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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7주년 특집Ⅰ] ‘K-라면’ 혁신적 맛으로 지구촌 시장 장악 중

곡산 2023. 9. 6. 07:24

 

[창간 27주년 특집Ⅰ] ‘K-라면’ 혁신적 맛으로 지구촌 시장 장악 중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9.05 07:54

라면 소비 강국…국내 1인당 연간 10kg 섭취
치열한 경쟁 소비 바꿈…농심-오뚜기-삼양식품 순
K-푸드 대표 주자로 세계인이 즐기는 요리 등극
차별화된 매운맛 등 독보적 위상…100여 개국 수출
작년 7억6500만 불…중국-미국-일본-필리핀-대만 순

우리나라 대표 소울 푸드는 누가 뭐라해도 ‘라면’이다. 올해로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모두가 굶주렸던 시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든 라면은 어느새 K-푸드를 대표하며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하나의 ‘요리’로 우뚝 솟아 올랐다. 심지어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10kg을 넘어섰다. 쌀 소비량이 56.7㎏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라면이 밥심의 빈틈을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aT가 발표한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라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라면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15~65세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라면 취식 빈도는 주 평균 1.7회에 달했다.

국내 라면의 첫 탄생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9월 삼양식품이 출시한 ‘삼양라면’이 시초다.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은 모두가 굶주렸던 시대에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우리나라에 라면을 들여왔다. 이때 ‘삼양라면’의 가격은 10원이었다.

삼양라면의 등장 이후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으로 라면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됐다.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주식회사는 1965년 ‘롯데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시장에 진출했다. 이외에도 ‘풍년라면’(풍년식품), ‘닭표라면’(신한제분), ‘해표라면’(동방유량), ‘아리랑라면’(풍국제면), ‘해피라면’ ‘스타라면’ 등 8개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 중 ‘삼양라면’은 8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철옹성을 구축하며, 후발주자들의 모든 견제를 이겨냈다.

라면시장의 지각변동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1985년이다. 농심이 ‘안성탕면’을 앞세워 삼양식품을 꺾고 라면시장 1위를 거머쥔 것.

당시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1985년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40.4%, 삼양식품 39.6%, 한국야쿠르트 12.8%, 청보 7.2%를 기록했다. 특히 1986년 농심은 초히트 상품 ‘신라면’을 출시했는데, 얼큰한 국물을 즐겨찾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 전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고, 붉은 고추와 소고기가 잘 조화돼 매콤하고 개운한 소고기 국물 맛의 라면을 개발했다. 순한 맛 위주의 당시 라면시장에서 매운맛 라면의 시대를 연 것이다.

‘신라면’은 출시 5년 만인 1991년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한 이후 올해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면 수출의 시초도 삼양식품이다. 1969년 업계 최초로 한국 라면을 베트남에 수출했다. 당시 월남 파병 군인들에게 유용한 보급 식량이 됐다고 알려졌다. 농심은 1971년 미국 LA지역에 라면을 수출하며 글로벌시장에 진출했다.

삼양식품은 1984년 LA에 처음으로 해외 공장을 지었다. 당시 쉽지 않은 미국 FDA 승인까지 획득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2000년까지 다수의 공장을 짓고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으며, 팔도는 러시아에서 용기면 도시락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2002년 현지 법인을 세우고 공장을 건설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라면 기업들은 수출 확대 전략을 본격화하며 K-라면의 영토를 지속해서 넓히고 있다. 농심이 약 100여 개국, 삼양식품이 90여 개국으로 수출 중이다. 특히 농심은 1990년대부터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 판매법인과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했다.

수출 최전방은 ‘신라면’이 책임졌다. 현재 신라면은 세계 10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K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 가깝게는 일본, 중국은 물론 유럽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 중동 및 아프리카,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라면’이 K-라면을 알렸다면 기폭제 역할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다. 이 제품은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60%를 책임지고 있으며, 현재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3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홈쿡’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K-라면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실제 작년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억6543만 달러(9453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억8892만 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7616만달러), 일본(6063만달러), 필리핀(3134만달러), 대만(3045만달러), 말레이시아(2952만달러) 등의 순이다. 올 상반기 라면 수출액도 4억4624만 달러로 넘어서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초로 4억 달러를 돌파했다.

본지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환갑맞은 라면…식사대용에서 요리로 우뚝’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K-라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국내 라면 3사를 통해 살펴봤다.


