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곡물차’ 수출, Prop 65 대응 가이드 - 끓는 물이 방아쇠, ‘복합 노출’을 관리하라
-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10.28 10:04
왜 곡물차가 어렵나 - 공정 생성물과 포장 이행의 ‘합’
푸란/푸르퓨릴알코올과 포장재 이행 물질, 보이지 않는 칵테일 리스크
Prop 65 NSRL/MADL 기준이 없는 물질, 어떻게 판단하나 ④
이주형의 식품수출 실전노트 9.

법무법인 비트
글로벌식품산업지원실장/전문위원
구수한 보리차, 옥수수차 그리고 다양한 곡물차 등의 제품들이 건강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도 그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강한 차 한 잔에는, 캘리포니아 Prop 65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복잡하고 다층적인 리스크가 숨어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한 곡물차 업체의 R&D 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원료를 엄선하고, 최적의 온도로 로스팅하여 풍미를 극대화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원료가 아니라 로스팅 과정 그리고 심지어 차를 담는 ‘티백’에서도 온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관리해야 하는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곡물차는 Prop 65 대응에 있어 가장 복잡한, ‘복합 노출(Compound Exposure)’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1편의 레토르트 국(푸란), 2편의 간장(3-MCPD), 3편의 고춧가루(OTA)가 각각 ‘공정’, ‘공법’, ‘원료’라는 단일 전선에서의 싸움이었다면, 곡물차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전선(戰線)이 한 잔의 컵 안에서 동시에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제1 전선(공정 생성): 곡물을 볶는 ‘로스팅’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푸란(Furan)과 푸르퓨릴알코올(Furfuryl Alcohol, FFA).
∙제2 전선(포장 이행): 끓는 물에 우려내는 ‘티백’이나 RTD 용기에서 녹아 나올 수 있는 BPA, 프탈레이트, 미네랄오일(MOSH/MOAH) 등 이행 물질. 특히 봉지차(티백)ㆍ파우치 원물ㆍRTD(병/캔) 보리차처럼 제형이 다양해 헤드스페이스, 추출온도/시간, 용기 재질에 따라 최종 노출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 두 가지 리스크는 발생 원인, 관리 부서, 저감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 둘이 합쳐진 ‘한 잔의 차’를 마십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전략도 이 둘을 합산한 ‘총 노출량(Total Exposure)’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치명적인 오해 5가지
이 복합성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 많은 실수가 나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목격하는 5가지 오해입니다.
① 볶을수록 고소하니 더 볶자
풍미는 올라갈지 몰라도, 푸란/FFA 수치는 온도가 특정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관능과 안전 사이의 최적점(Sweet Spot)을 데이터로 찾아야 합니다.
② 분말은 편하니까 모두 미분(微粉)
분쇄 입자가 고울수록 추출은 잘되지만, 그만큼 푸란/FFA 같은 휘발성 생성물의 추출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③ 포장은 식품과 별개다
끓는 물을 만나는 티백 종이, 접착제, 인쇄 잉크, 캔 라이너 모두가 제2 전선의 ‘이행원’입니다. 특히 고온 추출과 온장 보관은 이행을 가속화시킵니다.
④ 농도(ppb)만 낮으면 된다
Prop 65의 핵심은 농도(ppb)가 아니라 1일 노출량(µg/day)입니다. 노출량=농도×섭취량. RTD 500mL 한 병을 원샷하는 시나리오와 티백 1포를 250mL에 우려 마시는 시나리오는 완전히 다른 결론을 도출합니다.
⑤ 한 번만 시험하면 된다
원료 산지, 배전 강도, 포장재 공급사가 바뀔 때마다 리스크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분기별 스팟 테스트로 시스템을 검증해야 합니다.
노출량 계산: 봉지차 vs RTD, 시나리오로 답을 내다
세이프하버(NSRL/MADL)가 없는 푸란과 FFA에 대응하는 유일한 무기는 ‘계산’입니다. 우리는 명확한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숫자로 말해야 합니다.
