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헤리티지 50+] ② 오리온 초코파이
세계인 입맛잡은 '국민과자'...감성 마케팅 通했다
1974년 출시 첫해 매출 10억 돌파
1995년 中 진출 초기 위기 겪어
1년간 사투 끝에 품질 유지 핵심
최적 수분 '13%' 기술 개발 성공
60여개國 판매...신시장 개척 계획

[대한경제=오진주 기자]훈련소에 들어간 아들이 가장 처음 먹은 '사제' 간식, 국민학교 첫 소풍 때 가방 속에 들어있던 과자, 학창시절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만들어줬던 겹겹이 쌓은 '초코파이 케이크'. 오리온 초코파이는 우리에게 단순한 간식보다는 말 대신 마음을 건네는 방법에 더 가깝다.
이제 이 둥근 정(情)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정을 나누고 있다.

◆ '13%'의 비밀
초코파이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초 미국ㆍ유럽 선진국을 돌아보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은 한 카페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봤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2년에 걸친 실패 끝에 1974년 4월 초코파이를 개발한다. 비스킷과 초콜릿, 빵이 혼합된 초코파이는 새로운 형태의 과자였다.
당시 초코파이는 꽤 고급 간식이었다. 출시 때 가격은 50원으로, 자장면 한 그릇 값이 15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먹거리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고열량ㆍ고단백 제품인 초코파이는 달콤한 간식이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을 입힌 초코파이는 새롭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안엔 과학이 담겨있다. 수분이 많은 마시멜로와 수분이 적은 비스킷ㆍ초콜릿으로 구성된 초코파이는 제조 과정에서 마시멜로 속 수분이 숙성을 통해 비스킷으로 이동하면서 특유의 식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수분이 많아지면 미생물에 의해 풍미가 바뀔 수 있다.
지난 1995년 중국에서 초코파이에 곰팡이가 발견됐다. 그해 중국에 장마가 닥쳤는데 이 기후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오리온은 제품 전량을 폐기하고 1년 동안 연구에 매달렸다. 그 결과 최적의 수분 함량 '13%'를 찾아냈다. 이 13%는 러시아부터 중동까지 이동하는 동안 6개월 넘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열쇠다.

◆ 중국도 베트남도 '정'으로 통한다
출시 첫 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초코파이는 1990년 월 매출 30억을 기록한 이후, 1996년 12월 국내 제과업체 최초로 단일 제품 월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며 '국민 과자'가 됐다.
초코파이가 우리의 일상에 깊게 파고든 이유는 '맛' 때문만이 아니다. 초코파이는 감성 마케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느끼는 '정'을 살린 광고는 누구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제품만 강조한 이전 광고와 달리 이미지를 내세운 초코파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았다. 입대하는 삼촌에게 초코파이를 주는 조카, 이사 가는 꼬마가 경비원에게 전하는 초코파이, 야단맞은 어린이가 선생님께 편지와 함께 건넨 초코파이. 이 모든 모습은 세대가 달라도 초코파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란 메시지를 담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만 느낄 것 같았던 '정'은 전 세계에서 현지의 모습으로 통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해 포장지에 '인'을 넣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뜻하는 '띤(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마케팅을 했다. 1990년대 진출 당시 위생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낱개 포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했고, 지금은 현지 파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제사상에 올리기도 하다. 귀성길 명절 선물이나 결혼 답례 등 기념일에도 초코파이를 주고받는다.
러시아에서는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차를 즐겨 먹거나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게 익숙한 러시아인들에게 적중했다. 2011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트 전 대통령이 차와 함께 초코파이를 먹는 모습이 공개되며 '대통령이 즐기는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에서는 해조류에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 2021년 라자스탄 지역에 공장을 건설한 이후 수요가 늘면서 2024년에는 새로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반세기 전 한국에서 시작된 '정' 한 조각이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2017년 글로벌 연구소를 만들어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초코파이는 60여개 국가에서 판매 중이다. 1997년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고,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 공장을 지으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다. 2007년에는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서기도 했다.
초코파이는 오래됐다. 하지만 낡진 않았다. 여전히 유효한 감성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주하고 있다. 각 수출국에 어울리는 맛도 선보였다. 베트남에서는수박맛 등 Z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선보였고,러시아에서는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에서 얻은 베리를 잼으로 먹는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라즈베리제품 등을 출시했다.
출시 50주년을 맞은 2024년에는 소비자의 사연을 포장지에 담은 캠페인으로 지금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과거 세대에게는 향수를 선물했다. 선정된 사연은 50주년 패키지에 인쇄해 판매됐다.
초코파이는 전 세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북미,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을 다음 목표로 두고 신시장을 개척하며새로운 라인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짱 맛있어” 장원영도 놀란 ‘차지’…한국 덮친 중국 밀크티 [오늘의 Eat슈] (0) | 2026.04.29 |
|---|---|
| [더 헤리티지 50+] ③ 삼양라면 (0) | 2026.04.28 |
| [더 헤리티지 50+] ①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0) | 2026.04.28 |
| [오늘의 식탁] 비쵸비ㆍ돼지바ㆍCJ제일제당ㆍ푸디버디ㆍ오뚜기ㆍ풀무원ㆍ종가 (0) | 2026.04.28 |
| [오늘의 식탁] 파리바게뜨ㆍ스타벅스ㆍ노브랜드버거ㆍ팀홀튼ㆍ오리온ㆍ액티비아ㆍ엔제리너스ㆍ대상문화재단 (0) | 202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