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헤리티지 50+] ③ 삼양라면
꿀꿀이죽 대신 라면 한 그릇...라면의 원조 '삼양라면'

[대한경제=오진주 기자]냄비에 물을 올리고 스프를 먼저 넣을지, 면을 먼저 넣을지 고민하던 순간이 있다. 밥이 부족한 날에도, 늦은 밤 출출한 날에도 라면 한 봉지는 가장 빠르고 익숙한 한 끼다. 한국인의 식탁에 이 장면을 처음 만든 라면의 원조 ‘삼양라면’이다.

◆ '허기짐'에서 시작한 라면
삼양라면의 출발에는 ‘배고픔’이 있다. 삼양식품의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1960년대 초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봤다. 먹을 것이 없어 미군이 버린 음식을 끓여 한 끼를 때우는 모습을 보고 그는 누구나 값싸고 간편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전 회장은 1950년대 말 보험회사를 운영하며 일본에서 경영연수를 받을 때 맛봤던 라면을 떠올렸다. 그는 바로 일본의 묘조(明星)식품에서 기계와 기술을 들여와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로 라면을 만들었다. 일본 라면(85g)보다 중량도 늘리고(100g), 가격은 10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커피가 35원인 시대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쌀만 먹다가 밀가루를 먹긴 쉽지 않았다.시식 행사까지 열며 라면을 알린 삼양식품은기회를 만난다. 1965년 정부에서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삼양라면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 '햄 맛'의 추억
삼양라면은 ‘원조’지만 계속 변신을 시도했다. 출시 당시에는 육수를 낼 수 있는 소나 돼지를 조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닭고기 육수를 사용했다.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배워왔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을 만들기 위해 1966년 실험실을 꾸렸다.
삼양라면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부대찌개를 연상시키는 햄 향을 떠올릴 것이다. 지난 2006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햄 맛을 싫어한 소비자가 삼양식품 홈페이지에 햄 맛을 빼달라고 건의했더니 맛이 변했다는 글이 올라온 적 있다. 이 글은 지금도 ‘삼양라면 파괴자’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우지 파동’ 이후 삼양식품은 1994년부터 우지가 아닌 팜유로 라면을 튀기면서 맛이 달라졌다. 19997년에는 햄 후레이크가 빠지고, 2006년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서 맛이 변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후 삼양식품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2016년 다시 햄 맛을 강화하고 햄 후레이크를 추가한 제품을 내놨다. 이어 2017년에는 삼양라면에서 처음으로 매운맛을 내놨다. 다른 라면에 비해 순한 국물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해칠까 1년 동안 고민한 끝에 탄생한 제품이다. 2023년에는 전면 새단장하면서 햄 맛은 유지하되 매운맛은 소고기 육수를 기반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면은 감자전분을 추가하며 쫄깃한 식감도 살렸다.

◆ 36년 만의 귀환
지난해 삼양식품은 ‘삼양1963’을 선보이며 다시 출발점에 섰다. ‘불닭’으로 글로벌 기업이 됐지만 초심을 꺼내든 것이다.
1989년 우지 파동은 삼양식품에게 뼈아픈 상처다. 당시 식품기업들이 공업용 소기름으로 먹거리를 만든다는 익명의 제보로 우지를 쓰는 식품사들이 구속됐다. 조사 끝에 식품사가 쓴 우지는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미 삼양식품은 흔들린 뒤였다.
지난해 11월 삼양식품은 우지 파동 고소장이 처음 검찰에 접수된 1989년 11월 3일로부터 36년 뒤인 이날 신제품 ‘삼양1963’을 공개했다. 삼양1963은 동물성 기름인 우지와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혼합해 튀긴 우지유탕면이다.
삼양라면은 한국인의 첫 라면이다. 배고픔에서 시작한 한 그릇을 한국인의 식탁을 바꿨고, 지금은 다시 원조의 이름으로 새로운 세대와 만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라면은 라면의 원조이자 삼양식품을 대표하는 제품”이라며 “철저한 품질 관리와 다양한 협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장수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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