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가정간편식 ‘건강한 맛+프리미엄’ 4세대 진화

곡산 2021. 2. 16. 19:53

가정간편식 ‘건강한 맛+프리미엄’ 4세대 진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1.02.16 02:05

육류·해산물 등 고급 원물 사용 영양 대폭 보강…가격 3배 불구 판매 껑충
현대그린푸드·삼성웰스토리 등 급식 업체 先手
CJ 3년 연구개발 차원 높인 ‘더 비비고’ 론칭
동원F&B ‘양반 수라’-오뚜기 라면HMR 출시

가정간편식(HMR)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가성비와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건강’을 탑재하며 통조림 등 레토르트(1세대), 만두 등 냉동식품(2세대), 컵밥 등 집밥 구현(3세대)을 넘어 4세대 HMR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이후 HMR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단순 맛을 뛰어 넘어 건강까지 고려한 제품을 찾는 소비 니즈가 지속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식약처에서 시중 유통 중인 찌개류 HMR 687개의 영영성분을 분석한 결과 나트륨 함유량은 하루 기준치 절반에 달했으나 열량·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영양소는 1일 기준치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HMR을 꾸준히 찾으면서도 불만이 쌓이는 이유다.

△최근 맛은 물론 건강까지 고려한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건강’을 탑재한 4세대 HMR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뚜기 '라면 비책’, 동원F&B ‘양반 수라’, CJ제일제당 ‘더비비고’,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제공=각 사)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HMR 시장은 몇 년 새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다양한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한 메뉴 등은 확대됐지만 선진국과 달리 소비자 건강을 고려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라며 “HMR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할수록 건강식을 찾는 소비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건강HMR으로 불리는 ‘헬스&웰니스 레디밀’ 시장이 HMR 전체 시장 10%인 10조 원 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갈수록 성장세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결국엔 건강HMR이 HMR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급식업체다. 작년 현대그린푸드는 맞춤형 건강식단 HMR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했다. 당도와 나트륨, 칼로리 등을 낮춰 설계돼 올바른 식습관을 강조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내년까지 메뉴를 현재의 6배 이상인 150여 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웰스토리도 작년 7월 ‘영양의 프리미엄이 더해진 간편식’을 콘셉트로 한 HMR 브랜드 ‘라라밀스’를 선보였다.

식품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작년 11월 기존 ‘비비고’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더 비비고’를 론칭하며 시장에 가세했다.

3년여 연구개발 끝에 저나트륨 기반 풍미보존 기술과 원물 전처리 최적화 기술을 개발해 단백질, 식이섬유 등은 더하고 나트륨, 콜레스테롤 등은 줄였다.

특히 일정량의 염도만으로도 맛을 살리기 위해 각 메뉴별 고형물 구성, 원물 전처리, 살균 조건 등을 고려했다. 재료도 기존 HMR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수삼, 도가니, 문어, 전복 등을 넣었다.

또 동원F&B는 기존 ‘양반’ HMR 제품대비 맛과 원재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프리미엄 라인업 ‘양반 수라’를 선보였다. 차돌, 왕갈비, 문어, 도가니 등 각종 육류와 해산물 등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이용해 최상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신규 라인업이다.

오뚜기는 프리미엄 라면HMR 시장을 개척해 눈길을 끈다. 오뚜기가 내놓은 ‘라면비책’은 큼지막한 닭고기와 진하고 얼큰한 닭개장 국물로 맛을 내고 면발에 귀리를 첨가해 식이섬유 함량을 높여 맛을 물론 영양까지 고려했다. 추후에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4세대 HMR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격이다. 오뚜기 ‘라면비책’은 1800원의 책정돼 대표 제품인 ‘진라면’보다 3배 이상 비싸다. 또 CJ제일제당 더 비비고 500g(1~2인분) 도가니탕 가격은 9980원이다. 기본 비비고 설렁탕(3480원)과 비교해 약 3배에 육박한다. 또 현대그린푸드 ‘전복 흑미 리소또’는 1만1500원이다.

기존 소비자들이 HMR을 찾는 이유가 ‘가성비’라는 통념을 완전히 깬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은 출시 2주 만에 10만개가 팔렸고, CJ제일제당 더 비비고 제품도 출시 첫 달 매출이 기존 HMR 월 평균 매출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보다 맛·건강을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HMR에 있어 가장 큰 변화는 ‘프리미엄’과 ‘건강함’이다. 내식 비중이 커지며 집에서 손질하기 어려운 고급 식재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리미엄(편리함+프리미엄)’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름에 따라 향후 HMR은 가정 내 요리를 넘어 외식전문점 수준의 맛은 물론 영양까지 고려한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