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3.06.09 09:35
검사 기관, 재검사 요청 대비 부적합 검체 보관 의무화해야
잔여 검체 -18℃ 냉동 보관하면 재검사 분석에 영향 없어
자가품질 확인 검사는 공인기관 검사로 갈음…‘최종’은 폐기
중앙대 주최 ‘식품 등의 재검사·확인 검사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세미나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재검사 및 확인검사 제도가 개선됐으나 아직도 많은 불합리한 요소가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개선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행정기관이 시험·분석해 기준·규격에 대한 적합 판정이 진행된다. 부적합 판정시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결과를 공개하고, 결과에 따라 영업자는 이의가 있을 때 일정요건을 갖춰 신청하면 다시 검사할 수 있게 한 것이 ‘재검사’ 제도다. 또 영업자에게 있는 자가품질검사 의무에도 검사기관이 실수하거나 검사과정의 오류로 인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이의를 제기할 경우 ‘확인검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 중앙대 흑석캠퍼스에서 진행된 ‘식품 등의 재검사(확인검사)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세미나에서 식품위생정책연구원 정명섭 원장은 “재검사, 확인검사 제도는 식품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어려움을 덜어주는 목적으로 개정됐지만 제외국이나 국내 타 법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외항목과 불필요한 행정절차로 제도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제도의 기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제외항목 등 관련 단서 조항의 삭제 등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재검사는 식품위생법 제23조와 제31조의3에 따라 △식약처,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관계 공무원이 식품을 수거검사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검사항목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검사항목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에서 규정하는 재검사 제외항목은 시행규칙 제21조에 따라 이물, 미생물, 곰팡이독소, 잔류농약 및 잔류동물용의약품 등 5개 항목이다. 이는 전체 부적합의 62% 이상(2022년 기준)을 차지한다. 정 원장은 재검사 제도의 기본 취지는 채취된 검체의 대표성과 균질성이 완벽하게 확보되기 어려워 산업체에 재검사의 기회를 부여하는 매우 바람직한 제도지만 제외항목이 가공식품 전체 부적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제외국의 재검사 제도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외항목은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농수산물, 축산물, 사료, 위생용품 등 국내 타 관리법의 재검사 제도에도 제외항목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렇듯 가공식품에만 검사 제외 항목을 둔 이유는 시간이 경과함과 보관 환경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선 식품등의 재검사시 미생물 항목이 부적합됐을 때 필수적으로 잔여검체를 -18℃에서 냉동 보관해 냉동 검체로 재검사를 실시했을 때 분석에 아무런 영향을 나타내지 않아 무방하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해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정 원장의 주장.
정 원장은 재검사 제도 요청을 대비한 60일간의 검체 보관을 위해 냉동 온도를 명시하도록 개정하는 등 검사 수행기관에서 부적합 검체의 보관 의무 규정을 신설하고, 검체량 수거 및 잔여 검체의 냉동 보관 요령 등 과학적인 검토를 기반으로 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가품질검사 확인검사에 대한 불필요한 행정절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자가품질검사’는 영업자가 생산한 제품에 대한 기준·규격 적합여부를 스스로 확인하는 검사로, 부적합시 동일 로트에 대해 공인검사기관 2곳 이상의 ‘확인검사’ 성적서를 첨부하면 ‘최종 확인검사’ 요청이 가능하다. 이 ‘최종 확인검사’는 관할 지방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자가 자발적으로 제품의 기준·규격 적부 판정을 하는 ‘자가품질검사’를 2곳 이상의 공인된 시험검사기관에서 ‘확인검사’를 실시하고도 행정당국이 다시 ‘최종 확인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것인 자가품질검사의 기본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최종 확인검사 결과가 적합으로 재판정되더라도 회수조치·공표명령 등 철회 조치가 검사 이후에 진행돼 산업체들의 불필요한 피해, 행정소송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이 정 원장의 주장이다.
정 원장은 “영업자의 억울한 피해 사례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재검사 제외 대상 항목 5개를 폐지하고, 미생물 재검사의 경우 ‘정성 분석’해 해당 미생물이 동정되면 부적합 처분하도록 해야 한다. 또 영업자가 재검사를 요청하는 경우를 대비해 최초 검사 후 검사기관에서 의무적으로 –18℃에서 냉동보관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가품질검사 확인검사 제도에 대해서는 “관할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수행하던 ‘최종 확인검사’를 폐지하고 2곳 이상의 공인 자가품질검사기관의 확인검사로 갈음한다. 회수 및 공표 명령 시행 시기 또한 업체의 확인검사 요청 보고 이후 2곳 중 1곳 이상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 때 실시하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중대한 부적합 아닌 항목은 신속한 재검사에 공개 보류를
영양 성분 부적합 사항도 재검사 가능하게 제도 개선 필요
식약처 “기업 피해 줄이게 허용 범위 안에서 정책 유연화”
이에 농심 식품안전실 박성진 상무는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는 부적합 사항이 아닌 항목에 대해서는 업체가 신속히 재검사를 식약처에 요청하고 재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부적합 정보공개를 연기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영양성분 표시에 따른 부적합 사항도 재검사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주장하면서 “영양성분도 재검사 제외 항목들과 마찬가지로 검사 기관 분석 오류로 부적합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여러가지 농축수산물의 원물를 사용하고 다양한 구성품으로 이루어진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분석 시 균질화가 잘 되지 않는다면 영양성분 분석 값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영양성분 부적합은 소비자에게 안전상의 큰 위해를 주는 부분이 아닌 만큼 억울한 기업이 생기지 않도록 재검사 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중앙대학교 식품안전규제과학과 노회진 교수는 “‘K-푸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재검사 제도는 좀 더 실효성 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식품등의 재검사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성있게 활용되도록 규제개혁 차원에서 식품등의 재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검사항목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이에 따른 검사기관의 잔여 검체 보관방법 및 보관기간을 개선한다면 식품산업 현장에 많은 도움이 되고,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자가품질검사의 경우에도 확인검사 제외항목을 삭제하고, 부적합 판정에 영업자가 요청한 확인검사 결과에 따라 회수명령, 공포 등의 행정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과 김홍태 서기관은 “식약처는 선량한 기업이 억울한 일을 더 이상 당하지 않게 소비자의 허용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연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산업협회는 국회와 식약처에 △식품 등 재검사 제외항목 삭제 △자가품질검사 최종 확인검사 제도 폐지 △자가품질검사 관련 회수조치 및 공표 명령 시점의 변경 등을 요지로 하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식품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잡한 수입식품 신고, 365일 언제나 5분이면 완료 (0) | 2023.06.15 |
---|---|
개편된 제도서 첫 시행되는 ‘원유기본가격’ 결정 협상 시작 (0) | 2023.06.14 |
중소 쌀가공식품업계 수출 활성화 위한 청사진 나왔다 (0) | 2023.06.08 |
“대체식품, 건강·지속 가능성 수치화해라” (0) | 2023.06.08 |
[서울푸드 2023 현장] 세계 1300여 업체 참가 식품 산업 트렌드·혁신 정보 공유 (2) | 2023.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