농심, 라면 대표 주자…2030년 미국 시장 1위 향해 진격


소고기라면 등 새로운 맛 히트…후발 업체 점유율 2배 상승
우리 입맛 맞는 신라면으로 1위…누적 매출 10조 기록
해외 성과 괄목…월마트 등 입점 현지인이 즐기는 식품
제2공장 이어 제3공장 추진…멕시코 등 중남미로 확장
 

사업초기 선두기업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농심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 좋아하는 외식 메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닭고기 보다 소고기를 더 좋아하는 것에서 착안해 소고기국의 깊은 맛을 라면으로 재현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부민옥(육개장), 하동관(곰탕) 등 내로라하는 식당들을 순회하며 수많은 연구개발 끝에 1970년 10월 ‘소고기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소고기라면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농심의 연간 매출은 20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뛰었고, 시장점유올도 10% 대에서 23%대로 급증했다.

농심은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스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당시 농심 자본금의 두 배에 달하는 48억 원을 투자해 1982년 경기도 안성에 스프 전문생산시설인 안성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1980년대 말까지 동결건조 설비, 연속진공건조기와 같은 최신 설비 도입과 증설에 130여억 원의 투자를 지속해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신라면’(1986년) 등 히트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안성탕면’은 옛날 시골 장터에서 맛보던 우거지 장국의 맛을 재현한 제품으로, 된장맛을 베이스로 해 출시 3개월여 동안 약 4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200억 원을 넘어섰다.

‘신라면’은 한국 매운 라면의 시초다. 안성탕면의 성공 이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은 소고기의 깊은 맛과 고춧가루의 매운맛이 조화된 얼큰한 감칠맛이라는 것에 주목한 농심은 전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 실험을 했고, 붉은 고추와 소고기가 잘 조화돼 매콤하고 개운한 소고기 국물맛의 라면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신라면’은 대부분 순한 맛 위주였던 당시 라면시장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충실한 ‘매운맛’을 제대로 구현해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 처음 라면시장 1위에 오른 후 33년간 선두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농심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기는 1971년이다. 당시 농심은 국내 인기라면인 소고기라면을 미국에 수출했다. 주로 한인시장에 타깃을 맞추고 제품을 유통했으며, 10여 년간 꾸준한 시장개척 덕에 80년대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 농심의 주요 브랜드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1984년에 샌프란시스코에 영업사무소를 만들었으며, 1994년 농심의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이 설립됐다. 농심은 중국과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약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시장에서 농심의 위상은 높다. 교민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먹던 라면이 이제는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24% 성장한 미국법인은 농심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3공장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작년 4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1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70%에 달한다”라며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냈으며, 2018년에는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현지 유통점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지르며 미국인이 더 많이 찾는 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에는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성장세에 힘을 더해 농심은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24% 성장한 4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제2공장을 가동하기 전인 2021년 농심은 기존 미국 공장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달해 국내 생산 물량까지 수출하며 시장의 수요에 발맞춰왔다. 이후 작년 4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제2공장이 그간 공급이 부족했던 제품의 대량생산기지가 돼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농심 미국 제2공장은 봉지면 1개, 용기면 2개 고속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3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제2공장 가동에 힘입어 농심은 미국에서 연간 8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제2공장 가동은 농심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농심 미국법인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25.2% 늘어난 3162억 원, 영업이익은 536% 증가한 337억 원으로, 농심 전체 영업이익의 28%를 차지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제품은 ‘신라면’이다. 작년 신라면(봉지)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8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안 시장을 넘어 미국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제품으로 발돋움한 농심은 미국의 주요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월마트에서는 작년 42% 성장을 이뤄냈는데, 신라면블랙과 신라면블랙컵 입점 점포 확대가 주효했다. 또한 크로거(27%)와 샘스클럽(87%)에서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다.

농심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수년 내 일본의 토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현재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시장에서 8억 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심은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농심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세 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고,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르면 오는 2025년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제2공장 가동으로 힘을 얻은 농심은 북미에 이어 중남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힘을 더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멕시코가 첫 번째 타깃이다. 멕시코는 인구 1억3000만 명에 연간 라면시장 규모가 10억 달러로 추정되는 큰 시장이다.

농심은 멕시코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작년 전담 영업 조직을 새롭게 신설했다. 신라면 등 주력제품 외에도 멕시코의 식문화와 식품 관련 법령에 발맞춘 전용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현지인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판매량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을 시식해 본 멕시코인들은 일본 라면보다 훨씬 더 맛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 활동을 펼쳐 수년 내에 TOP3 브랜드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뚜기, ‘진 시리즈’로 2위 올라…히트작 잇따라 


진라면, 쫄깃·부드러운 면발에 국물 맛…연매출 2000억
순한 맛·매운맛 출시로 큰 인기…품질·안전도 강화
프리미엄 진짬뽕 독보적 영향력…점유율 20% 돌파
진라면·진비빔면 등 호조…해외로 눈 돌려 70개국 수출
 

1987년 라면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는 2012년 업계 2위 자리에 올라선 이후 3위와의 격차를 점차 벌리며 ‘오뚜기라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라면 시장 진출 당시 제품 개발, 생산 등에 유리한 제반여건을 갖추고 있던 오뚜기는 ‘맛있는 매운맛’ ‘조미노하우’ 등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라면용 핵심 원료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오뚜기라면의 대표주자 ‘진라면’이다.