일일 노출량(µg/day)=제품 농도(µg/L)×1회 섭취량(L)×1일 섭취 횟수
A. 봉지차(티백 2g, 250mL, 하루 2잔 음용 시)
∙실측 조건: 95°C 끓는 물, 3분 침출, 컵 덮개 있음(Worst-Case)
∙실측값: 푸란 2.5µg/L, FFA 12µg/L
∙계산: 푸란=2.5×0.25×2=1.25µg/dayFFA=12×0.25×2=6.0µg/day
∙실무팁: 휘발성인 푸란은 컵 덮개 없이 침출 시 30~40%까지 저감됩니다. 이 데이터를 확보하여 ‘뚜껑을 열고 우려 드세요’ 같은 표준 음용법을 안내하는 것도 훌륭한 저감 전략입니다.
B. RTD 보리차(500mL 병, 하루 1병 음용 시)
∙실측 조건: 완제품(충전 후 살균 완료)
∙실측값: 푸란 1.0µg/L, FFA 8µg/L
∙계산: 푸란=1.0×0.5×1=0.5µg/dayFFA=8×0.5×1=4.0µg/day
∙실무팁: RTD는 제조 공정에서 탈기-질소치환-급속냉각 3종 세트를 적용하면 휘발성 물질을 공정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기준선 없는 싸움: ‘벤치마크+보수계수’로 우리만의 방패 만들기
계산은 끝났습니다. 1일 노출량이 6.0µg/day라는 숫자가 나왔죠. 그런데 팀장님들은 바로 묻습니다. “ 전문위원님. 그래서 이 6.0이라는 숫자가 안전한 겁니까? 기준이 없는데 어떻게 판단합니까?”
이것이 바로 세이프하버(NSRL/MADL)가 없는 물질 관리의 핵심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우리가 직접 과학적이고 방어 가능한 ‘사내 판단선’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2단 설계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단계: ‘벤치마크 층’으로 시장을 파악합니다.
공신력 있는 문헌이나 공공 데이터를 모아 동종 제품(곡물차)의 푸란/FFA 분포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당장 자사 및 경쟁사 RTD, 티백 제품을 몇 개 퀵 스크리닝(소용량 비교 측정)해서 현재 시장의 평균 레벨(Market Level)을 파악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1차 기준선이 됩니다.
∙2단계: ‘보수계수 층’으로 최악을 가정합니다.
우리가 계산한 6.0µg/day라는 값은 ‘평균값’일 뿐입니다. 시험 분석의 불확도, 배치별 편차(±10~30%)를 더해야 합니다. 여기에, 하루 2잔이 아니라 4~5잔을 마시는 ‘헤비 유저(Heavy User)’ 가중치(섭취량ㆍ빈도×1.5~2)까지 곱합니다. 이렇게 상향 조정한 ‘최악의 시나리오(Worst-case)’ 값이 나옵니다.
이 최종 값이, 우리가 1단계에서 설정한 사내 판단선(예: 동종 평균 대비 50% 이하, 내부 관리 상한치 등)을 충족하면 ‘경고 불요(No Warning)’로 결정하고 근거를 문서화합니다. 만약 초과하면요? 그때 ‘경고’ 라벨을 붙이는 게 아니라, 즉시 ‘공정 재설계’ 또는 ‘표준 음용법 안내’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겁니다.
두 개의 전선을 통합하라: 포장 이행(제2 전선)까지 아우르는 실전 관리법
여기서 많은 기업이 앞서 언급한 ‘치명적인 오해’ ⑤번, 즉 ‘내용물만 시험’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총 노출량은 [내용물(푸란/FFA)+포장 이행(BPA 등)]의 합산입니다. 제2 전선인 포장 이행 리스크는 이렇게 관리해야 합니다.
