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수요포럼 토론] 식품 이물, 국가 주도형 관리 한계로 제도 개선 동의…‘제3안’이 검토 가능

곡산 2023. 12. 19. 07:30

 

[수요포럼 토론] 식품 이물, 국가 주도형 관리 한계로 제도 개선 동의…‘제3안’이 검토 가능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12.18 07:51

이물 SNS 오르면 수출에도 악영향…합리적 개선 필요
K-푸드 식품 안전 세계적 수준…중대한 경우만 보고를
심각한 위해 희소성 불구 분쟁조정기구 공신력 갖춰야
다른 나라에 없는 제도…자율화 때 신뢰의 공백 없어야
업체 피해 막고 소비자 안심 끌어내는 제도 강구 절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에서 이물이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식품 이물 의무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0년 1월 세계 최초로 이물 신고제도를 도입 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식약처와 산업계의 노력으로 식품 이물은 크게 감소하게 됐으나, 의무신고제에 따른 행정력 부담과 산업계의 비용 부담 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식품 이물 신고제에 따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업계의 자율적인 관리를 이끌 수 있는 법개정, 소비자-영업자간 적절한 중재 역할을 할 기관의 설립 등 현행 이물 관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4회 수요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현행 식품 이물 관리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식품 이물 신고제를 폐지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관리와 소비자-영업자자간의 적절한 중재 역할을 할 기관의 설립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김승태 상무(대상(주)·한국식품산업협회 법령제도분과 위원장)=이물 의무신고제도는 2006년 캔 제품에서 기생충이 나온 사건을 필두로 식품 이물 사고들이 사회문제화되자 시작된 제도로, 14년 가량 시행되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제도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에 규정돼 있다.

이물은 산업계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됐다. 식품 이물은 소비자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도 가장 관심을 많이 쏟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품은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세척, 선별한다 해도 100% 제어할 순 없다. 식품 업계에서는 더 많은 세척, 선별 등 과정을 거치고, 로봇, AI 등 기술적인 노력도 진행 중이지만 시행착오는 있으며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식품 이물은 소비자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고, 이는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장기적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요즘엔 인터넷에 이물관련 기사가 게재가 되면서 혐오감이 드는 사진이나 글로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이는 글로벌 수출되는 제품에까지도 영향을 많이 주는 상황이다.

소비자들도 이물에 대한 보고가 의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물이 나오면 무조건 보고해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와 원만하게 해결했다고 해도 보고를 해야 하고, 쉽게 정보가 공개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가공식품의 이물 신고 건수도 정체돼 있고, 신고제도가 이물ㅇ르 제어하는 데 큰 돌파구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인식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행정력 낭비를 막는 합리적인 이물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인체에 심각한 이물같은 경우에만 신고하는 제도로만, 이물에 대한 처벌도 과태료 차등처벌 등 합리적으로 개선됐으며 한다.


 이재용 국장(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국)=우리 식품산업이 글로벌화되면서 국가간의 1:1 양자협의에 가면 우리 K-푸드가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돼 있고, 품질, 안전문제에 있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은 발전했다. 식품안전관리는 내수시장과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의 해외진출, 수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식품안전관리 정책은 두 가지 기조를 두고 시행돼 왔다. 첫 번째는 국가주도의 세심한 관리가 진행되는 것, 또 하나는 디지털 기반의 민간 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에 기반한 식품안전제도가 있다. 이제는 이렇게 발전된 환경에서 국가 주도형 관리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업계가 인간의 자율에 의한 기본적인 개편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은 동의한다.

2007년 식약처 식품안전관리정책관을 맡은 시절, 큰 식품사고들이 많이 발생했다. 과자에서 쥐머리가 나오거나 참치캔에서 칼날이 발견되는 등 위험한 이물 사건들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물관리제도가 시행되면서 업계의 식품안전 수준은 강화돼 왔다. 반면 행정부나 법령은 이물관리에 있어 소비자와 국회의 요구, 산업계의 입장를 떠나 어떤 틀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제도 개선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빠르게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은 3안 정도이다. 식약처에서 이물관리 검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에 동의하고, 대신 이물조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소비자의 접점에서 분쟁조정 기구의 설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 축소할 것인가도 중요한 점이다. 실체적인 위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부분으로 관리 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소비자와 업계 두 바퀴의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게 끊임없이 동력을 전달하는 기관이 돼 지원하도록 하겠다. 현실적인 시각으로 일시에 제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삭제와 수정을 거치겠다. 산업계와 학계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다양한 의견을 제기해주고 지원해주길 바란다.


 조윤미 대표(미래소비자행동)=식품이물 관련 제도는 다른 규제들과 달리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국회의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조차도 일반 소비자 수준에서 식품안전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무네 다른 것은 성분 등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물은 눈에 직접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반향이 더 큰 것 같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더 크게 인식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물문제의 많은 수가 정리됐고, 다른 국가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개선될 여지가 있다.