1988년 3월 출시된 진라면은 깊고 진한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로 출시돼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오뚜기는 △스낵면(1991년) △참깨라면(1994년) △열라면(1996년) △컵누들(2004년) △진짬뽕(2015년) △진짜쫄면(2018년) △진비빔면(2020년) △짜슐랭(2022년) 등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라면을 연이어 선보이며 라면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오뚜기의 라면 사업이 날개를 단 것은 1990년 3월 라면영업부를 신설하면서부터다. 서울 및 수도권의 라면 전문대리점을 관할하며 점유율을 확대한 오뚜기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위해 1999년에는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이듬해에는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으며, 2000년 9월 오뚜기라면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인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등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2011년에는 전 공장에 대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해 효과적인 위생관리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13년 세계 최초·최고 속도의 봉지면 고속라인 설치, 2014년 오뚜기라면 물류센터 신축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집중했다. 현재 오뚜기라면은 IoT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오뚜기라면의 약진에는 ‘진라면’의 역할이 컸다. 진라면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국물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제품으로, 연 매출 2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도 진라면의 성장에 이바지했다. 오뚜기는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넥슨과 손잡고 ‘진라면X카트라이더’ 컬래버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진라면 용기면·컵면 패키지 디자인에 카트라이더 대표 캐릭터를 적용했으며, 다양한 ‘진라면X카트라이더’ 게임 아이템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2021년 9월에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협업해 진한 맥주의 맛과 향을 담은 ‘진라거’를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70만 캔이 완판되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 출시 35주년을 맞은 진라면은 특별한 옷으로 갈아 입었다. 오뚜기는 작년 11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광고모델로 선정한 데 이어 IPX(구 라인프렌즈)의 글로벌 인기 캐릭터 ‘BT21’을 활용한 진라면 ‘퍼플에디션’을 제작했다. 진라면 낱개, 멀티팩 상단에 보라색을 입히고, 진라면을 즐기는 BT21 캐릭터 디자인을 순한맛, 매운맛 멀티팩에 각기 달리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오뚜기는 진라면을 앞세워 미래 마케터를 꿈꾸는 대학생에게 브랜드 마케팅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진짬뽕’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10월 출시돼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진짬뽕’은 오뚜기 라면연구소 연구원들이 전국 88곳의 유명 짬뽕 전문점은 물론 닭 육수의 비법을 찾아내고자 일본 나가사키까지 찾았다.

이렇게 출시된 ‘진짬뽕’은 불맛과 실제 짬뽕에 버금가는 풍부한 건더기스프, 면폭이 3mm 이상인 태면이 어우러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짬뽕라면으로 선보이게 됐다. 출시 50일만에 1000만개가 팔리더니 173일만에 1억개 판매를 돌파하며 라면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오뚜기는 ‘진짬뽕’ 인기에 힘입어 라면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출시한 ‘진비빔면’도 출시 3개월만에 3000만 봉지 이상 판매되며, 여름 비빔면 시장의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기존 비빔면 한 개로는 양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보다 중량을 20% 늘려 비빔면 시장의 ‘업그레이드’ 붐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비빔면 맛을 좌우하는 ‘소스’를 업그레이드한 ‘진비빔면’ 배사매무초 리뉴얼을 선보였으며, 기존에 없던 원료인 배, 매실, 무 등을 추가했다. 이와 같은 차별점으로 2023년 3월 현재 누적판매량 1억봉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 비빔면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2022년에는 라면의 새로운 조리 방식인 ‘복작복작 조리법’을 개발했다. ‘복작복작 조리법’은 기존 조리법 대비 1봉당 약 200ml의 물을 적게 넣고 그대로 끝까지 조리해 물을 버리는 중간 조리과정을 줄이고 진한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오뚜기는 지난 5월 ‘복작복작 조리법’을 적용한 짜장라면 ‘짜슐랭’을 출시했으며, 이후 해당 조리법을 오뚜기 대표 볶음면인 ‘진짜장’ ‘진진짜라’ ‘크림진짬뽕’ ‘스파게티’ 등 봉지라면 총 5종에 확대 적용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1988년 미주 지역에 라면, 카레 등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오뚜기의 작년 해외 매출은 32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2% 늘었으며, 해외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은 베트남 법인이다. 전년 대비 43% 증가한 6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작년 미국 매출은 9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방탄소년단(BTS) 진을 진라면 모델로 발탁해 북미 등 글로벌시장을 공략한 점이 매출 상승에 주효했다는 평이다. 오뚜기는 북미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남부 온타리오에 자리한 물류센터를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라면, 카레, 소스 등의 제품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라면은 지속적인 맛과 품질 개선,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고려한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며 “각 국의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글로벌 오뚜기’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 라면의 원조…‘불닭볶음면’ 세계적 식품 해외 사업 확대


