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매운맛이 전부가 아니다”…외국인이 말하는 K-푸드의 진짜 매력은 ‘다양성’

곡산 2026. 5. 19. 07:21

“매운맛이 전부가 아니다”…외국인이 말하는 K-푸드의 진짜 매력은 ‘다양성’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5.18 14:27

한국 살며 식문화 경험한 외국인들, 떡볶이·라면 넘어 반찬과 국물류 일상식 주목
익숙한 자국 언어로 재해석하고 현지 식문화와 결합하며 K-푸드 경계 확장해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이 장기화되며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전략도 고도화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소비자들이 K-푸드를 실제 어떻게 소비하는지 파악하려는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K-푸드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한국 문화와 식문화를 잘 아는 고관여 외국인들은 K-푸드의 핵심 이미지를 단순히 ‘매운 자극’에만 국한하지 않고, 일상식의 ‘다양성’과 ‘풍성함’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서베이의 ‘K-푸드 트렌드 리포트 2026’ 중 K-푸드의 정의 및 정체성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그래프. 외국인 고관여 소비자들은 K-푸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한국적) 맛과 풍미”(65.0%)와 “한국적 식재료 활용”(63.0%)을 꼽았다. 특히 동의율 조사에서는 전통 음식이 아니더라도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길거리 음식과 간식을 K-푸드로 인정한다는 응답이 74.0%에 달해, 원산지나 전통의 틀을 벗어나 현재의 식문화 트렌드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됐음이 확인됐다. (사진=오픈서베이)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기 전 외국인들이 생각한 K-푸드의 이미지는 떡볶이나 라면 등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특정 단품 메뉴 중심의 ‘맵고 빨간 음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한국에 살며 직접 식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한 후에는 반찬이나 국물 요리 등 여러 메뉴를 함께 즐기는 일상식의 다양성과 풍성함(52명)을 K-푸드의 새로운 이미지로 꼽았다. 또한 매운맛 외에도 생각지 못한 단맛과 짠맛(40명)을 더 많이 언급하며 K-푸드의 미각적 스펙트럼을 넓게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K-푸드의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원산지라는 물리적 경계를 초월해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외국 회사가 만들었더라도 한국 음식을 충실하게 재현했다면 K-푸드다”라는 문항에 과반인 60.0%가 동의했으며, “음식이 아니더라도 유행하는 한국 길거리 음식과 간식은 K-푸드다”에는 무려 74.0%가 동의해 전통성 여부와 관계없이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식문화 트렌드를 담고 있다면 K-푸드로 폭넓게 수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처럼 넓어진 인식 속에서 외국인들은 약과나 초코파이 같은 한국식 디저트를 접할 때도 이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국 문화에 익숙한 조리법과 원재료의 언어로 재해석해 받아들이고 있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결합한 디저트로, 약과는 캐러멜라이징된 쿠키나 꿀맛 페이스트리로 묘사하는 식이다. 다만 권역별로 맛을 감지하는 민감도와 선호하는 소스의 종류에는 뚜렷한 경계선이 존재했다. 서구권 소비자의 경우 식사 메뉴에서 단맛이 느껴질 때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반면, 아시아권 소비자는 특정 맛이 지나치게 지배적이지 않은 맛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장 활용도가 높은 K-푸드 소스로 서구권은 간장(43.6%)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으며, 한국 소스를 결합하고 싶은 음식으로는 면과 파스타(54.3%)가 전 권역을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서구권 응답자의 36.8%는 K-소스를 스프레드나 디핑 소스 형태로 활용하기를 원해 향후 소스 활용 방식의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K-푸드 트렌드 리포트 2026’의 외국인 권역별 매운맛·발효음식 호감도 및 맛 감지 민감도 조사 결과 분석 그래프. 조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권역별로 미각적 민감도와 거부감을 느끼는 맛의 조합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서구권은 식사류의 단맛에 거부감이 강한 반면, 아시아권은 짠맛에 민감하며 특정 맛이 지배적이지 않은 ‘맛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사진=오픈서베이)

 

이러한 현지 식문화와의 결합 및 변형 양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라면 소비 행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사에 따르면 K-라면을 제품 설명서에 적힌 조리법 그대로 끓여 먹는 외국인은 10명 중 4명(38.1%)에 불과했다. 나머지 과반의 응답자들은 각자의 입맛과 자국 식문화 맥락에 맞게 재료를 추가하거나 조리법을 적극적으로 변형해 소비하고 있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권 소비자는 해산물, 유제품, 현지 향신료와 라면을 결합해 즐기는 경향이 강했는데, 말레이시아 소비자가 코코넛 밀크 기반의 론통이나 생선 커리를 결합한 스페셜 에디션을 제안하거나, 인도 소비자가 매운맛 중화를 위해 자국 브랜드 가염 버터를 추가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신흥권 소비자의 경우 라면의 국물을 걷어내고 파스타처럼 건식으로 조리해 계란이나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을 보충하거나, 자국의 로컬 향신료를 더해 식사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차별화된 특성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K-푸드가 글로벌 대중화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지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문화적 장벽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직접 살며 K-푸드의 장벽을 이미 넘어온 고관여 외국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대중 시장의 수용 가능성을 미리 엿볼 수 있다”며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단순히 한국의 맛을 강요하기보다 국가별 식문화 맥락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소구 포인트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