등 시정명령 부과…왜곡된 시장가격 정상화 및 가계 부담 완화 기대
농식품부, 담합 제분사 정부정책자금 지원 중단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밀가루 시장의 90% 가까이를 장악한 7개 제분업체가 약 6년에 걸쳐 은밀하게 대규모 가격 및 물량 담합을 벌인 것을 적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 및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대형 수요처 및 중소형 거래처를 상대로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 4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7개 제분사는 국내 B2B(기업 간 거래)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2024년 매출액 기준 87.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과점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담합 기간 동안 총 24차례에 걸쳐 대형 수요처(농심, 팔도, 풀무원 등) 대상 가격·물량 담합 19회, 전 거래처 대상 가격 담합 5회 등을 실행했다.
이 사건 담합은 2018년 말 제분사 간의 물량 확보 경쟁이 격화되자, 2019년 11월경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위 3개사(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표자급 임원들과 삼양사 임직원이 회합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적정 가격과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들은 총 55회에 걸친 대표자급 및 실무자급 회합을 통해 개별 합의를 구체화했으며, 직접 회합에 참석하지 않은 하위 제분사들과도 유선 연락 등으로 합의 내용을 공유하며 상·하위사 모두가 조직적으로 담합에 가담했다.
이들의 담합은 시기별로 가담자와 대상 제품의 범위가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초기에는 상위 3개사 및 삼양사가 농심과 팔도를 대상으로 공급가격과 물량을 합의했으나, 2020년 1월부터는 삼화제분, 대선제분, 한탑 등 하위사들까지 가담해 전 거래처를 대상으로 일부 제품의 공급가격을 합의했다. 이어 2021년 4월부터는 7개 제분사 전원이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특히 이들은 수입 원맥 시세 상승기(2020~2022년)에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하게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 폭을 합의했고, 원맥 시세 하락기(2023년 이후)에는 원가 하락분을 최대한 늦게 반영하기 위해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총 471억 원의 가격안정 지원사업 보조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담합 행위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보조금 수령 시점 이전에 가격 인상 합의를 서둘러 실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까지 했다.
제분사들은 같은 시기에 일제히 가격을 올릴 경우 공정위의 담합 조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업체별로 공문 통보 시기와 인상 시점을 조정하는 등 범행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치밀하게 은폐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하위 3사는 상위 메이저업체들이 먼저 가격을 올려주면 출혈경쟁 없이 손쉽게 인상 대열에 편승해 수익을 극대화했으며, 이를 위해 상위사 임직원들에게 연락해 가격 협상 진행 상황 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합의 결과로 2022년 9월경 국내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 시작 당시인 2019년 12월에 비해 제분사별로 최소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폭등했다. 이를 통해 가담한 7개 제분사는 경쟁 없이 안정적인 공급 물량과 시장점유율을 대체로 유지했으며, 공동행위 이전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법 위반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해 향후 법위반행위 금지명령,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명령 등 총 7개의 엄격한 시정명령과 함께 사조동아원(1830억9700만 원), 대한제분(1792억7300만 원), CJ제일제당(1317억100만 원), 삼양사(947억8700만 원), 대선제분(384억4800만 원), 한탑(242억 9100만 원), 삼화제분(194억 4800만 원) 등 각 사에 총 6710억 4500만 원의 과징금을 무상 배정했다. 또한 공정위는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7개 제분 법인 및 담합을 주도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한 고발 조치도 이미 완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가루는 라면, 국수, 빵 등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의 핵심 원재료이자 대표적인 국민생활 밀접 품목”이라며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하는 독과점 사업자들이 지배력을 악용해 장기간 유지해 온 담합을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내려진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의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통해 왜곡된 시장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가계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의 담합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7개 제분사 밀가루 담합 적발·제재’에 따라 담합 관련 업체를 정부 정책자금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공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매월 밀가루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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