비대면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신고가 증가하면서 이물 상담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현상은 아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물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중요성, 문제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제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로 담아내면서도 제도 개선의 합리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물보고의 의무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고의무도 없는데 이물에 대한 데이터가 존재한다. 미국은 협회를 통해서 연간 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발행하고 대부분의 협회에서 자체적인 기술력을 통한 관리가 진행돼 왔다. 유럽은 특정 기구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전문적인 시장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선 1개의 단체가 420개의 지부를 가질 정도로 대규모이고, 역사적으로 소비자단체의 활동과 이에 대한 지원이 대중화돼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은 기업의 의견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정부를 중심으로 한 규제와 결과발표를 필요로 한다. 해외 어떤 국가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든 이러한 신뢰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도 개선에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민 변호사(식품위생법률연구소)=법은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이고, 그 시대의 니즈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식품 이물제도’는 잘 시행돼 왔고, 많은 수의 사건사고를 줄이는데 일조해왔다고 생각한다. 10여 년간 시행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고, 구성원들이 이를 입모아 지적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합의를 한다면 합리적으로 개선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식품이물 관련 문제는 제도를 전제로 소비자-영업자 사이의 분쟁을 중재, 판단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왔다. 제도 개선시 이 역할을 누가 할 것인지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대를 고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를 대신해 높은 공신력을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이 맡아야 제도 개선시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개선된 제도에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블랙 컨슈머가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경우라 소비시장에 블랙컨슈머가 만연해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제품도 아닌 식품의 이물은 신체적인 안전성보다도 소비자의 기분이나 감정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구매한 제품에서 이물이 발견됐을 때 문제 그 자체보다도 판매자나 제조사의 대응에 따라 정신적인 피해 정도가 달라지고 소비자 대응도 달라진다. 실제로 사건을 수임한 사례로 봤을 때도 제품으로 인해 건강상 큰 위해가 발생한 경우는 볼 수 없었다. 입원과 수술이 필요하고 심각한 위해를 발생시킨 사건은 1년에 몇 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안전과 무관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기분에 대한 해소는 식약처 등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영업자가 직접 해결, 조정해야 한다. 원인을 조사해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도 필요하다. 이러한 자율적인 조정이 정부의 입장에서도 행정력을 아낄 수 있고, 다른 식품 안전 사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식품 이물 사건은 100% 제조사 책임, 100% 유통상의 책임 등 과실 비중을 확실히 밝히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정신적인 피해에 당사자 소송에서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생산물 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합의의 의사가 있고 제조과실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500만원까지는 배상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하다.


● 김정년 이사(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업계가 이물관리 제도의 개선을 요구한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틀에 갇혀 있는 형국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협의체도 만들고 운영사업도 진행하는 등 식약처에서도 개선시점에 도달했다고 인정하는 듯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실제로 이물관리 제도가 가공식품 이물관리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K-푸드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됐고, 식품안전을 위한 많은 투자와 장비가 업계에 도입되고, 식품안전 시스템은 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왔다고 자부할 정도다. 그만큼 1만건 이상이었던 이물사고는 지금 3, 4000여 건도 안될 정도의 통계치를 보이고 있다.

식품 이물은 생산된 제품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득이하게 일부에 이물이 들어가는 경우밖에 없다. 그래서 안전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제조업체는 이물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받은 날짜에서 7일 이내에 정부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날짜도 실물 확인을 위한 확인절차를 생각한다면 너무 짧다고 생각해 ‘확보받은 날짜 이내 7일’로 변경하거나 더 후일로 시점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인체에 위험성이 적은 경우에 보고대상에서 제외하고 중대한 경우만 한해서 보고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계는 이물 발생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소비자 신뢰가 이물 하나로 무너질 수도 있다. 더욱이 현재 K-푸드가 글로벌 시장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 이물 관련 뉴스가 수입 금지로 이어지고 있고, 이게 해소되려면 또 몇 개월이 걸린다. 제품 관련 국내 뉴스가 곧 제품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보고관리 대상 이물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가 있어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진행을 맡은 중앙대학교 하상도 교수는 “이물 관련 제도는 오래된 업계의 사안이라 개선 요구가 지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항상 식품산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만큼 큰 개선이 필요한 제도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이제 국내 식품산업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이물관리제도가 자체적으로 이물 관리를 하고 소비자와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 개선을 위해 이물 사건에 대한 소비자 안심을 끌어낼 수 있는 대책, 소비자(단체)와의 충돌을 완충할 수 있는 제도 등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이군호 발행인은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합리적인 행정결정이 나오도록 제안하는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 포럼을 진행했다. 오늘 제안된 내용들이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에 있어 순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도 보호받는 권리가 있으면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식품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업계의 자율규제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