∙티백ㆍ파우치 관리
단순히 ‘식품용’ 증명서 한 장 받으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공급사에게 티백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 리스트(BOM), 즉 종이, 부직포, 실, 스테이플, 접착제, 잉크의 상세 재질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끓는 물 95°C에서 5분 침출’처럼 소비자의 실제 사용 조건(최악 조건)으로 특정이행 시험(물 또는 10% EtOH 사용)을 진행하고, 여기서 푸란/FFA와 포장 이행물을 분리 정량하는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파우치ㆍ병ㆍ캔(RTD) 관리
캔 뚜껑(캡)이나 라이너 재질 명세(BPA-NI, 에폭시, 올레핀 등)를 확보하고, 식수용 조건(예: 70°C, 2시간)의 이행 시험 성적서를 표준화해야 합니다. 공정에서는 헤드스페이스 최소화+질소치환(O₂<1%)+급속냉각으로 후속 반응을 차단하고, 디자인단에서는 인쇄면을 안으로 넣지 않거나(인쇄역전), 저이행 잉크/접착제를 선별해 리스크를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이 두 개의 전선을 합산해서 판단해야만, ‘총 노출을 과소평가’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전략: 브리징×스팟 테스트
120종의 SKU를 매번 시험할 수는 없습니다. 1편부터 강조한 ‘브리징 그룹’ 전략이 여기서도 유효합니다.
∙브리징: 원료(보리/현미/옥수수), 배전 강도(라이트/다크), 제형(티백/RTD), 포장(파우치/PET/캔) 기준으로 120개 SKU를 16개 그룹으로 묶습니다.
∙스팟 테스트: 대표 배치만 정밀 분석하고, 분기별 1~2건 스팟 테스트로 검증하면, 분석 비용은 60% 이상 줄이면서도 전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라벨보다 먼저: ‘왜 이렇게 판단했는가’의 기록
곡물차처럼 복잡한 제품이야말로 ‘문서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우리의 가장 강력한 방패는 라벨이 아니라, ‘왜 우리가 이렇게 판단했는가’를 증명하는 논리적 기록입니다.
제품별 ‘결정 메모’에는 반드시 두 개의 전선이 모두 담겨야 합니다.
① 공정 리스크 결론: ‘본 제품의 로스팅 프로파일(00℃, 00분)과 침출 가이드(00℃, 00분) 적용 시, 푸란/FFA의 1일 노출량은 0.0µg/day로, 벤치마크 데이터 및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사내 판단선(0.0µg/day) 이하로 관리됨.’
∙ 근거 문서: 침출 시험 성적서, 노출량 계산식, 벤치마크 데이터
② 포장 리스크 결론: ‘본 제품에 사용되는 티백(재질: 00) 및 캡 라이너(재질: 00)는 최악 이행 조건(00℃, 00분) 테스트 결과, Prop 65 목록 물질(BPA, 1,3-DCP 등)이 불검출/한도 이하임을 확인하였음.’
∙ 근거 문서: 공급사 DoC(준수선언서), 제3자 이행 시험 성적서
③ 온라인 동기화: (만약 경고 시) 라벨과 상품 상세페이지(PDP)의 경고 문구가 일치하도록 QMS에 편입.
‘복합 노출’도 결국 숫자로 관리된다
곡물차는 풍미의 기술이자 노출 관리의 기술입니다. 로스팅이 풍미를 만들고 포장이 품질을 지키지만, 둘이 합쳐 ‘총 노출’을 결정합니다. ‘브리징+스팟 테스트+탈기/질소/냉각+침출 표준화+이행시험’ 이 다섯 가지만 체계화해도 비용은 낮추고 방어력은 높일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전선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숫자로 관리하고 문서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Prop 65 시대, 곡물차의 새로운 경쟁력입니다.
Prop 65 시대의 정답은 여전히 같습니다. ‘그냥 붙이는’ 경고가 아니라, ‘계산하고 설명하는’ 경고 그리고 설명할 수 있다면 경고 없이도 당당합니다.
※ 본 원고의 수치 예시는 설명용 가정값입니다. 각 사는 제품ㆍ공정ㆍ포장별 실측 데이터로 노출량을 산정ㆍ문서화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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