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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업계 ‘탐욕의 카르텔’ 철퇴…도드람푸드 가담 돼지고기 대규모 가격 담합

곡산 2026. 5. 5. 11:07

육가공업계 ‘탐욕의 카르텔’ 철퇴…도드람푸드 가담 돼지고기 대규모 가격 담합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5.04 07:55

생활물가 악영향…육가공 9개 업체 압수 수색
대형 마트 짬짜미 입찰로 폭리…거래 규모 190억
유통, 높은 납품 가격에 이윤 붙여 소비자 부담 증가
과징금 31억 부과…도드람 6억8000만 원 최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한 육가공업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서민들의 식탁 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한 이들의 행태는 단순한 경제 범죄를 넘어 국민을 기만하는 ‘배신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순호)는 지난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농협목우촌, 도드람푸드, 디허스코리아(옛 CJ피드앤케어), 선진, 팜스토리, 부경양돈협동조합,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보담, 대성실업 등 9개 육가공업체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이들을 제재하고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대형마트 돼지고기 납품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한 9개 육가공업체에 대해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190억 원대 밀약으로 시장 가격을 통제해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위협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진은 이마트 한 매장의 축산 매대. (사진=이마트)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이 조작한 담합 거래 규모만 약 190억 원에 달한다. 납품업체를 가린 ‘일반육’ 입찰의 경우 대성실업, 도드람푸드 등 8개 사가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4차례 입찰 중 8건에서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부위별 입찰 가격 하한선을 합의해 약 103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업체명을 노출하는 ‘브랜드육’ 협상에서는 도드람푸드, 선진 등 5개 사가 2021년 7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견적 가격을 밀약해 약 87억 원 규모의 계약이 이들의 짬짜미로 결정됐다.

 

대형마트는 전체 돼지고기 소매 유통시장에서 14~17%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담합은 소비자 물가에 광범위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브랜드육은 무항생제 환경 사육 등 특색 있게 관리돼 일반육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각 업체는 혼자서만 가격을 지나치게 높여 판매량이 줄거나, 자신만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이윤이 줄어들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비슷하게 유지할 유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의 수법은 교묘하고 악랄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에 따르면 업계 기준 돈가가 2.2% 올랐을 때 담합 업체들은 9.8% 높은 가격으로 투찰했다. 반면 돈가가 11.5% 내렸을 때는 불과 6.4%만 낮춘 가격으로 입찰했다. 시장 가격이 오를 때는 핑계 삼아 더 크게 올리고 내릴 때는 덜 낮추는 방식으로 부당 마진을 챙겼고 유통업체는 돼지고기를 공급받는 가격에 일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격을 결정하는바, 이 부담은 고스란히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됐다.

 

적발된 업체 중 도드람푸드가 6억8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이어 대성실업(해드림LPC) 4억4100만 원, 하림 계열사인 선진 4억3500만 원 순이었다. 공정위는 총 31억6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씨제이피드앤케어(디허스코리아), 도드람푸드, 보담 등 6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육가공업계의 이러한 ‘카르텔 병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유류 육가공 담합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가금류 시장에서는 이미 대규모 제재가 있었다. 지난 2022년 적발된 치킨용 육계 담합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림, 마니커, 올품 등 16개 육계 제조 업체는 2005년부터 약 12년 동안 치킨이나 닭볶음탕용 신선육의 판매 가격, 생산량, 출고량을 조직적으로 맞췄다. 이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살아있는 병아리까지 대량으로 매몰 처분하는 잔혹한 방식까지 동원해 공정위로부터 무려 총 1758억 원의 역대급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당시 이들은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을 따랐을 뿐’이라며 담합을 정당화하려 했다. 이처럼 제도를 방패막이 삼아 잇속을 챙기던 육가공업계의 고질적인 ‘짬짜미’ 관행이 가금류(육계·오리)를 넘어 돼지고기 등 식탁 물가 전반으로 뻗어 있었음이 이번 수사로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먹거리를 쥐락펴락하며 자신들의 뱃속만 채운 업체들에 대한 사법 당국의 엄중한 심판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서민들의 대표 먹거리인 돼지고기 가격을 놓고 대기업들이 담합을 벌인 것은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공정위가 이마트 외 다른 대형마트 납품 과정에 대해서도 유사 담합이 있었는지 모니터링을 확대할 방침인 만큼 유통 과정 전반에 숨은 기득권 카르텔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심사관인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국민 생활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먹거리 분야 담합에 엄정 조치함으로써 향후 식료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런 사건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른 유통업체로 조사를 확대하는 한편 밀가루, 교복 등 민생품목 담합 조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재를 받은 육가공업체들의 일부는 법적 대응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유통업체의 잦은 할인 행사와 납품 단가 인하 압박에 따른 적자를 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가격 결정권을 쥔 대형마트의 구조적 모순은 가려진 채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됐다는 항변이 나오고 있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의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