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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망·쌀포대 놔둘 데도 없어요”…소용량 포장 대세된 유통업계

곡산 2026. 5. 18. 07:42

“양파망·쌀포대 놔둘 데도 없어요”…소용량 포장 대세된 유통업계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입력 2026. 5. 17. 19:15
소용량·소포장 상품 인기몰이
이커머스도 낱개채소 주문급증
대량 구매 대신 요리할 분량만
롯데마트선 1KG 쌀 매출 급증
[롯데마트]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속형 소량 장보기’가 확산되고 있다.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1·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과거 4인 가족 중심의 대량 장보기 수요를 공략하던 유통업계는 최근 들어 소용량·소포장 상품을 대폭 늘리며 실속형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용량을 과감히 줄이면서 가격은 더 낮춘 ‘가성비’ PB(자체 브랜드)와 델리(즉석 요리)를 확대하며 불황 속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각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부터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유통기업들이 소용량·소포장 특화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한 끼용 식재료 상품을 확대하고 있고, 대형마트는 소포장 PB로 초저가 라인업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편의점은 소용량 신선식품을 내세워 1·2인 가구 시장 선점을 서두르고 있다.

SSG닷컴은 소량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상품 구성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고물가 부담에 이커머스에서도 소포장 상품을 1시간 내에 배달받는 ‘퀵커머스’ 주문이 늘면서다. 실제 지난 4월 SSG닷컴이 운영하는 1시간 내 배송 ‘바로퀵’ 서비스의 일평균 주문 건수는 지난 1월 대비 3배 증가했으며, 소포장·소용량 상품이 이를 견인했다. 1~4월 바로퀵 주문 데이터에 따르면 애호박 낱개, 대파 1봉, 두부 1모, 양상추 1봉, 팽이버섯 1봉 등 소용량 식재료가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소포장 신선식품 브랜드 ‘하루’도 지난 4월 매출이 3개월 전보다 10%가량 늘었다. 사과·한라봉·양파·청양고추 등 자주 사용하는 신선식품을 소량 단위로 구성한 브랜드인데,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실속형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설명이다. SSG닷컴은 “기존에는 퀵커머스 주문이 야식·간식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필요한 식재료를 빠르게 보충하는 ‘소포장 장보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도 소용량·소포장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대형마트의 주류가 4인 가구 위주의 대량 장보기였다면, 최근에는 1·2인 가구 증가와 고물가 기조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이마트 역시 소포장·소용량 상품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1~4월 요리 목적에 맞춰 소분한 ‘편이 채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대용량 구매 부담을 덜고 식재료 낭비를 줄일 수 있어 1인 가구에 특히 인기다.

과일과 디저트도 소형화가 대세다. 동기간 컵 석류 등 조각 과일 매출은 42%, 가공 조각 과일은 497% 급증했다. 완제품 대신 인기를 끈 미니 케이크류도 24.5% 신장하며 전체 케이크 성장률(7.7%)을 크게 웃돌았다. 한 번에 먹기 편해 구매 부담을 낮춘 덕분이다.

아울러 이마트는 소용량 특화 초저가 PB인 ‘5K프라이스’를 집중 확대하고 있다. 2025년 8월 브랜드 론칭 후 특화 상품 200여 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3월 130여 종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롯데마트 역시 소용량·소포장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4월 기준 별도 손질이 필요 없는 소용량 커팅 과일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2% 급증했다.

전형적인 대용량 품목이었던 쌀과 축산물도 소형화됐다. 1㎏ 단위로 내놓은 ‘씻어나온 우리쌀’ 등 소용량 쌀 매출은 89% 늘었고, 한 끼 분량(400g)으로 구성한 ‘간편 한 끼 축산’ 시리즈도 30.1% 신장했다.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50% 이상 줄인 소용량 깐 대파(54.6%)와 깻잎(9.3%)은 식재료 낭비를 줄이려는 3인 이상 가구까지 가세하며 수요가 몰렸다.

이 밖에 5000원 이하로 즐길 수 있는 소용량 델리 시리즈인 ‘요리하다 월드뷔페’ 매출도 23% 증가했다. 치솟는 외식 수요를 대체하고 실속형 홈밥족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편의점은 1000원 안팎의 초가성비 소포장 신선식품을 앞세워 1·2인 가구의 새로운 ‘소용량 장보기 플랫폼’으로 안착하고 있다.

GS25는 올해 1~4월 소용량·소포장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3% 신장했다. 1~5개 단위로 소분해 대부분 1000원대로 책정한 농산품 ‘한끼딱’ 시리즈(14종)와 4900원짜리 ‘한끼 양념육’ 등이 성장을 견인했다.

CU 역시 동 기간 채소·과일 등 소포장 상품 매출이 26.2% 증가했다. 업계 평균가보다 30%가량 저렴한 ‘싱싱생생 990원·1990원 채소’ 등이 인기를 끌면서다. 이에 따라 CU는 소포장 신선식품을 전면에 내세운 ‘장보기 특화점’을 지난해 110여 점에서 연내 500여 점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