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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1ℓ=3000원’ 눈앞…반값 수입산 입지 확대

곡산 2023. 8. 14. 09:04
우유 ‘1ℓ=3000원’ 눈앞…반값 수입산 입지 확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8.08 07:50

상반기 도입 1530만 불로 46% 급증…단가 올라도 물량 증가
카페·베이커리 상당수 저렴한 수입한 멸균유 사용
폴란드·호주산 비중 높아…일반 소비자 수요도 늘어
3년 후 무관세 시행 대비 국산 가격 경쟁력 높여야

수입우유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산 우유의 경우 매년 상승하는 원유가격 여파로 소비자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수입우유는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인 것.

매년 상승하는 원유가격 여파로 국내산 우유들의 소비자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입우유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흰우유 사이에 판매되고 있는 외국산 멸균우유. (사진=식품음료신문 DB)

가격이 크게 오른 국산 유제품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이 틈새를 해외 멸균우유들이 채우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우유 수입액은 1531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1048만 달러) 대비 46.1% 증가했고, 수입량은 1만8346톤으로 25.3% 늘었다. 우유 수입액은 2020년까지만 해도 매년 700~8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다 2021년 1643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한 이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역의 소규모 카페, 베이커리 등 상당수 외식업체들도 국산 흰우유보다 저렴한 수입한 멸균유를 이미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 현지의 생산비 상승 등으로 멸균유 도입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멸균유 수입이 증가세다. 실제로 지난 2020년 978원이던 리터당 멸균유 수입 단가는 2021년 945원, 2022년 1096원, 지난 6월에는 1211원까지 올랐다.

실제로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아이스크림, 아이스바 등 일반 빙과류는 유제품 원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빵류와 과자류의 경우에도 유제품 사용 비중이 전체 원료의 1~5%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국산 유제품 원료만으로 한정한다면 그 비중은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 주요 유제품 자급률은 △탈지분유 28.4% △전지분유 9.8% △버터 6.1% △치즈 1.8% 등으로 식품 원료로 사용이 가능한 국산 유제품 자급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해외 멸균 우유의 가장 큰 수입국은 폴란드, 호주 등이다. 상반기 1531만 달러 중 88.2%에 해당하는 1351만 달러를 폴란드가 차지했다. 밀키스마, 믈레코비타 두 개 브랜드의 멸균 우유 제품이 주로 수입된다. 수입 우유의 75%를 차지하는 폴란드산 우유는 마트에서 리터당 가격이 1350~1400원 수준으로 2800원대인 국산 우유, 2000원대 초반인 국산 멸균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 대형유통업체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수입 멸균우유 상위 20개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불어났다. 카페 등 우유 수요가 많은 곳에서도 국산 원유와의 맛이 다른 점은 인정하나 훨씬 저렴한 가격이나 더 긴 보관 기간 등으로 대개 자영업자들이 대량 구입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몇 년 전부터 커피, 베이커리 등 외식업계를 시작으로 현재는 일반 소비자 수요도 크게 늘었다.

그나마 현재는 관세라는 장벽이 있기에 ‘반값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6년 1월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 관세가 폐지되면 안 그래도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가격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게 된다. 미국산 우유와 EU산 우유는 현재 각각 7.2%와 9.0%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는 단계적으로 낮아져 3년 후인 2026년엔 0%가 될 예정이다. 수입 멸균우유의 공세가 강화되면 가뜩이나 안 좋은 유업계 수익성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남는 원유를 사들이고 낙농가를 지원하는 데 매년 800억~900억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3년 뒤인 2026년 미국과 유럽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제품 무관세가 시행되면 국내 유제품 시장은 모두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게 뻔하다”며 “소비자가 가격에 부담을 느껴 수입산 멸균우유를 주로 소비하게 된다면 유업계는 가격이 오른 국산 낙농가 원유를 구매할 의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7일 앞선 11차례의 가격 협상 소위원회를 통해 음용유용 원유기본가격을 전년대비 88원 오른 1084원, 가공유용 원유기본가격을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했다. 음용유용 가격은 생산비상승 및 흰우유 소비감소 등 낙농가와 유업계의 어려움을 모두 감안했고, 가공유용은 수입산 유제품과의 가격경쟁을 위해 협상 최저수준에서 결정했다고 낙농진흥회 측은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자료를 통해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흰우유 또는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원유가격 인상으로 밀크플레이션이 초래된다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밝히며 “유업체와 대형마트가 국민의 생활 필수품인 흰우유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앞으로도 낙농산업 및 유가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산 원유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