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사례,수출식품 부적합 사례

벤더가 관리하는 수출식품 상세페이지…제조사가 ‘경고’ 받다

곡산 2025. 11. 3. 07:39

벤더가 관리하는 수출식품 상세페이지…제조사가 ‘경고’ 받다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07.01 09:25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 1.
“K-푸드, 표시관리만 잘하면 된다?”…미국 수출, 온라인 광고 리스크를 간과하는 기업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푸드. 식품을 수출하려면 글로벌 식품 규제에 대한 이해와 리스크 대응 등을 위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식품 수출을 준비 중인 업체와 보다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의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한국식품, 미국 메인스트림 진입
K-푸드는 더 이상 한인 마켓에 국한된 틈새시장 상품이 아니다. 한때는 한인 벤더를 통해 LA 지역 중심으로 유통되던 한국식품이 이제는 Amazon, Costco, Target 등 미국 주류 유통망을 통해 전국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소비층 또한 한인 커뮤니티를 넘어 일반 미국 소비자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유통 확장은 수출 증가로 이어졌고, 동시에 K-푸드가 미국 규제기관의 본격적인 관리 대상으로 편입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FDA와 FTC를 비롯한 연방기관들 또한 미국 주류시장에 진입한 K-푸드에 대한 관심과 관리 강도를 점점 높이는 추세다. 특히 대부분의 한국식품이 미국 수출의 관문으로 삼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Prop 65 경고제도, 온라인 광고 단속, 환경 마케팅 클레임 규제 등 연방보다 훨씬 엄격한 소비자 보호 법제를 운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가장 강력한 규제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구조’ 속에서 수출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K-푸드의 메인스트림 진입은 곧 미국식 규제 체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제조사가 사전 대비 없이 벤더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벤더가 관리하는 상세페이지, 제조사가 받는 경고서한
K-푸드의 미국 주류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한국식품 제조사는 “표시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과거식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Amazon 등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는 제조사가 아닌 벤더(판매 대행사)나 미국 현지 유통법인이 제품 상세페이지 및 광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처럼 제조사 통제 밖에서 작성된 광고 문구나 이미지가 FDA 또는 FTC 규제 위반 사유가 되었을 때, 그 결과가 고스란히 제조사로 전가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벤더가 작성한 광고로 인해 FDA 경고서한이 발송되고 유통 차단, 수출 계약 해지,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직접적인 피해는 제조사에 집중되는 구조다.

제조사 책임의 확장: “몰랐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실제 한 사례에서는 한국에서 정식 라벨링을 마친 제품이 미국 벤더를 통해 Amazon에 등록되었고, 벤더가 작성한 상세페이지 광고 문구가 문제가 되어 FDA로부터 경고서한(Warning Letter)이 제조사에 직접 발송되었다. 더욱이 해당 문구나 이미지는 제조사가 사전에 승인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규제기관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제품 라벨이나 온라인 정보상 누구의 명의가 기재되어 있는가가 책임 귀속의 핵심이다. 즉, 제조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그 제품으로 매출 이익을 얻은 주체라면, 광고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책임 대상이 될 수 있다.

FTC의 민사 조사 요구서(CIID): 직접 통지가 없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광고 이슈에 대해 FDA보다 더욱 강력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다. FTC는 ‘민사 조사 요구서(CIID, Civil Investigative Demand)’를 통해 미국 내 광고주 또는 광고로 이익을 얻은 주체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내 벤더 혹은 광고 대행사, 브랜드 법인에 대해 CIID가 발송된 이후 해당 법인이 제조사로부터 정보 제출을 요구하거나, 제조사가 간접적으로 조사에 관여하게 되는 경우는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조사는 미국 법인이나 파트너사의 법적 분쟁에 얽히게 되며 브랜드 평판 손상, 수출 계약 취소, 플랫폼 차단 등의 2차 피해를 입게 된다.

미국식 규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제조사의 현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 제조사들이 이와 같은 위험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현실이다. 계약서상 광고 책임 귀속 조항을 명확히 하지 않거나, 광고 승인 절차가 아예 없거나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기능하지 않아, 법적 분쟁 발생 시 기업의 방어 논리를 약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된다. 미국에서는 광고에 대한 최종 책임을 광고주에게 묻는 FTC의 원칙에 따라, 해당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했는지와 무관하게, 그 광고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주체를 법적 책임 대상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제조사가 직접 광고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광고로 인해 매출이 발생했다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광고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묵인한 정황이 있다면 공동 책임으로 간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생 유형별 책임 구조와 실제 시나리오

