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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소비방식이 달라졌다…현지화 넘어 재창조

곡산 2026. 5. 20. 08:10

K-푸드 소비방식이 달라졌다…현지화 넘어 재창조

신원선 기자입력 2026. 5. 19. 15:15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음식을 단순 수용하는 것을 넘어 자국 식문화 맥락에 맞게 적극적으로 재해석해 소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간한 'K-푸드 트렌드 리포트 2026'(서울 내 거주하는 46개국 국적의 외국인 대학(원)생 100명 대상)에 따르면, 한국 식문화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외국인 소비자들은 K-푸드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원재료와 식감의 언어로 받아들여 소비하고 있었다.

러시아 '텐더' 매장에 참붕어빵이 진열돼있다. /오리온

 

◆"약과는 캐러멜 쿠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 디저트"

외국인들에게 K-스낵은 더 이상 낯선 이국의 간식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 과자나 대표 스낵을 자국에 익숙한 조리법과 원재료에 빗대어 이해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전통 과자인 '약과'는 서구권 소비자들에게 '캐러멜라이징된 튀김 쿠키(Caramelized deep-fried cookies)'나 '꿀맛이 나는 페이스트리'처럼 친숙하면서도 독특한 질감의 디저트로 묘사됐다.

한국의 대표 스낵인 '초코파이' 역시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결합해 에너지를 주는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디저트'로 자국 언어에 맞춰 재정의되어 소비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오리온은 이러한 글로벌 소비자의 인식에 맞춰 해외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취향과 기후,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레시피와 라인업을 다변화해 온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농심 신라면 제품 모음 이미지 (오리지널, 로제, 골드, 툼바)/농심

 

◆라면, 설명서대로 끓여 먹는 비율은 38%뿐

글로벌 메가 히트 상품인 라면 영역에서는 모디슈머(Modify+Consumer) 경향이 가장 뚜렷하게 관측됐다.

조사에 따르면, 라면을 제품 설명서에 적힌 그대로 조리하는 외국인은 10명 중 4명 꼴인 38.1%에 불과했다. 나머지 61.9%의 응답자는 기본 조리법에 재료를 추가하거나(52.4%), 자신만의 방식대로 크게 변형해(31.0%) 즐기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물을 걷어내고 유제품을 섞어 부드럽게 즐기는 '크리미(Creamy)' 조리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자흐스탄의 한 20대 응답자는 "프라이팬에 버터, 마늘, 버섯을 볶은 뒤 우유를 붓고, 매운 소스와 파마산 치즈, 달걀 노른자를 섞어 크림 파스타 형태로 요리한다"고 자신만의 비법을 공유했다. 미국 출신의 30대 응답자 역시 "면을 끓인 후 물을 버리고 간장을 추가해 볶음면처럼 농축된 맛을 낸다"고 답하며 서구권 중심의 '건식 파스타 형태' 선호 경향을 증명했다.

이같은 글로벌 모디슈머들의 움직임은 식품 기업들의 메가 히트 신제품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를 넣어 꾸덕하게 끓여 먹는 모디슈머 레시피인 '신라면 투움바'에서 착안해 '신라면 툼바'를 정식 출시했다. 국물 없이 파스타처럼 즐기는 K-라면에 열광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여기에 힘입어 농심은 최근 토마토 소스와 크림의 조화로 전 세계인에게 가장 대중적인 파스타 풍미를 구현한 '신라면 로제'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는 매운맛의 강도를 완화하고 친숙한 크림·로제 제형을 결합함으로써 라면을 파스타처럼 건식 조리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싶다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숨은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킨 사례로 평가받는다.

청정원의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O'Food) 소스/대상

 

◆K-소스 인기… CJ·대상, 소스 시장 조준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K-소스의 확장 가능성도 라면의 '파스타화' 트렌드와 궤를 같이했다. 한국식 소스나 양념을 활용하고 싶은 음식으로 전 권역을 통틀어 '면과 파스타(54.3%)'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소스(1순위)로는 전체 응답자의 40.0%가 '간장'을 꼽았으며, '고추장(28.0%)'과 '된장(15.0%)'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서구권의 경우 간장(43.6%)에 대한 선호가 고추장(20.5%)보다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아시아권은 한국 특유의 고추장(41.3%) 활용도를 가장 높게 평가해 권역별 미각 지도의 차이를 드러냈다.

또한 서구권 소비자들의 36.8%가 K-소스를 '스프레드 및 디핑 소스' 형태로 활용하기를 원했다. 이는 테이블 위에서 직접 찍어 먹는 서구식 식문화에 한국식 양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CJ제일제당은 대표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고추장을 서구식 핫소스 형태로 재해석한 '고추장 소스'를 글로벌 출시하며 디핑 소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상 역시 '청정원 오푸드(O'Food)'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파스타, 바비큐, 딥 소스 등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매운맛 강도를 조절한 '글로벌 고추장·쌈장'라인업을 확대하며 K-소스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품의 고유성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현지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식문화 맥락에 맞춰 제품을 변형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