맛있게 매운맛…영국 남자 ‘유튜브’ 타고 바이럴 마케팅
모디슈머 레시피 활용 ‘치즈·까르보불닭’ 등으로 다양화
50억 개 판매 3조 매출…4억 불 수출로 전체 물량 절반
지역별 마케팅 본부 신설…맞춤형 전략 점유율 제고 

삼양식품의 제2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누구의 이견도 없이 ‘불닭’ 브랜드다.

2011년 초 김정수 부회장은 우연히 방문한 명동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맛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해 직접 시식하고 세계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의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매운맛을 찾기 위해 세계 모든 지역의 고추(청양고추,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를 혼합해 보면서 최적의 소스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위가 약한 연구원들은 매일 계속되는 매운맛 시식에 약을 복용하기도 할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012년 4월 ‘불닭볶음면’이 탄생했다. 개발에만 약 1년이 소요됐고, 이 기간 동안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가 투입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8억 원 정도였는데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인기는 계속되어 출시 1년 만에 월 3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는 누적 판매량이 2023년 7월 기준 50억개를 돌파했다. 누적 매출도 3조 원을 넘어섰다.

‘불닭볶음면’의 상승세는 모디슈머가 큰 몫을 차지했다.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을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합이 입소문을 타며 불닭볶음면과 부재료(스트링 치즈, 참치, 계란 등)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등장했다.

불닭볶음면 제품 하나를 다양하게 즐기는 소비자들을 보며 삼양식품은 제품에 대한 다양한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착안해 선보인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확장제품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이중 2017년 12월 국내 한정판으로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3개월간 3600만개가 판매됐다. 기존 불닭볶음면 액상 스프에 모짜렐라 치즈 분말, 크림맛 분말, 파슬리 가루를 넣어 크림파스타맛과 비슷하고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 삼양식품은 2018년 5월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불닭’ 브랜드의 진가가 발휘된 곳은 해외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중 80% 정도가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할 정도로, 불닭은 삼양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5년 3000억 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은 2022년 9090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 공장에서 제조하는 삼양식품은 이 같은 해외 판매 호조로 2017년 1억 불에서 2022년 4억 불 수출을 달성하며 현재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별다른 광고도 진행하지 않은 불닭볶음면이 이처럼 빠르게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다.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매운맛에 힘들어하면서도 맛있다며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불닭볶음면은 누구나 한 번쯤은 시도해야하는 도전의 아이콘이자 더 나아가 K-Food의 아이콘이 됐다.

호기심에서 시작돼 단기간의 유행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불닭브랜드의 인기가 꾸준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인증을 획득해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살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삼양식품은 2014년 KMF 할랄 인증에 이어 2017년 9월에는 인도네시아 MUI 할랄 인증을 받아 할랄푸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매운맛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로 폭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특히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2019년 일본 판매법인 ‘삼양 재팬’을 시작으로 202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삼양 아메리카’, 중국 상해에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해외 매출의 45%, 15%를 담당하는 주력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과 미국을 더욱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지 판매법인들은 영업망 강화에 주력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매출 성장뿐 아니라 유통과정 일원화, 효율적인 비용 관리 등이 가능해져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외 시장에선 현지 대형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고 파트너사의 물류시스템과 유통,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현지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베트남 1위 유통 사업자인 ‘사이공 쿱(SAICON CO.OP)’ 그룹, 태국의 수입 전문 유통기업 ‘시노 퍼시픽(Sino Pacific)’社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으며, 아랍에미리트의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SARYA GENERAL TRADING)’社와 독점 공급 및 유통 계약을 맺어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도 삼양식품은 내실있는 성장을 위해 지역별 영업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 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을 8개 본부 86개 팀으로 확대 재편하면서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 해외 물류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 주요 신시장에서는 현지 대형마켓, 편의점 등 주류 채널 입점 확대에 집중하고 중국, 미주, 아시아 등 기반을 다진 핵심 수출국에선 지역 내 국가별 맞춤형 전략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도 적극 투자한다. R&D센터를 중심으로 식품소재, 마이크로바이옴, 패키징 등의 연구를 추진하고 기술 및 제품 중심으로 연구영역을 세분화해 핵심 기술 확보에 집중하며, 품질안전센터를 주축으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식품 안전성 확보와 관련 프로세스 구축에도 주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