제조사 직접 수출+벤더 광고 작성
한국 J사는 떡튀순 세트를 수출하면서, 미국 K 벤더가 Amazon 상세페이지를 작성하였다. 벤더는 “어린이 간식으로 안심!”이라는 문구를 삽입했지만, 해당 제품에는 FDA가 주의 권고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있는 식품 성분(예: 달걀, 땅콩 추출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제조사 라벨에는 ‘Contains Egg’ 표기가 있었지만, 상세페이지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러한 광고 위반이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가 광고 문구를 사전 검토하거나 승인한 정황이 있다면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광고를 통해 매출 이익을 본 주체가 제조사인 이상, FTC는 제조사도 조사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제품 패키지나 온라인 페이지에 제조사 정보가 명시되어 있다면,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유통 제재 등 실질적인 피해는 제조사에 집중된다. 결국, ‘모르쇠’는 책임 회피가 아닌 리스크 증폭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사전 관여는 회피가 아니라 예방이며, 내부 관리체계를 통해 오히려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벤더가 제품 기획+OEM 생산+자체 광고 진행
미국 M사가 한국 N사에 OEM으로 간편식 불고기를 의뢰하고, ‘Sugar-Free’, ‘No Preservatives’ 등의 클레임을 내세워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품에 설탕이 함유돼 있었고, 방부제 일부가 원료 처리 과정에서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 FTC는 ‘기만광고’로 판단하고 M사에 조사 요청을 발송했다. M사는 제품 원료 및 성분 근거자료를 N사에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N사는 OEM 관계임에도 수차례 정보 제출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겪었다.
표면적으로는 벤더 명의가 전면에 나서지만, 계약상 광고 책임 귀속 조항이 모호하거나 부재할 경우 제조사에게까지 법적 화살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조사는 광고와 표시의 사용 조건, 승인 절차, 위반 시 책임 구조를 계약서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

제조사 라벨 그대로+벤더 상세페이지 확장 작성
한국 O사는 해조류 과자를 미국 현지 유통사에 수출하였고, 제품 라벨에는 ‘동물성 원료 무첨가’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미국 유통사는 Amazon 상세페이지를 작성하면서 라벨 내용을 확대 해석해 “비건 인증 제품(Vegan Certified)”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문제는 이 제품이 미국 내 공인 비건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 제조사의 생산 공정상 다른 제품과의 교차 오염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라벨과 온라인 광고 내용이 상이하거나 부적절하게 확장될 경우 FDA는 표시광고 불일치로 판단, 경고서한을 발송할 수 있다. 이때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온라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벤더에 시정 요청을 문서화해 온 이력이 없다면, ‘최종 책임자’로서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제조사 라벨이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질적인 통제권을 가진 주체로 간주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 반드시 점검해야 할 사항들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미국 벤더와의 계약서에서 이러한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광고ㆍ마케팅에 대한 사전 승인 권한 조항, 라벨 문구 사용 조건, 위반 시 책임 귀속 등을 명문화하지 않으면, 사후에 제조사가 아무리 억울함을 주장하더라도 법적 해석상 불리해진다. 실제로 FDA는 “표시 상에 누구 이름이 있느냐”를 중심으로 책임을 추적하기 때문에, 유통자가 라벨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제조사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 책임은 결국 제조사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수출을 고려하거나 이미 현지에서 활동 중인 식품 제조사라면, 최소한 다음의 준비는 갖추어야 한다.

제조사가 사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5가지 사항
온라인 광고 및 상세페이지 문구에 대한 사전 검토 절차 구축: 모든 온라인 광고 내용에 대한 내부 또는 외부 규제 전문가의 사전 검토 및 승인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벤더와의 계약서에 광고 책임 귀속 조항 명문화: “광고 문구 및 이미지에 대한 제조사의 사전 서면 승인 필수”, “미승인 광고 위반 시 발생하는 모든 법적 책임 및 손해 배상 책임은 벤더에게 귀속됨”과 같은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라벨링과 온라인 정보의 일치 여부 정기 점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오프라인 라벨과 온라인 광고 및 상세페이지의 내용이 일치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 내 유통ㆍ판매ㆍ광고 행위에 대한 문서화된 승인 체계 확보: 파트너사의 모든 광고 활동에 대해 문서화된 승인 이력을 남겨두어야 한다.

광고 위반 시 브랜드 보호 전략(규제 대응 포함) 사전 설계: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제 자문 및 대응 전략을 미리 수립해야 한다.

표시광고 규제는 더 이상 인쇄된 라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한 줄 문구, 하나의 이미지가 국제 분쟁의 촉매가 되는 시대이다. 제조사든 벤더든 그리고 그 사이 어디에 있든, 모두가 규제의 시야 안에 있다. 더 이상 ‘나는 광고하지 않았다’는 말로 면책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책임 회피는 철저한 사전 대비로부터 시작된다.

이주형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식품안전 정책과 수출 규제 대응 분야에서 폭넓은 실무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실장, 국무조정실 식품안전위원회 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수 공공기관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식품산업의 법제도 개선과 수출지원 정책에 기여해왔다. 현재는 글로벌 식품 규제에 특화된 자문과 실무교육을 통해 식품기업의 수출 리스크 대응과 해외 진입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